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2년 6월 22일

 

페이스북 주가를 두고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상장(上場)을 둘러싼 여러 잡음이 불을 붙이더니 주가 하락과 함께 거품이라는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이거 거품 아니야?"라고 수군거리다 상장을 앞두고 숨죽인 채 지켜봤는데 악재가 이어지자 "거봐, 내가 거품이라고 했잖아"라고 일제히 떠드는 모습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동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거품 여부는 이슈가 아니다. 대다수의 판단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공모가는 기업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았다. 그렇다면 그런 공모가가 책정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공모가의 기업공개가 가능했을까? 시장이 비합리적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거품은 미국식 혁신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비용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페이스북 주가가 거품이란 주장은 지나치게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에 근거한다. 페이스북의 PER는 104배이다. 그에 비해 구글과 애플은 각각 16배, 14배에 불과하다. 104배의 PER가 정당화되려면 몇 년 이내에 순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광고매출은 성장세가 꺾였다. 올 1분기 광고매출은 지난 분기보다 8%나 줄었다. 페이스북 주가가 적정하다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이 견해는 앞으로 모바일 광고·앱스토어·온라인 쇼핑 등 다양한 수익원이 발굴되리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가치산정에 따르면, 새로운 수익원이 생겨서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공모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전체 증시는 어떤가? 증시에는 IT·벤처 거품이 끼어 있는가? 닷컴 종목이 상장만 하면 주가가 급등을 거듭하던 10여 년 전에 비하면 지금의 증시는 차분한 편이다. 페이스북 주식이 20~30% 떨어진 수준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증시가 이성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셜 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이 공모가(20달러)의 절반인 10달러대, 소셜 게임업체 징가 역시 공모가(10달러)를 밑도는 6~7달러인 점 역시 증시 전체에는 큰 거품이 없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혁신 시스템은 '백화제방', 즉 모든 아이디어의 경쟁을 통해 가장 좋은 것을 고르고, 파격적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꽃이 예쁘게 피려면 제때에 거름을 주어야 한다. 단계별로 엔젤투자, 벤처투자, 그리고 기업공개를 통해 혁신을 장려한다. 기업공개는 혁신 시스템의 마지막 단계로서 보상을 안겨준다.
공모가와 기업가치가 정확하게 일치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는 다소 무리한 보상이 가도 괜찮지 않으냐는 암묵적 합의가 미국 시스템에는 있는 듯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타 창업자와 엔젤·벤처투자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 미국식 시스템의 본질이다. 페이스북·그루폰·징가는 소셜 서비스 시대를 연 3총사다. 그러니 이들에게 어느 정도 거품이 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물론 거품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식 혁신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비용은 최소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비용이 아예 없어야 한다는 주장은 틀린 말이다. 그러면 아예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 다행히 이 시스템도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효율화되고 있다. 닷컴 버블을 이겨내면서 구글과 아마존이라는 기업이 탄생하는 과정은 너무나 비용이 컸다. 그에 비해 이번에 소셜 서비스 혁신을 이루어낸 비용은 훨씬 작은 것으로 보인다.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는 어린이의 순진한 눈으로 어른들의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둘러싼 상황에서는 '철없는 어른'들이 "월가 탐욕 탓에 거품이 낀 사기극"이라며 입에 거품을 문다. 그 거품 덕에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