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2021년 8월 13일

 

ESG는 투자자와 자본시장에서 촉발되었고 이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다른 글에서 강조한 바 있다. (참고: “지나치다 싶은 ESG 열풍, 원인이 무엇일까?”) 그럼 이 사실이 실제로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 경영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ESG 경영이 실제로 기업가치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 예컨대 대부분 기업들이 ESG 경영 활동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는 달리, ‘통합 보고서(integrated report)’를 발간하고 재무 및 비재무 정보를 통합 제공함으로써 ESG 경영이 어떻게 재무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투자자들도 통합 보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통합 보고를 잘 하는 기업일수록 장기 투자자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ESG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면 더 많은 주주들이 ESG 활동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둘째, 기업가치에 도움이 된다면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 파울 폴먼(Paul Polman)이 2009년 유니레버(Unilever) CEO로 취임했을 때 유니레버는 덩치만 컸지 성과가 부진한 기업이었다. 폴먼은 취임하자마자 분기 실적 전망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는 장기 투자자들을 끌어 들이는데 기여하였고, 오늘날 유니레버는 대표적인 ESG 모범 기업이 되었다.
최근에는 미국 상장사 800여개가 분기·연간 실적 전망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자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 블랙록 CEO인 래리 핑크(Larry Fink)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도 단기 실적주의를 초래하는 전망치 제시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하고 나섰다. 물론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주주들이 반발하여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ESG 경영은 통상적인 경영 활동과는 단절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셋째, 홍보에 신경 쓸 시간에 투자자와 ESG 평가기관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낫다. 요즘 언론에 ESG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기업들 홍보가 많이 눈에 띈다. 물론 ESG에서 일반인 대상 홍보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구체적인 계획과 성과가 있을 때까지 미루어도 늦지 않다. 아직 초기 단계인 지금은 투자자, ESG 평가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지금까지 늘상 대하던 신용 평가기관과는 달리 ESG 평가기관은 기업에게 낯선 상대다. ESG 평가기관들이 어떤 데이터와 어떤 지표를 가지고 기업을 평가하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평가기관마다 평가방법과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들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평가기관 또한 제한적인 정보만을 바탕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이처럼 ESG 평가기관을 잘 이해하면 기업이 제대로 된 ESG 전략을 짤 수 있고, 또 ESG 평가 기관이 해당 기업을 보다 잘 이해함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넷째, 전략적으로 중요한 ESG 활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SG 경영을 잘하려면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창출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ESG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ESG 이슈를 잘 하겠다고 나서면 그 의욕은 높이 살지언정 좋은 전략은 아니다. 이렇게 하면 그로 인한 비용 지출은 큰데 비해 수익성 제고에는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이런 기업이 ESG 경영을 잘했다고 평가받기는 어렵다.
그에 비해 중요한 이슈만을 골라서 집중적으로 대응한다면 좋은 성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요한 ESG 이슈에서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낮은 등급의 기업들에 비해 투자 수익률이 높았지만, 중요하지 않은 ESG 이슈에서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각 산업마다 중요한 ESG 이슈는 다르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이 전력 산업에서는 중요하지만 금융 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ESG 정보 공개 기준 중 하나인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표준은 산업별로 중요한 ESG 이슈들을 제시함으로써, 이 기준을 가지고 기업 간 성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SASB 표준이 기업들을 비교하는데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SASB 표준에 따른 정보 공개를 독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SASB에 포함된 중요 ESG 이슈에서 성과를 거두려고 노력할 것이므로, 우선은 경쟁 기업보다 이들 이슈를 더 잘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그러나 SASB라는 공통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게 똑같은 시험문제가 주어졌으니, 설사 한 기업이 조금 앞서가더라도 다른 기업들도 금방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시스템을 도입해서 효과를 보았다고 알려지면, 다른 기업들도 서둘러 도입할 것이다. 그 시스템을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라면 다른 기업들도 이 시스템을 시장에서 구할 수 있으므로 이것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음 단계로는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ESG 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전략은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독특한 행동들을 잘 결합함으로써, 경쟁우위를 만들어내고 결국엔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남들과 다르고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ESG 활동들을 엮어내야 더 많은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모방을 하게 되고 결국엔 모든 기업들의 ESG 활동은 유사해진다. 그러면 모방과 제로섬 경쟁의 악순환이 벌어져서 ESG 활동을 통해서 남들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는 ESG 경영을 시작할 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필요 조건에 불과하다. ESG 경영에서 실제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각 기업과 해당 산업의 특성, 그리고 경쟁자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꼼꼼한 전략과 집요한 실행이 필요하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