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운용자산이 10조 달러를 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매년 초 블랙록이 주주로 있는 기업의 CEO들에게 공개적인 연례 서한을 보낸다. (참고로 2021년말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시가총액 합계가 2,649조원이니 2조 달러가 조금 넘는다.) 래리 핑크는 2018년에 보낸 연례 서한에서 기업이 ESG 문제를 잘 해결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매년 ESG 투자 및 경영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올해도 지난 1월 18일에 CEO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발표했는데, 주요 메시지를 정리해 보았다.

올해 서한의 제목은 자본주의의 힘(The Power of Capitalism)’이다. 편지 내용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ES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자의 역할, 기업의 역할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는 이런 활동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으며, 제목에도 이 메시지를 담고 싶어했던 것 같다.

 

1.

블랙록은 자신을 장기투자자로서 확실하게 포지셔닝하고, 같은 맥락에서 블랙록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도 지속가능한 장기 수익 창출을 위한 전략과 행동을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래리 핑크도 단기 실적주의를 극복해야만 ESG 투자 및 경영이 성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다는 뜻이다. 

 

저희 고객 대부분은 은퇴 자금을 위해 장기 투자를 하고 있으므로 투자 기간이 수십 년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저희가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의 재무적 안정은 매우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저희는 접근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객으로부터 자산운용을 위임받은 신의성실 의무를 지닌 투자자로서 지난 10년 동안 고객이 투자한 기업의 CEO 또는 이사회 의장이신 귀하께 서한을 통해 저희 고객의 재무적 목표인 지속 가능한 장기 수익 창출과 직결된다고 믿는 주요 테마들을 강조해 왔습니다.“

 

2.

그리고 래리 핑크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대해서 애매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래리 핑크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단어 그대로 자본주의이며, 기업은 주주에게 장기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의 기업의 목표는 주주의 장기적 가치 추구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도 미심쩍었는지 다음 문장으로 쐐기를 박고 있다. “다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정당한 이익 추구가 여전히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장기 수익성이야말로 시장이 기업의 성공을 판단하는 궁극적인 척도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정의를 전제로, 기업들에게 주요 관계자와 소통하고 연계하는 것을 기업의 중요한 목적과 가치관으로 삼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말미암아 기존 제도에 대한 불신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CEO가 기업의 목적을 기반으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줄일 수 있고 기업의 장기적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훌륭한 기업들은 모두 명확한 목적의식(sense of purpose)과 일관된 가치관을 가졌으며, 무엇보다 주요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연계하는 것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근간입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정치적인 논의가 아니며, 사회적, 이념적 논의도 아닙니다. 소위 깨어있음(woke)”에 대한 고집도 아닙니다. 단어 그대로 자본주의이며, 귀하와 귀사의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 직원, 고객, 거래처, 지역사회와의 상생 관계로부터 추진력을 얻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힘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전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된 상황에서 기업이 주주에게 장기적 가치를 제공하려면,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합니다. 효과적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통해 효율적인 자본 배분이 이루어지며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가치가 창출되고 유지되는 것입니다. 다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정당한 이익 추구가 여전히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장기 수익성이야말로 시장이 기업의 성공을 판단하는 궁극적인 척도라는 점입니다.“

 

3.

핑크는 앞으로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직원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팬데믹이 가장 크게 바꿔놓은 관계는 바로 고용주와 직원 간의 관계입니다.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가 늘어나는 것은 효과적인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특성입니다. 이는 번영을 촉진하고 인재에 대한 경쟁을 활성화 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직원들을 위해 더 긍정적이고 혁신적인 환경을 조성하도록 압박을 가하며, 주주를 위해 더 큰 이익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직원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기업은 리스크를 각오해야 합니다. 높은 퇴사율은 비용을 증가시키고 생산성을 낮추며 기업이 축적한 노하우와 기업 문화를 약화시킵니다.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졌으며, 이는 단순히 급여나 유연 근무 제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용 환경의 재편 외에도, 팬데믹으로 인해 인종 평등, 육아, 정신 건강과 같은 다양한 문제가 회자되었고, 이와 관련된 기대수준에 있어 직장 내의 세대 차이가 부각되었습니다. 이러한 주제의 중심에 이제 CEO 여러분이 계십니다.

앞으로의 근무 환경과 방식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입니다. 귀사의 문화는 새 시대에 맞춰 어떻게 변화하고 있습니까?“

 

4.

핑크는 블랙록이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자신들이 환경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가이기 때문이고, 고객들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 지구를 살리기 위한 아름다운 마음이 아니라 수탁자로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경 문제를 비롯한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넷제로 세계로의 전환은 모든 기업과 산업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곧 우리 모두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에게는 도도새와 불사조 중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그러나 넷제로 전환이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탄소집약적 산업에서 친환경적 산업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이런 점에서 천연가스와 같은 전통 화석연료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특정 섹터에서 투자를 모두 회수한다거나 단순히 탄소 집약적 자산을 상장시장에서 비상장시장으로 옮긴다고 해서 넷제로 세상이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블랙록은 석유 및 가스 회사로부터의 투자 회수를 기본 정책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도리어 탄소 집약적 섹터에서 전환을 주도하는 기업들에게는 자본을 배분하는 것이 넷제로 세상을 실현시키는 방법이라는 강조하고 있다.

 

5.

끝으로, 래리 핑크는 더 많은 주주들이 상장기업의 지배구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에 맞춰 블랙록은 더 많은 고객에게 의결권 행사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6천만 명을 지원하는 연기금들을 포함한 일부 기관투자자 고객들에게 이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으며, 규제나 실행 절차 상의 이슈가 해결된다면 이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Larry Fink's 2022 Letter to CEOs (국문)

Larry Fink's 2022 Letter to CEOs (영문)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