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2021년 11월 15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오늘(12일) 막을 내린다. 이번 회의는 2015년 파리 회의(COP21)에서 체결된 파리협정에서 각국이 약속한 2030년 탄소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상향하고, 2050년 탄소중립(순배출량 ‘0’, 넷제로) 달성이라는 목표에 대해 전세계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했다.

넷제로 목표가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2018년 발간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다. IPCC는 보고서에서 파리협정의 1.5도 상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50년에는 넷제로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1~2년 사이에 120여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그에 맞춰 NDC를 상향하였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 차이

 

그러나 이번 회의는 당초부터 순조로운 결말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선진국 그룹과 개도국 그룹 사이의 갈등이 주된 이유다. 탄소배출 1위인 중국, 4위 러시아는 2060년에야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버티고, 3위 인도는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제시하지 않다가, 총회가 시작한 뒤에야 모디 총리가 2070년에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산업혁명 이후 배출된 대부분의 탄소는 산업화를 먼저 이룩한 선진국 때문이다. <표 1>에서 보듯이 고소득 국가(11.3톤)는 저소득 국가(0.26톤)에 비해 일인당 50배 가까운 탄소를 배출한다. <표 2>에서 대륙별로 일인당 탄소 배출량이 최대 16배 차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료=Our World in Data

 

후진국들에게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입히는 것도 모자라 탄소감축에도 동참하라는 요구는 이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못사는 나라에게 지구 온난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다. 당장 식량 생산, 공장 건축, 전력 공급, 그리고 도로 확충이 훨씬 더 절박하다. 그런데 선진국들은 이들에게 탄소 집약적 공장이나 석탄 발전소는 짓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물론 선진국들도 2009년 COP15에서 개도국의 탄소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매년 천억 달러의 기후 금융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19년 지원금이 795억 달러에 불과하고 2023년쯤에야 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소득, 누적 탄소배출량을 감안하여 적정 기여분을 계산해보면, 독일, 프랑스, 일본은 제 몫을 했지만, 미국의 기여는 압도적으로 낮은 상태다.

COP26이 임박해서야 다급해진 미국은 기여액을 2016년의 4배인 연 114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나섰고, EU도 연 30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남아공 탈석탄 지원금으로 독일 미국이 85억 달러를 지원하고, 일본은 아시아 개도국에 5년간 1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추가적인 약속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개도국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모디 인도 총리는 COP26에서 “선진국은 개도국에 가능한 한 빨리 1조 달러 규모의 기후 금융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을 포함한 전문가들도 천억 달러의 5~10배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개도국 동참 없이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온실가스는 어느 나라에서 배출되건 지구 전역으로 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최종 합의와 이행은 국가 간의 치열한 협상과 주도권 싸움을 통해서 이루어지겠지만, ‘포용적인 지속가능성(inclusive sustainability)’이라는 대원칙이 전제되지 않으면 인류에게는 지구적 재앙만이 있을 뿐이다.

 

공정하고 포용적인 전환 노력해야

 

한 나라 안에서도 탄소중립 전환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6억 8,600만톤이었던 탄소배출을 2050년에는 0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 부문은 2억 7,000만톤에서 0으로, 산업 부문은 2억 6,000만톤에서 5,100만톤으로, 수송 부문은 9,800만톤에서 300만톤으로 줄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발전, 탄소 집약적 제조업,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은 퇴출되거나 생산과정이나 제품을 탄소 중립적으로 전환해야 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여기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실직할 운명이고, 이 기업들이 위치한 지역 경제도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대기업들이 앞으로 모든 생산과정에 걸쳐 탄소중립을 실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납품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들은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에 대처할 준비도 안 되어 있고, 기술적·재무적 역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미래에 큰 사회적 불안과 갈등 요인이 될 것이며, 자칫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서 탄소중립을 도달하는데 있어서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파리협정은 “노동력의 공정한 전환과 좋은 일자리 및 양질의 직업 창출이 필요함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번 COP26에서도 30여개국이 서명한 ‘공정한 전환 선언’이 발표되었다.

최근 공정한 전환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도 취해지고 있다. 예컨대 EU는 ‘유럽 그린딜 투자계획’에 저탄소 경제 전환으로 피해가 큰 지역과 부문에 천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포함했다. 한편 기후변화를 촉구하는 세계 최대의 투자자 모임인 ‘기후행동 100+’는 10월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 지표를 기업 평가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7월 22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발표했으나, 대부분의 정부 계획과는 달리 지원 규모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과 어려운 사람들 간의 격차가 초래하는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선진국은 백신 부스터 샷을 놓아주고 있지만 극빈국들은 백신을 구경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개도국에서 백신 접종이 지체되면 코로나19 극복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사무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감염 위험에 덜 노출되고 소득도 대체로 유지되었다. 그렇지만 육체 노동자들은 감염과 실직 위험에, 자영업자들은 파산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이 상황에서 온전한 코로나19 극복은 역시 어렵다.

코로나19는 기후변화와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문제다. 그리고 공정하고 포용적인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