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실린 기고문도 끝에 링크하였습니다.
요즘 IT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장 큰 화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구글, 아마존에 이어 애플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였는가 하면, MS IBM 시스코 등 전통적인 IT 강자들도 진작부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된 솔루션과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포털, 통신사업자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여기에 가세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대체 클라우드 컴퓨팅이 뭐길래 모든 분야의 IT 기업들이 여기에 뛰어든다고 난리를 치는 것일까? 클라우드 컴퓨팅은 원래 Common, Location-independent, Online Utility on Demand (CLOUD)를 줄인 말로, PC, 스마트폰, TV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저장공간, CPU 등의 HW와 SW를 빌려 쓰는 서비스를 의미하는데, 모든 컴퓨팅 작업이 구름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요컨대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존의 컴퓨터 기능이 인터넷에 흡수되어 인터넷이 스스로 거대한 컴퓨터가 된 상황을 의미한다.
그럼 클라우드 컴퓨팅 상황에서 산업구도는 어떻게 바뀔 것이며, 또 이에 따른 정책적 시사점은 무엇일까?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들은 각종 HW와 솔루션을 구입하여 데이터 센터를 꾸미고 인터넷을 통해 개인 고객과 기업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먼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는 어떤 기기를 통해서건 음악, 동영상을 즐기거나(N-스크린), 문서편집 같은 컴퓨터 작업, 일정․주소록 동기화 등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현재 인터넷 기업(구글, 아마존, NHN 등), 통신사업자(AT&T, SKT, KT 등), 단말기기 제조업체(애플)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원래 출발점이 어디이건 궁극적으로 컴퓨팅과 결합된 새로운 인터넷 공간에서 누가 서비스 플랫폼을 장악할 것이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각자의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더 유리할지 결론짓는 것은 성급하지만, 인터넷에서 이미 많은 가입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더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화 진전에 따라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의 입지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클라우드화로 고객 충성도 강화, 지역성 탈피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기 때문에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더욱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그럼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의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저장공간이나 SW는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미 무료화되어 있는 서비스 플랫폼의 일부분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에게 직접 돈을 받기 보다는 광고수입 확대를 꾀하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를 통해서 수익을 올리려는 사업자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럼 단말기기 제조업체들은 어떻게 될까? 저장공간, CPU, SW 등이 포함되지 않은 단말기는 극단적으로 모니터와 자판이 있는 형태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이미 PC에서는 넷북이나 크롬 노트북 같은 저사양 기기가 등장하고 있으며, 스마트 폰에서도 프로세서, 메모리 등의 사양이 낮은 ‘아이폰 미니’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제조업체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종합하면,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둘러싼 우리나라의 생태계는 우호적이지 않다. 물론 클라우드가 활성화될 수록 소비자의 편익은 증가하겠지만, 국내 인터넷사업자들은 글로벌 사업자에게 차츰 자리를 내주고, 통신사업자들은 클라우드로 새로운 수익원은 창출하지 못하는데 비해 클라우드 활성화에 따라 트래픽은 더욱 증대될 것이니 그만큼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다. 휴대폰 제조업 또한 일상재(commodity)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는 어떠한가? 중소기업들의 경우 필요한 모든 HW와 SW를 구비하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데 비해 그 활용도는 낮은 편인데,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자원만을 빌릴 수 있게 되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서비스 제공업체 또한 많은 업체에게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게 되므로 개인용 서비스와 달리 수익창출이 가능해진다. 한편 대기업들은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타 기업과의 공유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사설(private) 클라우드 구축을 통해 PC 구입비 절감, 협업 지원 등의 편익을 누리려고 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사설 클라우드 구축은 주로 관련 SI업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주로 통신사업자들이 기존의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를 통해 HW, SW 자원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명백한 효율성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편이어서 아직 서비스 활성화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사정을 살펴보았는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장비, 솔루션, 그리고 SW 사정은 어떤가? 원래 인터넷을 구성하는 라우터, 전송 장비 등은 외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런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국내 기술은 이보다 더 취약한 편이어서 미국의 글로벌 기업에 비해 4년 정도의 격차가 존재하며, 특히 가상화, 분산 컴퓨팅 등 핵심 솔루션은 대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의 선발업체들이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을 통합 패키지로 판매하기 때문에, 일부 기술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이를 상용화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사실상 핵심기술 개발은 포기한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SW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되면서 도리어 더욱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취약한 국내 SW산업의 형편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맞아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먼저 클라우드 컴퓨팅이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제도 환경 마련이 필요한 분야가 많다. 클라우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백업장치 등 이용자 보호 장치 강구, 보안 및 정보 보호, 플랫폼 종속을 탈피하기 위한 표준화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 기업 효율성이 제고되는 점을 감안할 때 공공부문의 선도적인 클라우드 도입, 시범 사업 등의 수요 촉진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관련 장비, 솔루션, SW 등의 국산화가 매우 미흡한 상태에서 이같은 정책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한때는 디지털 교환기를 만드는 몇 안 되는 나라였던 한국이,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에도 불구하고 관련 산업 육성이 미흡하여 라우터 등 대부분의 인터넷 장비를 외국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던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정부 정책은 서비스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법제도 정비와 원천기술 개발 및 이의 상용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분명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의 일부로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옆에 자리 잡을 것이지만, 아직은 전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이고 우리나라에서 본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그렇기에 어쩌면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직 구름에 가려 있는 것이 다행인지 모르겠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30/20110630016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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