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삼성-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특허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2년 전에 애플이 미국 법원에 제기한 1차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왔을 때 이에 대한 내용을 이 블로그에 올린 바 있다.

이 포스팅에서 나는 이 결정으로 특허 분쟁의 웬만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적, 경제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법원에 의존하기 보다는 양자간 협상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 디자인 및 UI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

- 삼성(안드로이드 진영)의 디자인 및 UI 변경

- 변경 불가능한 디자인 및 UI에 대해서는 ‘적절한’ 로열티 합의

- 통신 특허 중 표준특허는 FRAND 조건에 입각하여 로열티 합의

- 비표준 특허는 case-by-case로 필요에 따라 라이선싱

- 주요 지역을 제외한 국가의 쌍방 간 소송 취하

 

그럼에도 양사의 버티기는 생각보다 오래 갔다. 그럼 누가 버텼을까? 둘 다?

속 사정을 전혀 모르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만 보면 애플이 크게 먹을 것 없는 싸움을 끝까지 버틴 꼴이다. 즉, 많은 사람들의 우려에 비해 이미 2년 전의 1심 최초 판결에서 삼성이 잃은 것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후 삼성이 애플에 9.3억달러를 배상하라는 1심 최종 판결에 대해서 애플은 항소를 포기했다. 그리고 애플과 삼성이 서로 맞고소한 2차 소송의 1심 판결에서는 양사의 특허가 모두 부분적으로 인정받았고, 삼성은 애플에 1.2억달러, 애플은 삼성에 15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을 받았으니, 사실 애플은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음을 확인한 셈이다.

그리고 특허 싸움이라는 것은 시장의 주도권에 대한 싸움이고 서로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가기 위한 싸움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에서 더 이상 차별화 전략이 큰 의미가 없고, 비용우위 전략으로 넘어가는 양상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에 쓸데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둘 다에게, - 특히 차별화라는 관점에서 삼성에게 타격을 주고자 했던 애플에게 - 생겼는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건 끝내기다. 어차피 삼성이 애플에 지급해야 할 배상액은 미국 법원에서의 평결로 upper bound가 정해졌다. 그 밖에 꼭 필요한 특허들에 대한 로열티 협상만 맺어지면 된다. 미국 법원에서의 소송을 아직 취하하지 않은 것은 혹시 몰라서 마지막 볼모를 남겨 둔 것이다.

 

2.

애플과 삼성이 이렇게 싸우는 사이 스마트폰의 범용화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빨리 진행되는 듯하다. 나는 내 책을 포함한 여러 글에서 스마트폰 시장은 결국 삼성과 중국의 싸움이 되겠지만 당분간은 삼성의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이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았다.

스마트폰이 본격화되기 전인 '07-'09년 사이에 삼성전자 통신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0% 주변이었고, 휴대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20%가 조금 안 되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12-'13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0%대 초반, IT & Mobile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8%로 치솟아 올랐다. 내가 삼성이 어느 정도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을 때, 내 마음 속에 있었던 수치는 '15-'16년까지는 스마트폰 점유율 30%, 영업이익률 10%대 중반을 지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2분기 스마트폰 점유율 25%, 영업이익률  15.5%까지 밀렸다. 단지 시장점유율을 좀 내주었다는 정도가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 1위, 인도 휴대폰 1위를 글로벌 업체가 아닌 로컬 업체에게 내주었다는 것은 범용화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까? 갑자기 이렇게까지 밀리게 된 데에는 삼성의 대응 잘못도 있을 것이다. 저가 스마트폰 상품기획 및 출시, 브랜드 전략 (저가 상품을 위한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 것인지를 포함한), 해당국에서 통신사업자와의 유대 관계, 단기적인 영업전략 - 이 모든 것들이 착착 들어맞아야만 실적이 나오는 것이고 삼성은 누구보다 이런 걸 잘 하는 기업이다. 어쩌면 삼성전자에서 상품 포트폴리오와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들 조차도 중국과 인도가 이렇게 빨리 쫓아오리라고 예상 못했는지도 모른다. 틀림없이 절치부심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뭔가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서 단기적으로는 2분기보다 실적이 좋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범용화로 간다. 혁신적인 "스마트폰 3.0"을 삼성이 내놓지 않는 한...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휴대폰에서 얼마나 더 수익성 and/or 시장점유율을 버티느냐, 그리고 그 사이에 삼성이 다른 먹거리를 만들어내는지 여부이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