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륵이 될 폐쇄적인 수직 결합(vertical integration) - 애플의 욱일승천 시기가 끝난 두 번째 이유

I want to tell you three stories about the future of Apple. That's it. No big deal. Just three stories. Here is the second story. ('slightly plagiarized‘ Stanford University Commencement Address of Steve Jobs)


애플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폐쇄적인 수직결합이다. 잘 알다시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OS)-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의 value chain 전 영역을 묶어 내려는 이 전략은 애플이 1984년 매킨토시를 출시할 때부터 고집스럽게 지켜오는 원칙이다. 자신의 OS를 모든 제조업체에게 라이선싱해 준 마이크로소프트나, ‘IBM 클론’이라는 형태로 호환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허용한 IBM의 전략과는 달리, 자신의 OS를 다른 제조업체에게 제공하지 않았고, 하드웨어의 모든 부분을 애플의 완전한 통제 하에 두었다. 그 결과 당연히 매킨토시에 탑재될 애플리케이션 SW들도 애플이 직접 sourcing해 왔다.

이러한 전략은 적어도 시장점유율(M/S) 관점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서 애플의 M/S는 5%를 넘지 못했다. 아이맥이 성공하고 아이팟, 아이폰과 시너지를 거두는 상황에서도 PC 시장에서 2010년 M/S는 7%에 불과했다. 물론 애플은 하이엔드 시장에 주력하여 강력한 충성고객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고, 그 결과 2010년 영업이익의 비중은 M/S에 비해 훨씬 큰 35%에 이른다. 그러나 성장성과 수익성이라는 기업경영 관점에서 볼 때 아이팟 이전의 애플이 성공적인 기업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폐쇄적인 수직 결합 전략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애플이 PC에 다양한 휴대용 기기들을 매끄럽게 연동하려는 디지털 허브 전략에 이러한 통합적인 구조가 도움이 된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전략은 애플 내·외부에서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Wozniak)은 개방적인 구조로 가야 한다고 잡스를 설득하다가 실패했고, 경쟁자인 빌 게이츠도 끊임없이 애플의 전략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또 경제·경영학의 ‘상식’에 따르면 이러한 애플의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애플은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는데 성공한 예외인가? 아니면 역류를 올라가다가 언젠가는 힘이 빠져 밀려 내려올 것인가?


2. 폐쇄적 수직 결합에 대한 비판적 시각 (1) - 경제학의 경우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스티글러(George Stigler)는 수직적 결합이 왜 일어나는지를 산업발전 주기와 연관하여 설명하였다. (“The division of labor is limited by the extent of the market,"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June 1951) 그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산업의 초기 단계에는 모든 부품, 원료 등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조달하거나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제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할 채널 또한 없는 상태여서 직접 판매도 담당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한 기업이 value chain 전반에 걸친 활동을 수직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산업의 규모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부품, 원료, 제조장비 등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기업들이 등장하여 자연스럽게 수직적 분리(vertical disintegration)가 일어난다.

이 같은 수직적 분리가 일어나는 이유는, 전문성을 가진 upstream(부품, 원료) 기업이 수직 결합된 기업에 비해 기술경쟁력과 규모의 경제 실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downstream(최종 제품) 기업이 독점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면 수직적 분리가 일어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특허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최종 제품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경쟁자의 진입이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upstream에서도 전문 기업간의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 이처럼 전 value chain이 경쟁적인 시장구조를 가지게 될 때, 특정 기업만이 폐쇄적인 수직 결합 구조를 고집한다면 기술적·경제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3. 폐쇄적 수직 결합에 대한 비판적 시각 (2) - Christensen의 관점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경영학자 크리스텐센(Christensen)도 특정 산업이 통합적 구조에서 모듈화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 대해 많은 insight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통합에서 분화로 넘어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Christensen & Raynor, “성장과 혁신,” 2003; 영문 명 “Innovator's Solution”)


(1) 초기 시점에 충분치 않던 제품의 기능성과 안정성이 기술진보에 따라 고객의 기대수준을 넘어서는 ‘성능과잉’ 상태에 접어든다.

(2) 이렇게 되면 기능성과 안정성이 향상된 것에 대해 높은 가격을 부담하려는 고객은 점차 줄어든다. 그 결과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시점에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만이 이윤을 올릴 수 있다.

(3) 경쟁 압박으로 인해 가능한 빨리, 낮은 가격으로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은 독점적·상호의존적 방식에서 모듈방식으로 제품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모듈방식이란, 각 부품을 표준적인 모듈화하여 전문 기업들이 생산하면, 이를 완성품으로 조립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4) 모듈방식 덕분에 산업의 분화(disintegration)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비통합형 기업들이 통합형 기업들을 경쟁에서 밀어내게 된다. 어떤 시점에서는 통합이 경쟁의 강점이 되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경쟁의 약점이 된다.


더 나아가 그들은 명시적으로 PC,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에 대해서 폐쇄적인 수직결합 구조의 단점을 설명하고 있다. 다소 길지만 그들의 설명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컴퓨터 산업 초창기의 애플 컴퓨터 - 독점적 구조를 가진 최고의 통합형 기업 - 는 최상의 데스크탑 컴퓨터를 생산했다. 애플 컴퓨터는 모듈 구성으로 생산된 컴퓨터에 비해 더 편리하고 내구력도 강했다. 하지만 데스크탑 컴퓨터의 기능성이 충분해지자 IBM의 모듈과 개방형 표준구조가 지배력을 갖게 되었다. 제품성능이 충분치 않은 환경에서 경쟁의 강점으로 작용했던 애플의 독점적 구조가 제품성능이 충분한 환경으로 변하자 오히려 경쟁의 짐이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모듈장치를 갖춘 비통합 공급업체들이 PC의 폭발적 성장을 주도할 무렵 애플은 틈새시장이나 노리는 위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머지않아 파괴적 컴퓨터 제품의 두 물결 -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용 무선장치 -에서 동일한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초기에 가장 성공한 기업들은 최적화된 상호의존성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다. 경쟁에서 성능이 우선시되는 초창기에 모듈방식의 전략을 구사한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직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산업구조는 개방과 해체의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크리스텐센 & 레이너, ”성장과 혁신, 2003, pp. 188-189)


심지어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도 크리스텐센의 이 같은 우려가 언급되어 있다. 아이작슨은 “애플이 계속해서 독점 구조에 의존한다면 아이팟은 그저 틈새 상품이 되고 말 것이다.”라는 크리스텐센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애플의 전략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심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스티즈 잡스”, p. 646)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이팟에 대한 크리스텐센의 예측은 빗나간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은 과연 틀린 것인가?


4. 그럼 왜 애플의 전략은 지금까지 성공했는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전략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매킨토시의 실패 경험에서 배운 바가 크다. 매킨토시가 성능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이팟의 폐쇄형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아이튠스를 구축하는데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음원 확보였다. 스티브 잡스는 직접 메이저 음반사를 만나서 이들에게 온라인 스토어에서 음악을 파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에 대해서 설득하였다. 기나긴 설득 과정을 통해서 메이저 음반사 모두가 아이튠스에 음악을 제공하게 되었고, 이는 아이팟 성공에 큰 요인이 되었다. 또한 아이폰과 함께 출범한 앱스토어를 개방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물론 앱스토어는 여전히 walled garden이지만,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수 십 년간 "wall"의 존재를 몰랐듯,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walled garden의 아름다운 꽃을 즐기면서 충분히 행복해 하는 상황이다.) 물론 애플이 통제 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다른 앱스토어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부여하고 애플의 시험과 승인을 거쳐야만 앱스토어에 올릴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심지어 앱의 내용까지 통제하려 들었다. 정치적으로 논쟁이 있거나 포르노성 앱을 막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 애플은 PC에서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제품의 수평적인 확대를 통해서 수직적 결합의 결함을 메꿀 수 있었다. PC의 예에서 보듯이, 개별 기기 하나만 놓고 본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다른 회사에 개방하는 MS나 IBM의 접근법을 이길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PC가 다른 모든 기기들의 디지털 허브 역할을 하면서, 기기간의 매끄러운 연동이 더 중요하게 되자, OS·UI·콘텐츠 장터를 폐쇄적으로 운영하여 통일성을 확보한 것이 장점이 되었다.

셋째, 수평적 확대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한번 개발된 OS는 여러 기기에 탑재될 것이니 개발비용을 공유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들은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품 구매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개발자 입장에서도 한 번 개발한 앱이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될 수 있으므로 비용 효율성 및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5. 그렇다면 Stigler와 Christensen은 틀렸는가?

지금까지는 애플이 경제학·경영학의 ‘상식’과는 달리 수직통합 전략에서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나는 애플의 ‘성공’은 경제학의 ‘상식’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크리스텐센이 지적하였듯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시장에서 애플이 거둔 성공은 이 시장이 아직 초기 시장이기 때문이다. 스티글러 식으로 표현하면 아직 초기 시장이어서 upstream 기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크리스텐센에 따르면 두 시장 모두 아직은 기기의 성능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애플의 폐쇄형 구조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설명은, 스마트화, 컨버전스화의 진전으로 관련 시장이 ‘재정의(re-define)’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과거에는 PC·MP3·휴대폰이 별도의 시장으로 분류되었지만, 이제는 이들 기기들의 유사 기능화, 통합화로 말미암아 ‘스마트 정보단말기기’ 시장으로 묶어서 보는 것이 더 맞다. 스마트 정보단말기기 시장은 아직 초창기로서, 전혀 다른 시장에서 활동하던 기업들이 같은 시장을 놓고 싸우는, 완전히 새로운 경쟁지형(competitive landscape)을 맞고 있다. 역시 이처럼 새로운 시장에서는 통합형 기업이 더 유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경제학의 설명이다.

요약하면 애플의 ‘성공’은 아직 초기의,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경제학 이론과 배치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6. 폐쇄적인 수직결합에 대한 잡스의 강한 소신

그런데 이 많은 논란이 아무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애플의 이런 전략이 성공하건 아니건 - 성공을 시장점유율, 성장률, 영업이익으로 측정한다는 전제 하에서 -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전략을 강하게 밀어 붙여 왔기 때문이다. 물론 재무적 성과가 좋다면 스티브 잡스도 더 좋아했겠지만, 그는 재무적 성과를 위해 통합형 구조를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이작슨은 잡스 전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잡스는 안드로이드가 시장점유율을 늘려 가는데도 통제된 폐쇄적 환경에 대한 그의 믿음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구글은 우리가 그들보다 더 많은 통제력을 행사한다고, 우리는 폐쇄적이고 그들은 개방적이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그 결과를 봐요. 안드로이드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을 정도예요. 스크린 크기와 버전이 가지각색이라 100가지가 넘는 조합이 나오잖아요. 나는 사용자 경험 전체에 대해 책임지고 싶어요. 우린 돈을 벌려고 그러는 게 아니에요. 안드로이드 같은 쓰레기가 아닌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지요.”“ (pp. 806-807)


아이작슨은 전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잡스에게 스스로 무엇이 자신의 유산이 되기를 바라는지 써 달라고 부탁했고, 전기의 마지막 몇 페이지는 잡스가 직접 쓴 글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서도 그는 통합형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돈을 내고 그들을 대신해 여러 가지를 통합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온종일 이것만 생각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위대한 제품을 생산하는 일에 극도의 열정을 부린다면 그러한 열정은 우리가 통합성을 추구하도록,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관리를 연결하도록 독려한다. 신천지를 개척하고 싶다면 직접 그것을 해야 한다. 당신의 제품이 다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개방되기를 원한다면 당신의 비전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p. 882)


7. 앞으로 애플은 어떻게 될까? (1) - 폐쇄형 전략을 유지하는 경우

먼저 애플이 현재의 전략을 계속 고집하는 경우에는 앞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이 본격적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단말기기의 범용화(commodity)와 저마진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이다. 이미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많은 경쟁자들이 애플의 지위에 도전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쟁자들(예컨대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도 등장할 것이다. 경쟁은 '가격 인하' and/or '시장점유율 축소‘를 수반한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단말기기의 범용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는 컴퓨팅 파워·소프트웨어·저장공간을 클라우드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단말기기의 사양은 낮아져도 된다. 한편 크리스텐센 식으로 범용화 과정을 설명하면, (1) 경쟁과 기술진보로 말미암아 단말기기는 ’성능과잉‘ 상태가 되어, (2) 경쟁 모드가 성능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으로 바뀌게 되고, (3) 가격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 부품생산은 모듈화된다. (4) 그러면 동일한 부품을 동일한 기준에 따라 조립하는 단말기기 제조업체는 경쟁기업들에 비해 제품성능이나 비용의 차별화가 매우 힘들어진다. 이것이 곧 단말기기의 범용화이다. 수직결합 구조를 통해 하이엔드 제품을 판매하여 초과이윤을 누리던 애플에게 단말기기의 범용화는 수익성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모듈화된 비통합형 기업들의 거센 공격이 있다 하더라도 value chain 전반에 걸쳐 차별화가 가능하다면 수직결합 구조는 여전히 유효한 경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표준화, 모듈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만이 차별성을 갖기는 쉽지 않다. 먼저 콘텐츠 경쟁력을 생각해 보자. 애플 앱스토어와 다른 앱스토어 격차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HTML5를 기반으로 한 웹 플랫폼이 대세가 되면, 물론 앱스토어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경쟁요소로서의 중요성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둘째로, OS 역시 iOS가 아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가 upgrade를 계속함에 따라 그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 그 밖의 다른 OS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셋째, 애플이 고집하고 있는 소수 기종 출시 정책이 통일성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단일 제조업체에 의한 소수 기종이 갖는 통일성이냐, 다수의 제조업체에 의한 다양한 단말기기의 다양성이냐의 선택에는 pros and cons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시장의 성장에 따라 소비자들의 니즈가 더욱 다양해질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이나 UI는 애플이 가장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차별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분야이다. 잡스에게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표면적 모습이 아니라, 제품의 본질이다. 이처럼 애플의 철학이 디자인 및 제품 설계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표준화, 모듈화, 범용화와는 가장 거리가 먼 영역이다. 그러나 이 영역에서의 차별성이 범용화의 거센 파도에서 어느 정도 애플을 보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애플이 폐쇄적 구조를 유지하는 한 머지않아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률 둘 다, 아니면 적어도 하나는 상당한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8. 앞으로 애플은 어떻게 될까? (2) - 폐쇄형 전략을 포기하는 경우

스티브 잡스의 죽음으로 그의 고집스런 폐쇄형 구조는 어떤 형태로건 완화될 것이 분명하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화는 콘텐츠 분야에서의 개방성 확대이다. 예컨대 안드로이드 마켓과 같은 다른 콘텐츠 장터가 애플 기기에 탑재되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애플 단말기기의 경쟁력 유지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곧 콘텐츠 영역의 범용화를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콘텐츠 시장의 개방이 새로운 수익원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iOS를 (일부 디자인 및 제품설계 요소를 포함하여) 다른 단말기기 제조업체에 라이선싱하는 것이다. OS에만 특화한 MS와는 달리 애플은 자신의 브랜드로 단말기기를 계속 만들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경쟁 제조업체가 소유한 OS를 다른 제조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할까? 이는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에 대해서 삼성, LG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가졌던 불안감과 같은 맥락이다. 애플 또한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급격한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전면적인 iOS 라이선싱은 단기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예컨대 애플의 단말기기와 전면적으로 겹치지 않는 영역에서부터 라이선스 모델이 시작된다면 그 영향은 -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 제한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듈화, 분화가 진행되면 완성품 업체의 수익성은 급격히 나빠지지만 일부 핵심 부품을 가진 업체가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이윤을 가지게 된다. PC산업에서의 MS와 인텔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애플은 스스로 수직적 분리를 선택한다고 해도, value chain 요소 중에서 초과이윤을 누릴 수 있는 모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저조한 성과에 쫓기게 된 애플이 폐쇄형 전략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자칫 잘못하면 개방으로 말미암아 애플의 디자인이나 제품 철학에 손상을 가져 온다면 브랜드 파워와 충성고객마저 잃을 수 있다. 


애플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 중 하나는 서비스 영역 비중 확대이다. 앱스토어에서의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애플은 자연스럽게 서비스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마존이 원가 이하로 킨들 파이어를 판매하는 대신 지속적인 콘텐츠 매출을 통해 이를 보전하려는 비즈니스 모델은 애플도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는 대안이다. 또한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발표를 통해 서비스 영역으로 바짝 다가선 것으로 판단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컴퓨팅 파워·소프트웨어·저장공간을 기기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제품의 서비스화 모델이다. 애플은 기기간 연동이 가장 매끄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N-스크린과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서비스화 전략에도 많은 장애요인이 있다. 우선 웹 플랫폼화가 급격하게 진행된다면 앱스토어에서의 수익원은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아직은 비즈니스 모델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애플은 2008년 년 99달러를 내면 기기간 콘텐츠 공유 및 연동을 해주는 모바일미(Mobile Me)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아이클라우드 출시와 함께 무료 서비스로 사실상 대체되었다. 이처럼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직은 기기를 구매한 고객에 대해서 충성도를 강화시키는 용도로 사용될 뿐 별도의 수익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9. 이제 두 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다. 빌 게이츠가 스티브 잡스 사망 직전에 그와 나눈 대화에서 “통합적이고 수직적인 모델도 훌륭할 수 있다는 점을 당신은 증명했다”는 ‘덕담’을 한 것으로 전기는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후에 아이작슨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스티브가 지휘할 때는 통합적인 접근법이 효과적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수많은 게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가 스스로 중요한 유산으로 꼽을 만큼 폐쇄적 수직결합 구조에 대한 신념은 분명했다. 따라서 잡스가 살아있는 한 '애플=폐쇄적 수직결합 구조'의 등식이 성립하였다. 이제 잡스가 떠났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이지만, 잡스의 죽음과는 관계없이, 조만간 애플에게 폐쇄적인 수직결합 구조 전략이 계륵이 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즉, 애플로서는 이 전략을 지킬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떤 선택을 하건 지금보다는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앞으로 얼마나 나빠질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스마트화, 융합화가 진행되는 시점에 스티브 잡스와 같은 visionary가 있었기에 우리가 애플 제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재무적 성과에만 집착하였다면, 우리는 그런 행운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오늘의 애플이 누리는 재무적인 성과도 없었을 것이다.)


Salute to Steve Jobs!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