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3년 6월 7일

 

 

조신·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
조신·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

 

 

 

구글 글라스, 애플 '아이워치(iWatch)', 삼성 갤럭시카메라…. IT 기업들이 이곳저곳으로 스마트 기기의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다. 이 새로운 기기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혁신적 제품이라고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머지않아 슬며시 사라질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스마트 기기를 갖게 될까? 이미 폰·태블릿·PC·TV 등 서너 대의 스마트 기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에 새로운 기기 하나를 추가함으로써 얻는 효용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새로운 스마트 기기가 기존 기기들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제공하거나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지 않은 한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는 않을 것이다.
스마트 기기가 융·복합화되는 추세도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등장으로 둘 사이에 있는 MP3 플레이어, 전자책 리더기, 게임기는 틈새 상품으로 밀려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를 대체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이미 각자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기기들 사이에서 새로운 기기가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스마트 기기 자체가 아닌 연결성(connectivity)의 확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전화 통화, 정보 획득, 영화 감상, 물품 구입을 하면서 효용을 느낀다. 이 같은 연결을 위해 최소한의 스마트 기기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되는 스마트 기기는 새로운 대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주고 이를 통해 소비자가 큰 효용을 느낄 때 비로소 그 기기가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것이 기기 간(M2M) 통신 또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다. 과거엔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기기 간의 연결에 주력했다. 앞으로는 우리 주변의 기기들이 스마트해지면서 기기 간 직접 통신이 일반화할 것이다. 앞으로 등장하는 스마트 기기들은 대부분 기기 간의 연결성 확보에 더 초점이 맞추어질 전망이다.
사물 인터넷이 일상생활에 자리 잡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가전제품·조명·CCTV·공공 디스플레이 등 모든 기기가 스마트해져서 우리 몸에 지니는 스마트 기기와 연결되고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곧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가 지향하는 '멋진' 세상이다. 아직 소비자들은 이런 서비스에 별도 요금을 지불할 용의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멋진' 세상은 여전히 공상소설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이처럼 기술보다는 수익 모델 부재가 우리 주변의 기기들을 스마트화하는 데 더 큰 걸림돌이다.

앞으로 나타나는 수많은 스마트 기기의 미래는 결국 연결성이라는 관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수익 모델이 확실한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구글 글라스, 삼성 갤럭시 카메라와 같은 고성능 기기들은 이들의 특수한 연결성에 가치를 부여하는 소수의 소비자가 찾을 것이다. 스마트 시계처럼 자체 기능보다 기존 기기와 연동에 초점을 맞춘 소비자 기기들은 기존 기기의 활용 가치 증대가 주된 소구점이다. 이에 걸맞은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 책정된다면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가정이나 공공장소에 설치된 대부분의 기기는 새로운 수익 모델의 개발에 맞추어 스마트화될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다소 먼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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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