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ESG 열풍과 역풍이 교대로 불어 대고 또 시행착오와 도전이 있어 왔지만, ESG는 투자와 경영의 새로운 지침으로 자리잡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 중에서 2024년에 특별히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을 영역들을 하나씩 짚어 본다.

 

1. 본격화된 ESG 정보공시 의무

 

ESG 투자는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들에 투자함으로써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그 출발점은 기업의 ESG 성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대부분 ESG 성과 공개가 의무화되지 않았고, 공식적인 정보공개 기준 또한 없었다. 그러나 2024년은 규정 준수(compliance)의 원년이 될 것이다. 올해부터는 훨씬 더 많은 기업이 촘촘하게 만들어진 기준에 따라 의무적으로 ESG 정보를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EU가 가장 적극적이다. 올해 발효되는 EU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EU의 모든 대기업, 상장 중소기업, EU 지역 매출액 1.5억 유로 이상의 비EU 기업에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대상 기업 수가 약 5만 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EUCSRD 발효에 맞춰서 ESG 정보공시 표준도 마련하였는데, 이것이 ESRS(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이다. ESRS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84개 항목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국가나 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가 발표한 표준에 비해 더 포괄적이고 상세한 편이다.

미국은 기후변화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2022년 기후정보 공개규정 초안을 공개하였고, 20244월 중에는 확정할 예정이다. 이 규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스코프 3(scope 3) 탄소 배출, 즉 공급업체들이 배출한 탄소에 대한 공개 의무 부과 여부 및 범위에 관한 것이다. 스코프 3 대상은 비상장 기업이 많아서 SEC 권한 밖이라는 지적, 스코프 3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 등을 고려하여 최종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정보공시 의무는 상장’ ‘대기업에만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EU 대기업은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정보공시 의무를 지는데, 매출액 4천만 유로, 자산 2천만 유로, 종업원 250명 중 둘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면 대기업으로 간주된다. 상장 중소기업이 대상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많은 중소기업이 스코프 3 정보공개 대상업체로서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고 나아가 이를 줄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EU에서 1.5억 달러 매출이 발생하는 한국 기업과 공급업체도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2. 회사 재무제표에 대한 ESG의 심층적인 통합

 

한때 별도의 이니셔티브로 여겨졌던 지속가능성 이슈들은 이제 기업의 재무 핵심에 더 깊숙하게 통합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가능성과 재무 건전성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ESG 경영이 본원적인 기업 경영 활동의 일부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특히 앞에서 보았듯이 더 많은 기후 및 ESG 공시가 의무화됨에 따라, ESGCFO 및 재무 관리자의 영역이 되면서 지속가능성과 재무 지표들이 통합되기 시작했다. 이제 통합을 잘 이루어 낸 기업들은 ESG/재무 정보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위험을 관리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환경에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더 나은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탄소 가격을 미리 고려하는 기업에게 탄소는 자산인 동시에 부채이다. 즉 석유 및 가스 매장량과 재고를 대차대조표에 포함하는 석유 회사는 미래의 탄소 배출세와 화석 연료 생산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를 계산해서 반영해야 함을 의미할 수 있다.

 

3. 공급망 관리 의무 강화

 

국제기구와 주요국 정부는 기업이 협력업체에 대해 사회·환경적 요소를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ESG 평가기관은 공급망 내 인권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20222월 발표한 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202312월에 EU 의회와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받고 2024년 초에 발효될 예정이다. 이 지침은 기업이 협력업체들의 인권 현황과 환경 오염 등을 자체 조사해 문제가 있을 경우 해결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지침은 EU 대기업뿐 아니라 EU 지역에 수출하는 대기업에도 적용될 예정이어서, 해당 기업이 EU에 본사를 두지 않더라도 본사와 자회사, 계열사 및 공급망에 있는 모든 기업에 대해 인권 및 환경 실사를 해야 한다.

또한 주요국은 기업들이 스코프 1(직접 배출), 스코프 2(에너지 사용에 따른 배출)뿐 아니라 공급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 3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처럼 스코프 3까지 공시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에 큰 변화다. 공급망 전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측정은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더구나 앞으로 대기업에는 스코프 3까지를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은 공급망에 포함된 중소기업들을 압박할 것이고 재무적이나 기술적으로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다.

 

4. 보다 엄격해진 그린워싱 규제

 

각국 정부는 그린워싱을 규제하는 조치들을 계속 도입해 왔다. 각국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정의한 분류체계(Taxanomy)’를 도입하고, EU2021년 지속가능 펀드의 요건을 공시(SFDR)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4년에는 그린워싱을 보다 더 엄격하게 규제하는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EU에서는 2024그린 클레임 지침이 발효될 예정인데, 이 지침에 따르면 친환경,’ ‘탄소중립,’ ‘20%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등의 문구를 제품에 사용하려면 이러한 주장이 입증되고 제3자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지침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필요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이 지침을 어길 때에는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한편 미국 SEC20239‘Names Rule’을 개정하여, ESG 펀드 등의 상품명에 특정 투자 대상 항목을 기재하면, 그 투자 대상을 펀드 자산의 80% 이상이 되도록 편입하도록 하였다. 이 규칙 개정에 따라 ESG 펀드에서 만연하던 그린워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5. 지속가능성을 위한 AI의 역할 증대

 

인공지능(AI)은 많은 부문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지속가능성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AI는 기업이 지속가능성 문제를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대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분석: AI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기업은 소비 패턴을 식별하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며, 다양한 지속가능성 전략의 영향을 예측할 수 있다.

- 기후 관련 위험 관리: AI 기반 도구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예측하고,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며, 기업이 이러한 사태에 대비하고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제품 및 서비스의 지속가능한 혁신: 소비자가 보다 지속가능한 쇼핑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부터 건물이나 공장의 에너지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자동화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AI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많은 유망한 솔루션의 핵심이다.

그러나 윤리적 사고방식으로 AI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AI 기술의 책임 있는 사용을 보장하고 편견을 피하며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을 보장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이제 기업에게 부차적인 옵션이 아니라 필수 요소이다. 또한 ESG 트렌드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향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따라서 ESG 트렌드를 예측하고 이에 적응하는 기업은 미래 도전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점점 더 까다롭고 도덕적인 시장에서 리더로 주목받을 것이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