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싸이월드 게시판에 2008년 2월 14일 작성한 글입니다.
  Fast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가 되어야 하는 우리 기업들, 많은 Hidden Champion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메시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지은 'Built To Last(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경영학 서적 중  하나이다.  이 책은 다양한 자료와 분석을 통해서 성공하는 기업(이 책에서는 "비전기업"이라고 표현)들의 특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꽤 많은 내용들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저자들은 이를 신화(Myth)와 현실(Reality)로 정리하여 책의 앞 머리에 제시하고 있다.  이 문장들이 보다 힘을 가지려면 역시 본문에 소개된 자세한 사례와 분석들이 곁들여져야 하겠지만, 책을 다시 꺼내 읽지 않고도 핵심내용들을 refresh할 수 있어서 좋다. 

신화1: 일류기업을 시작하려면 일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현실: '일류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 수 있다. 일류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 비전기업은 거의 없다.  사실 몇몇 비전기업은 특별한 아이디어 없이 시작했고, 몇몇 기업은 시작한 후 바로 실패를 겪기도 했다.  더욱이 비전기업들은 창업정신과는 상관없이 비교기업들에 비해 초기의 성공이 확실히 덜한 경향이 있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처럼 비전기업들은 대개 느리게 출발하나 결국 경주에서 이긴다.

신화2: 비전기업에는 위대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비전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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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비전기업에 카리스마적인 리더는 절대로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에 해가 될 수 있다.  비전기업의 몇몇 중요 CEO들은 카리스마적이고 오만한 리더의 모델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비전기업의 CEO들은 개인적으로 위대한 리더가 되는 것 보다 생명력이 긴 조직구조를 만드는데 더 신경을 썼다.  그들은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 되려고 했지, 지금이 몇 시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신화3: 성공적인 회사들은 우선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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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이윤극대화'는 비전기업들의 역사를 볼 때 그들의 주요 목표나 그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힘은 아니었다. 그들은 여러가지 목표를 추구했는데, 돈을 버는 것은 그중 하나였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 그들은 이익을 추구했으나 동시에 핵심이념 - 돈 버는 것 이상의 핵심가치와 목적의식 - 에 의해 인도되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비전기업들은 그들보다 더 이익을 추구한 비교기업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신화4: 비전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올바른' 핵심가치 중에는 공통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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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비전기업이 되기위해 가져야 할 '적절한' 핵심가치란 없다.  사실 어느 두 회사가 극단적으로 다른 이념을 가질 수 있으나, 두 회사 모두 비전기업일 수 있다.  비전기업에서의 핵심가치는 대체로 '계몽적'이거나 '인간적'이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념의 내용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얼마나 깊이 그 이념을 믿고 있으며, 모든 면에서 그 이념이 얼마나 일관성있게 살아있고 호흡되고 표현되느냐 하는 것이다.  비전기업들은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가?"하고 묻기 보다는 "우리는 정말로 마음속 깊이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하고 묻는다.

신화5: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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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비전기업들은 거의 종교적일 정도로 그들의 핵심이념을 보존하고 있다.  비전기업 핵심가치는 확고한 토대를 구축하고 있고 당시의 경향이나 유행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핵심가치가 100년 이상 다치지 않고 남아 있다.  또한 비전기업의 기본목적 - 존재이유 - 은 수평선상에 오랫동안 떠 있는 별처럼 수세기동안 길을 안내하는 등대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핵심이념은 굳게 지키면서도 발전을 강하게 추구하여 그들의 소중한 핵심가치를 타협하지 않고도 변화에 적응한다.

신화6: 우량기업들은 안전 위주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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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비전기업들은 외부인들에게 딱딱하고 보수적으로 보이나, 그들은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Big Hairy Audacious Goals, BHAGs)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높은 산을 오르거나 달에 가는 것처럼 BHAGs는 아마도 기를 꺽거나 위험할 수도 있지만, 거기서 나오는 모험, 흥분, 도전은 사람의 오기를 자극하고 피를 솟구치게 하며 전진하는 큰 힘을 창조한다.  비전기업들은 역사상 중요한 시점에 BHAGs를 현명하게 사용하여 비교기업들을 강타하고 발전을 자극해 왔다.

신화7: 비전기업들은 누구에게나 일하기 좋은 직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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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힘든 업무 요건과 비전기업의 핵심이념에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에게만 비전기업은 일하기 좋은 직장이다.  비전기업에서 일할 경우 여러분이 비전기업에 적응하여 크게 발전하지 않는다면 아마 세균처럼 사라질 것이다.  두 가지 중 하나이지, 중간은 없다.  비전기업은 私敎집단과도 같다.  비전기업들은 그들이 나타내는 것과 얻고자 하는 것이 명확해서 그들의 기준에 딱 맞출 의사가 없거나 맞출 수 없는 사람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

신화8: 크게 성공한 회사들은 보기 좋고 복잡한 전략적 기획에 의해 그들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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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비전기업들은 실험, 시행착오, 기회, 글자 그대로 우연에 의해 그들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되돌아보면 빛나는 안목과 기획에 의한 것 같은 의사결정들도 종종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어떻게 되나 봅시다" 하는 것들의 결과였다.  이런 점에서 비전기업들은 종의 생물학적 진화를 흉내낸다.  우리는 전략기획에 대한 어떤 책보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비전기업의 성공을 확실히 재현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신화9: 근본적인 변화를 자극하기 위해 기업들은 외부에서 CEO를 고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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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우리는 비전기업들의 역사를 다 합쳐 놓은 1700여년 동안 CEO를 외부에서 데려온 경우를 단지 네 번 발견했다.  그것도 단지 두 회사였다.  내부에서 성장한 경영진이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가 비교기업들에서보다 비전기업에서 훨씬 - 여섯 배 - 많았다.  이런 사례들은 중요한 변화와 신선한 생각은 내부에서 나올 수 없다는 기존의 생각에 일침을 놓았다

신화10: 성공한 기업은 주로 경쟁기업을 물리치는데 관심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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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비전기업들은 일차적으로 자신을 이기는데 중점을 둔다.  경쟁자를 물리치고 성공을 거두는 것은 비전기업의 최종 목표라기보다 "어떻게 하면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할 수 있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데 대한 결과다.  그리고 그들은 이 질문을 매일같이 - 늘상 해 온 생활방식으로, 어떤 경우에는 150년 이상이나 - 해 왔다.  그들이 어떤 성과를 거두었고 그들의 경쟁자들보다 얼마나 잘했는지 결코 "이만하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화11: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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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비전기업들은 '아니면(or)'이라는 악령 - A 아니면 B를 가질 수 있고, 둘 다 가질 수는 없다고 말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견해 - 으로 스스로를 야만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그들은 안정 아니면 발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다른 선택들, 즉 사교같은 문화 아니면 개인적 자율성, 내부에서 성장한 관리자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 보수적인 제도 아니면 BHAGs, 돈 버는 것 아니면 가치와 신념으로 사는 것 등의 선택을 거부한다.  대신 그들은 '그리고(and)'의 靈神 - 그들로 하여금 동시에 모두를 추구하도록 하는 모순적인 견해 - 을 선택한다.

신화12: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비전 선언문'을 통해 비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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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비전기업들이 비전선언을 했기 때문에 (자주 그런 선언을 하기는 하지만) 그런 위치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또한 오늘날 경영에서 유행이 된 비전, 가치, 목표, 사명, 야뭉 중 하나를 그들이 실제로 작성했기 때문도 아니다. (물론 비전기업들은 유행이 되기 수십년 전부터 비교기업들보다 더 자주 그런 비전선언을 작성해 왔다.) 비전선언을 만드는 것은 비전기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만, 우리가 비전기업에서 발견한 기본특질을 표현하는 끝없는 과정의 수천 단계 중 하나일 뿐이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