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싸이월드 게시판에 2008년 3월 22일 작성했던 글입니다.
  요새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인문학에 대한 passion이 아니라 fashion이 된 듯 합니다.

1. 우리 사회에도 엄청난 양의 책을 읽어내고, 그를 훌륭하게 소화하여 일반인들에게 전달해 주는 이야기꾼들이 제법 있다.  그런데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이들 중 대부분의 메시지는 자기 계발에 관한 것이다. (아마도 사회의 관심 영역이 그리 넓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물론 성당에 피정이 있고 교회에 부흥회가 있듯이, 자기 계발을 위해서 다른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프로그램 또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 계발이란 근본적으로 깊은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자기 계발 서적 과잉시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 세상이 이렇다 보니, 가톨릭 신부님이 성경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 서적을 신자가 아닌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차동엽, "무지개 원리")  강의를 듣고 책을 대충 훓어보니 베스트셀러답게 훌륭한 메시지가 많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자기계발서라면 성경이 最古이자 最高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 따라서 신부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것이라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 신부님이 자기계발에 관한 책을 쓴다면 성경을 읽으며 깊은 성찰을 할 때 도움이 될 책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의 책과 강의가 성경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거부감없이 들으라고 강조하는 신부님을 보면서 저 분에게 성직자 신분, 성경, 그리고 하느님은 어떤 의미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3. 최근에 "통섭"이 강조되면서, 인문학과 다른 분야간의 만남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옛부터 인문학적 교양은 지식인과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졌지만, 이를 쌓는 것은 개인적인 노력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갈증이 존재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관련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이다.  정진홍은 엄청난 독서가이고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광범위한 독서량에 대해 기가 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가 쓴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는 다양한 인문서적을 잘 정리하고, 그것이 경영과 관련하여 갖는 함의를 제시하고 있다.  말하자면 소화하기 쉽게 된 인문학적 지식, 당의정을 입힌 인문학인 셈이다.  그러나 나는 혼자서 힘들여 읽은 역사책 한 권이 가져다 주는 통찰력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조금 더 심하게 이야기하면 "이제 자기 계발서가 인문학이라는 옷을 입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4. 이러한 경계를 전제로 하더라도, 이 책이 가지는 효용가치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시대와 영역을 넘나들며 엮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많은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귀절들을 정리해 본다.  

5. 청나라 초기 흥륭의 역사를 130여년간 지속시킨 강희/옹정/건륭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강희제의 수신덕목은 리더가 두고 두고 새겨야 할 내용이다...
 - 마음과 지혜를 함께 닦는다.
 -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라
 - 선이 작다고 그것을 아니 행하지 말고, 악이 작다고 그것을 행하지 말라.
 - 즐기되 빠지지 말라.
 - 몸과 마음을 다하여 힘써라.
 - 한 사람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지, 천하가 한 사람을 받드는 것이 아니다.

6. 창의적인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30:70의 원칙을 지켜라.  즉, 자기시간의 30%는 실질적인 업무에 쏟되, 나머지 70%는 재충전과 여가 혹은 남들 눈에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에 투자하라. (不在 경영)
 - 400년 이상 된 고전을 많이 읽어라. (사람들의 시선이 비껴가고 있는 지점을 살피라.)
 - 몰입의 즐거움을 배워라.
 - 요컨대 창의성이 발현되려면, 마음, 머리, 손, 발이 다 움직여라.

7. 디지털 시대, 감성 리더의 7가지 덕목
 - 느림을 확보하라.  속도를 내는 진짜 이유도 느림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 상상력으로 승부하라. (상상의 베이스캠프를 높은 곳에 쳐라)
 - 차이를 드러내라. 차이의 근원은 자기 정체성이다.
 - 느낌을 존중하라.
 - 낯선 것과의 마주침을 즐겨라
 - 감각의 레퍼런스를 키워라. 내가 가진 레퍼런스의 두께는 곧 나의 두께다.
 - 감각의 놀이터에서 변화와 놀자. 변화를 즐겨라

8. 이제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팔아야 한다.
 -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을 찾아라. (예; 운동선수 후원)
 -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낼 수 있는 이벤트를 열어라.
 - 고객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라.
 - 코펜하겐공항에서 그린랜드의 빙원을 사들여 1등석 고객에게 얼음을 제공했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이 얼음에는 피라미드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의 공기, 즉 태곳적 숨결이 담겨 있습니다."  얼마나 멋진 스토리텔링인가!

9. 조직은 스토리텔링이 강한 감성 CEO를 원한다. 시장은 감성 바이러스가 넘치는 '이야기가 있는 상품'을 원한다.  그러니 마음을 뒤집어보라.  그리고 마치 아담 스미스가 시장을 발견했듯이, 차별화시킬 자신만의 무언가와 자신만의 감성 바이러스를 발견해내라.  나아가 그것을 자신의 삶에 담아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라. 어눌해도 좋고, 서툴러도 좋다.  다만 자기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여야만 거기에 시장이 열리고 미래가 펼쳐진다.  기업의 CEO는 마음 산업을 이끌만한 감성 리더십을 갖추고, 기업은 강력한 감성 바이러스가 담긴 이야기가 있는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 이 마음 산업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의 주인이 될 것이다. ("필요"에 따라 생성된 시장은 포화될 수 있지만,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시장은 포화될 수 없다.)

10. 유혹은 생존을 위한 노력이다. 유혹하면 살고 유혹할 수 없으면 죽게된다.  시장에서도 매력있는 상품을 만들려면 유혹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 남을 따라하지 않고 자신만의 멋과 맛을 발견해야 한다.
 - 싫증나지 않는 새로움을 약속해야 한다.
 - 스스로 지치지 않게 유혹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
 - 지체하지 말고 유혹의 결실을 만끽해야 한다.
 - 쉬지말고 다시 유혹해야 한다.
 (이제 남을 얼마나 죽일 수 있는지 하는 "하드 파워"가 아니라, 남을 얼마나 유혹할 수 있는지 하는 "소프트 파워"가 중요하다.)

11. 마셜, 맥아더, 아이젠하워, 패튼이 리더에게 보내는 메시지

 - 독서하라
 - 자신부터 군기를 세워라
 - 시간을 손에 넣어라
 - 과감하게 공격하라. 한 번 놓친 주도권은 되찾기 힘들다. 좀 더 과감해져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