1. Intro

 

작년 8월 15일, 구글은 애플·MS 등의 특허 공격으로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방어하기 위해 ‘모토롤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 Holdings)’(이하 ‘모토롤라’)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였다. 인수금액은 주당 40달러, 총액 129억 달러로 모토롤라 시가 대비 63%의 프리미엄을 지급하였다. (당초에는 총액 125억 달러였으나, 주식관련 보상(stock-related award)이 약 4억 달러 추가되어 금액이 늘어났다.)

구글은 몇 개월간에 걸쳐 미국 등 각국 정부로부터 모토롤라 인수에 대한 승인을 받은 후, 지난 5월 22일자로 모토롤라를 구글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는 참으로 많은 말을 낳았다. 구글의 인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그 의도가 달성될 것인지, 그 이후 모토롤라에 대한 전략 변화 조짐, 심지어는 모토롤라 사업의 (부분적) 재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이다. 이처럼 수많은 논의와 소문이 이어진다는 사실은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목표가 당초부터 분명치 않았고 구글의 전략 또한 계속 수정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나는 구글이 모토롤라 인수를 완료한 이 시점에, 이미 이번 인수가 사실상 실패로 판명 났다고 생각한다. 당초 목표가 무엇이었건, 그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모양 좋게 후속 조치를 취하느냐가 남은 과제이다. 후속 조치에는 부분 매각 등 후속 Deal, 미처분 자산에 대한 활용방안 수립·실행,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기대수준 관리 등이 포함된다.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면서 희망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그러면 그러한 희망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는지, 모토롤라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순서대로 살펴보도록 하자. 그에 앞서 모토롤라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본다.

 

 

2. 모토롤라 현황

 

모토롤라는 2011년 1월 4일 Motorola Solutions와 Motorola Mobility Holdings라는 두 회사로 분할하였다. ‘모토롤라 솔루션스’는 기업 및 정부를 대상으로 한 통신기기 및 솔루션을 판매하는 회사이며, ‘모토롤라 모빌리티’는 휴대폰을 생산하는 Mobile Device 부문과 TV용 셋탑박스 및 방송사업자에게 end-to-end video solution을 제공하는 Home Business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 구글에 인수된 것은 물론 ‘모토롤라 모빌리티’이다.

모토롤라는 1984년 세계 최초로 ‘휴대용’ 셀룰러폰(DynaTAC)을 상용 생산한 이래 1998년 노키아에게 추월당하기 전까지는 전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 왔다. 1위 자리를 내 준 이후에도, <표>에서 보듯이 모토롤라는 2006년 시장점유율이 22%에 달할 정도로 리더십을 지키고 있었다. 또한 2006년까지는 영업이익률도 10% 주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2007년부터 피처폰 시장의 저가화와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동시에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모토롤라는 피처폰 시장에서는 노키아의 가격 경쟁력에 밀리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2009년 4분기에야 첫 스마트폰을 내놓을 정도로 대응이 늦었다. 그 결과 2007년부터는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시장점유율 또한 2012년 1분기에 2.2%까지 내려앉았다.

한편 Home Biz 부문은 소액이긴 하지만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전 세계 셋탑박스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2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영국의 Pace와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그 뒤를 Cisco의 자회사인 Scientific Atalanta가 뒤쫓고 있다.

한편 구글이 인수를 완료한 이후인 2012년 5월 22일부터 6월 30일까지의 모토롤라 실적이 구글의 2분기 실적과 함께 발표되었는데, 매출이 12.5억 달러(모바일 분야 8.4억, 홈 사업 4.1억), 영업 손실이 2.3억 달러에 달했다.

 

 

<표> Motorola Mobility Holdings 재무 현황                                                                          (단위: 백만 달러, 백만 대)

구 분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12 1Q

Mobile

매출액

21,500

28,400

19,000

12,100

7,100

7,800

9,600

2,194

영업이익

2,200

2,700

-1,200

-2,200

-1,200

-76

-285

-121

Home

매출액

2,800

3,300

-

-

3,900

3,600

3,500

884

영업이익

185

224

-

-

11

152

226

68

전 제

매출액

-

31,810

23,373

17,099

11,050

11,460

13,064

3,078

순이익

-

1,847

-656

-2,969

-1,342

-86

-249

86

휴대폰

판 매

대 수

146

217

159

100

55

37

41

8.9

점유율

18%

22%

14%

8%

5%

2.7%

2.7%

2.2%

스마트폰

 

 

 

 

2.0

13.7

18.7

5.1

자료: Motorola, IR 자료

 

 

3. 구글이 모토롤라를 통해 희망했던 것, 세 가지

 

구글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다음의 두 가지를 모토롤라 인수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구글과 모토롤라가 협력하여 휴대폰 분야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며, 그 결과 소비자들은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휴대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모토롤라의 특허가 안드로이드의 생태계를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이 밝힌 공식적인 이유가 무엇이건, 구글은 모토롤라 인수를 통해서 다음의 세 가지를 희망했을 것이다.

첫째, 그들이 밝혔듯이 안드로이드 진영을 특허전쟁에서 보호하기 위함이다.

둘째, 스마트폰을 포함한 다양한 기기를 제조함으로써 추가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자 한다.

셋째, 모토롤라가 가지고 있는 셋탑박스를 활용하여 스마트TV, 더 나아가 스마트 홈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구글이 표면적으로 강조한 이유는 특허 확보를 통한 안드로이드 생태계 보호이지만, 나는 실제로는 두 번째 목표가 더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목표는 스마트폰과 분리하여 생각하기 위해서 별도로 설정하였지만, 둘째 목표와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다.

 

 

4. 희망 (1): 모토롤라 특허를 통한 안드로이드 진영 보호

 

삼성·애플의 특허 전쟁이 세간의 모든 관심을 끌고 있지만, IT분야에서의 경쟁에는 거의 언제나 특허 문제가 관련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니까, 스마트폰 경쟁자인 애플, 운영체제(OS)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특허 공세를 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애플→삼성·HTC, MS→삼성·HTC, 오라클→구글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하는 구글 보다는 제조업체를 공격하는데 주력하는 듯하다. MS는 안드로이드 OS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애플은 다른 제조업체들이 자신의 디자인과 UI(User Interface)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중 일정 부분이 안드로이드 OS에 포함된 기능이다. 실제로 MS는 삼성, HTC를 포함한 많은 안드로이드 OS 사용업체들에게 로열티를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다만 그 금액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업체별로 대당 5달러 미만에서부터 15달러까지 서로 다른 추정치가 존재할 뿐이다.)

구글도 통신 분야에서 특허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 때는 통신장비 시장의 최강자였으나 파산하게 된 노텔(Nortel)의 특허권 확보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2011년 6월 30일 마무리된 경매에서 애플이 58% 지분을 갖고 MS, RIM, 소니, 에릭슨, EMC가 주주로 참여한 ‘Rockstar Bidco’가 45억 달러를 제시하여 6천여 건의 특허를 사들였다. 노텔이 보유한 특허는 무선통신 장비와 휴대폰뿐 아니라, 광 및 데이터 네트워킹, 인터넷, 인터넷 광고, PC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것이다.

한편 노텔 특허를 놓친 구글은 이로부터 한 달 반 후에 모토롤라 인수를 발표했고, 이를 통해 확보한 모토롤라 특허는 24,500건(미국 특허 17,000여건)이다.

 

그러나 과연 구글이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 129억 달러라는 거금을 썼을까? 겉으로만 보면 애플 등이 6,000여건의 노텔 특허를 확보하는데 45억 달러를 썼으니, 모토롤라는 훨씬 더 많은 특허 뿐 아니라 다른 자산도 있는데 이를 인수하는데 129억 달러를 들인 것은 완벽하게 설명할 만하다.

그럼 애초에 왜 노텔 특허에는 더 많은 금액을 투입하지 않았을까? 구글은 노텔 특허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고, 경매 개시가격인 9억 달러도 구글이 사전 협상에서 노텔에 제시한 가격이다. 경매가 진행되면서 구글은 인텔과 제휴하였음에 불구하고, Rockstar Bidco가 제시한 45억 달러 보다 높은 가격을 제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애플에 비해 구글이 노텔 특허에 더 소극적이었음이 드러난 것인데, 그 이유는 노텔 특허가 OS 업체 보다는 휴대폰이나 통신장비 제조업체에게 더 많이 필요한 것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MS가 안드로이드 OS를 공격할 때, 이를 방어함에 있어서 노텔의 특허는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정은 무선통신장비 및 휴대폰 사업을 주로 해온 모토롤라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물론 통신 특허가 취약한 애플을 공격하는 데는 모토롤라의 특허가 유용하겠지만, 뒤에서 살펴보듯이 실제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경매라는 방식 자체가 구글이 원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노텔 특허가 낙찰되도록 만든 측면도 있는 듯하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노텔의 특허가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구글이 제시한 9억 달러가 경매 개시가격으로 책정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정도 가격이라면, 무선통신에 점점 더 깊숙이 발을 디뎌놓고 있지만 이 분야 특허는 거의 갖지 못한 구글 입장에서는 고려해 볼만한 가격이었을 듯하다.

구글은 모토롤라를 인수 완료한 후 모토톨라의 자산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특허 가치를 55억 달러로만 산정하였다. 지난 7월말 모토롤라 인수 후 처음으로 제출한 분기 실적 보고서(Form 10-Q, p. 20)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모토롤라의 가치는 특허권 55억 달러, 모토롤라 보유 현금 29억 달러, 영업권(Goodwill) 26억 달러, Customer Relationship 7.3억 달러, 기타 자산 6.7억 달러로 산정되었다.

종합하면, 구글이 모토롤라 특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감안할 때, 모토롤라의 주된 인수 목표가 특허권 확보를 통한 안드로이드 생태계라고 보호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본격적인 제조업 진출에 대한 다른 제조업체들의 반발을 의식한 외교적 표현이었을 것이다.

 

아직 1년이 채 경과하지는 않았지만, 모토롤라 특허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분명 모토롤라는 특허 전쟁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기 시작했다. 애플이 자사의 특허 침해를 이유로 삼성·HTC·모토롤라 등을 공격하는데 맞서, 모토롤라도 법원과 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에 애플을 상대로 여러 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표적인 예로, 모토롤라는 지난 1월 플로리다 연방 지방법원에 애플의 iPhone4S와 iCloud에 사용된 기술이 자신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또한 지난 8월 18일에는 ITC에도 iPhone, iPad 등의 애플 제품이 7건의 모토롤라 특허를 침해했으므로 이 제품의 판매를 막아달라고 제소(complaint)하였다. 여기에서 문제 삼은 기술은 시리의 음성인식 기술, 이메일 알림, 장소 알림(location reminder), 비디오 플레이어 등이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8월 24일), ITC는 모토롤라가 오래 전에 제소한 사건에 대해 모토롤라에 불리한 결정을 내렸다.  모토롤라가 2010년 11월에 애플이 자사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제소한데 대해, ITC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6인 위원회는 통신 표준특허를 포함한 4건 중에서 3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하고, 한 건의 비표준특허 - 센서에 의해 작동하는(sensor-controlled) UI - 에 대해서만 특허 침해의 소지가 있으니 다시 심리하라고 Judge(ITC의 judge)에게 환송하였다.

한편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한 직후인 작년 9월, HTC는 구글이 보유한 9건의 특허를 ‘양도’받아 애플을 ITC와 델라웨어 연방 지방법원에 제소하였다. 이것은 구글-모토롤라를 중심으로 한 안드로이드 연합군의 본격적인 애플 공격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난 6월 ITC는 HTC가 이 9건의 특허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즉, HTC가 구글로부터 완전히 특허를 매입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임차하였거나 또는 명시적인 재매입 조건이 있기 때문에 HTC가 보유한 특허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삼성, HTC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조업체가 모토롤라의 특허권을 기반으로 특허 풀을 형성하여 애플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는 곧 모토롤라를 인수한 첫 번째 이유의 상당 부분이 무력화된 것을 뜻한다.

애플·삼성간 ‘특허 소송’의 결과를 보아도 통신 특허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물론 아직 소송이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전 세계 10개국 정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 사 간의 소송을 보면 애플이 디자인·UI 특허로 공격하는 것을 삼성이 통신특허로 막아내는데 역부족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직 통신특허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온 곳이 많지는 않지만, 지난 8월 24일 한국에서 애플이 삼성의 통신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판결 내려진 것을 제외하면, 네덜란드 법원이 삼성 손을 들어준 것이 유일하다. 이번 미국의 결정 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삼성의 통신특허 관련 소송 3건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 희망 (2): 모토롤라를 통한 모바일 기기 시장 진출

 

구글이 단지 특허 때문에 인수했다는 주장을 의심하는 분위기는 처음부터 존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같은 견해가 좀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얼마 전에 다음과 같이 하드웨어 사업에 대한 구글의 관심을 표현했다. “우리는 항상 하드웨어 사업을 하기를 원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항상 어떤 형태론가 하드웨어 사업을 하기를 원했다. 이것(모토롤라 인수)이 가장 빠르게 하드웨어에 진출하는 길이다.”  

구글이 2005년 안드로이드를 인수해서 모바일 OS를 만들겠다고 생각할 때만 해도 그들은 모바일 시장을 자신의 광고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만 생각했는지 모른다.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사용하게 하고 이를 아주 개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가능한 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단말기기를 늘림으로써 자신의 광고 매출이 늘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구글은 모바일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예컨대 iOS는 구글의 검색 바를 ‘default setting'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검색광고 매출의 40-50%를 구글이 갖고 나머지를 애플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를 통한 광고 매출에도 비용이 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한 분석에 의하면,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광고 매출의 약 39%를 통신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체 등에게 트래픽 획득 비용(Traffic Acquisition Cost)으로 지급한다. 여기에 연구개발비, 마케팅 비용 등 구글 자체의 비용을 감안하면 안드로이드를 통한 매출의 영업이익률은 ‘불과’ 34%로 추정된다.그런데 이 비용에는 2005년에 안드로이드 인수 비용(비록 1억불이 채 안 되는 걸로 추정되지만), 그 이후의 개발비용 등 안드로이드 관련 직접 비용이 따로 계산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영업이익률은 더 낮아질 것이다.

 

이처럼 안드로이드를 개발,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비해, 안드로이드만을 통해서 거두어들이는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다른 제조업체들의 안드로이드 OS와 구글 플레이(앱스토어)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큰 편이다. 결국 구글은 자신의 막강한 힘을 활용하여 큰 돈을 벌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유료화하는 것은 적어도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 그랬을 때 안드로이드의 경쟁력 - 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구글이 모바일 분야에서 획득한 전문성 - 을 제조업 분야로 전이시킴으로써, 제조업에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시도하는 것이 마지막으로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다.

요약하면 안드로이드는 지난 몇 년 사이에 엄청난 파워를 갖춘 SW 플랫폼이 되었다. 그러나 이 파워를 밸류로 전환하는 메카니즘이 부족하다. 특히 안드로이드 자체를 통한 매출 창출은 제한적이다. 그랬을 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가치사슬의 다른 구성요소에 그 힘을 전이시킴으로써 파워를 현금화(monetization)하는 방안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모토롤라를 인수하기로 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구글의 이런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구글이 애플처럼 안드로이드 OS-모토롤라 단말기의 폐쇄적인 수직결합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안드로이드 OS를 모토롤라에게 배타적으로 제공한다고 해서 모토롤라 경쟁력이 좋아지는 것은 제한적인데 비해, 배타적 제공에 따른 안드로이드 시장점유율 감소 등 손실이 더 클 것이므로 고려하지 않을 옵션이다. 그렇지만 구글이 모토롤라를 가지고 있는 한 구글과 제조업체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듯하다.

구글이 인수했다는 사실만으로 모토롤라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 모토롤라가 이미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OS 관점에서 더 좋아질 여지는 없으며, 또한 구글 브랜드가 휴대폰 경쟁력에 기여하는 바도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토롤라가 좋아지려면 구글이 ‘팔을 걷어붙이고’ 모토롤라를 도와야 한다. 그랬을 때 구글의 자산이 ‘차별적이고 배타적’으로 모토롤라에 유리하게 쓰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적어도 다른 제조업체들이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은 너무나 농후하다. 그랬을 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독과점 소송, 구글-제조업체간의 갈등, 제조업체들의 안드로이드 진영 이탈(윈도우폰, 타이젠으로의) 등이다. 물론 구글이 모토롤라로부터 거두어들일 수 있는 이익이 아주 크다면 이러한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현재의 구도로 안정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모토롤라가 새롭게 판을 뒤흔들 여지가 별로 없다.

만약 구글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으면 모토롤라의 회생 가능성은 더욱 줄어든다. 구글이 인수한 시점에 모토롤라는 이미 너무 안 좋은 상태였다. 캐나다의 RIM처럼 시장점유율도 바닥까지 추락하고, 적자는 엄청나게 쌓여갔으며, 브랜드 가치 또한 충분히 훼손되었다.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는 한 회생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런데 도리어 구글의 100% 자회사로 ‘격하’되어 의사결정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이해관계 충돌도 더 많아질 것이다. 자칫하면 도움은 못 받으면서 간섭만 받고, 기업의 목표에 대한 혼선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건 많은 피인수 기업들이 겪는 이슈이다.)

구글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모토롤라를 적극 돕자니 다른 제조업체들이 반발할 것이고, ‘방치’하자니 모토롤라가 회생하지 못할 것 같다. 가치사슬의 한 부분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가진 기업이 가치사슬 내에서 사업 확장을 할 때 생기는 문제를 구글은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구글 인수가 결정된 이후에도 모토롤라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영업이익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 이미 회복의 모멘텀을 잃은 모토롤라가 회생할 것이라고 믿을만한 징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구글은 지난 8월 12일 모토롤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전체 인력의 20%에 해당하는 4천 명 정도를 해고하고 전 세계 94개 지사 중 1/3을 폐쇄할 예정이다. 구글에서 파견된 새로운 CEO인 Dennis Woodside는 또한 작년에 로우엔드 단말 중심으로 27개 모델을 생산했는데, 앞으로는 소수의 스마트폰 중심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모토롤라는 과거에 노키아와 유사하게 많은 모델의 저가 피처폰을 생산하는 방식을 유지하다가, 스마트폰으로의 전환기에 적응하지 못해서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경영진은 모토롤라를 소수의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마치 애플처럼. 구글의 혁신 계획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구글의 계획이, 과거의 강점이 새로운 시대에는 더 이상 강점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완전히 새로운 - 사실은 정반대의 - 회사로 탈바꿈하는 시도라는 점이다. 물론 대주주가 바뀌고, 경영진이 교체되어서 변화의 계기는 만들어졌다. 그리고 구글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보태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인수 직후의 구조조정은 회사를 혁신하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비용절감과 ‘방만한’ 경영을 손보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가능성은 이번의 구조조정이 모토롤라의 축소 지향적 move를 더욱 촉진시켜서, 모토롤라가 아주 작은 틈새 기업으로 남거나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다.

 

 

6. 희망 (3): 모토롤라 셋탑박스를 활용한 스마트TV 경쟁력 확보

 

셋탑박스를 둘러 싼 이슈는 비교적 간단하다. 모토롤라로부터 셋탑박스를 공급받는 케이블TV 사업자(MSO, Multi-System Operator), IPTV 사업자(통신사업자), 인공위성 TV 사업자 등은 모두 거의 동일한 사업영역과 향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즉, 가입자에게 다수의 유료채널을 공급하여 월정액을 받고 있으며, VOD, 게임, 음악 및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자신의 플랫폼을 만들어서 가입자를 lock-in하고 추가적인 매출을 올리려고 하고 있다.

만약 구글이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면, 구글이 가진 다양한 역량들이 - 예컨대 검색기능,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그리고 구글의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까지 - 셋탑박스에 포함되도록 하고, 구글은 이러한 기여분에 대해 유료방송 사업자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구글이 이러한 역할을 직접 수행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구글은 이미 구글TV를 통해서 TV를 스마트화하려는 계획을 선보였다. 구글TV가 담고자 하는 내용은 실시간 방송채널, VOD, 게임, 음악 및 애플리케이션 등,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가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할 계획을 가진 영역과 완전히 겹친다. 구글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셋탑박스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계획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사업영역이나 계획이 정면으로 부딪치면 조정의 여지는 별로 없다. 물론 구글도 TV 영역에서 이들 유료TV 사업자의 힘을 알기 때문에 이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구글TV 또는 구글 셋탑박스가 유료TV 사업자의 셋탑박스를 무료로 포함시키고, 유료TV 사업자는 여전히 실시간 방송 수입을 갖도록 하는 대신 TV 플랫폼은 구글이 소유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제안을 MSO가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이처럼 서로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현재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MSO들은 이미 구글이 셋탑박스를 공급하는 것 차체를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탑박스는 B2B 사업이기 때문에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구매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이렇게 되면 모토롤라에서 그나마 자그마한 이익을 내고 있는 셋탑박스 부문이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심지어는 구글에게 빠른 시일 내에 셋탑박스 부문을 매각하도록 ‘권유’했고 구글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소문도 있다.

구글이 이번 기회에 구글TV와 관련된 협상을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시작할 준비는 아직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는 이들과 협력하는 모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이들과 경쟁하는 모델로 갈 것인지 조차도 결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셋탑박스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MSO들의 압박을 버텨가면서까지 셋탑박스 부문을 지키려고 하면, 엄청난 매출 감소로 그나마 멀쩡한 자산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래서 구글이 모토롤라 셋탑박스 부문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아직은 가시적인 결과가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가격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고 있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7. 모토롤라의 미래

 

모토롤라는 독자적인 제조업체로 회생하기에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새 경영진이 휴대폰 사업부문을 혁신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결여되어 있다. 설사 어느 정도 회생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애플과 삼성이 이익의 90%를 가져가는 구도로 시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모토롤라가 상당한 수준의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랬을 때 구글로서는 모토롤라 휴대폰 사업부문에 집착할 이유가 별로 없다. 구글이 ‘이머징 디바이스’ - 구글 글래스, 구글 Nexus Q, 구글 Nexus 7과 같이 아직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레퍼런스 역할을 할 디바이스  - 를 직접 개발, 제조하는 것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머징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모토롤라가 없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이런 것들을 생산하기 위해서 모토롤라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129억 달러짜리 장난감’을 구입했다는 비판과 딱 어울린다.

따라서 구글은 휴대폰 부문을 매각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일부 보도에서 언급한 소문과 같이, 모토롤라에 관심을 가질만한 기업들은 화웨이나 ZTE 같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정도이다. 이들은 여전히 모토롤라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기술, 통신사업자 및 유통망과의 오랜 관계 등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가격 등의 조건을 가지고 너무 시간을 끌다 보면 매각의 마지막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끝난 것으로 보이는 구글의 셋탑박스 부문도 빨리 매각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남을 자산은 아마도 특허가 될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구글이 수십억 달러씩이나 지불해가면서 특허권을 인수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 기나긴 인수의 여정이 특허권에서 시작된 것이니, 그리고 값이 얼마냐 하는 문제를 차치하면, 구글에게 필요성이 인정되는 유일한 자산이니 이를 계속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모토롤라 인수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마지막 보루로서라도...

 

 

8. Epilogue

 

나는 지난 1월 다른 블로그 포스팅에서 구글에게 모토롤라가 이미 계륵이 되었으며, 몇 년 이내에 모토롤라가 다시 매물로 나온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생각보다 더 빨리 올 가능성이 커진 듯하다.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함으로써 모토롤라가 회생하는데 기여하지도, 모토롤라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드는데 기여하지도 못할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케이스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기업 인수가 여러 개의 목표에 부합하면 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차라리 하나의 확실한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만 못하다. 구글이 가치사슬 내에서의 무리한 확장을 정당화하다 보니 이런저런 목표와 희망을 끌어들였지만 역시 실행력에서 모든 게 드러났다.

그리고 우리는 늘 시너지를 추구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큰 시너지가 발생하는지 꼼꼼하게 따져 보지는 못하는 듯하다. 오래 전에 누구로부턴가 들은 말이다. “꽃가게와 배추가게를 같이 해도 시너지는 발생한다.” 그런데 여기까지. 시너지가 있으니 배추가게를 인수해야겠다는 소리는 하지 말자.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