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싸이월드 게시판에 2008년 2월 11일 작성한 글입니다.

"조직은 우수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성과를 올리는 것이 아니다.  조직은 조직의 수준과 습관과 기풍을 통해 자기개발의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조직의 수준과 문화와 기풍은 개개인이 성과를 올리는 경영인이 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체계적으로, 또 초점을 맞춰 자기훈련을 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다."
 - Peter Drucker, "자기경영노트"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뛰어난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누구나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뛰어난 사람들도 어쩌다 "이상한" 조직에 데려다 놓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많이 본다.  따라서 "뛰어난 사람들이 있어야 훌륭한 조직이 된다"는 말은, 어떤 조직과 그 조직의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구성원도 성장하고 조직도 발전하는 dynamics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개개인이 열심히 자기훈련을 하면 해당 조직의 수준, 문화, 규율이 올라가고, 그 결과 우수한 인재가 만들어진다는 드러커의 표현은 동어반복적이다.  대학 시절에 읽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우화적 그림책이 생각난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제외한 모든 분량은 한 마리의 나방이 나비가 되는 힘든 과정을 그리는데 할애하고 있다.  한 마리의 나방이 나비가 되는 것이 이리도 힘든데, 마지막 한 페이지에서는 갑자기 모든 나방이 나비가 되는 낙원이 펼쳐져서 황당해 하며 책을 덮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개개인의 실존적 결단이 뭉치면 사회적 변화가 된다는, 도덕 교과서 식의 결론은 당시 사회의식으로 가득찬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책 전체의 맥락으로 볼 때 드러커가 이 책에서 개개인의 도덕적 결단을 강조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보다는 훌륭한 조직과 우수한 인재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힘에 있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면 조직이 저절로 잘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규율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교육시키라고 고위경영자들에게 촉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