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플의 욱일승천 시기는 이제 끝났다. - Prologue

I want to tell you three stories about the future of Apple. That's it. No big deal. Just three stories. Here is the first story.
(
'slightly plagiarized‘ Stanford University Commencement Address of Steve Jobs)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는 잡스처럼 훌륭한 리더가 사라졌기 때문에 애플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하고, 그 정도가 얼마나 클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애플의 미래를 지나치게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이슈에 연관시켜서 해석하려고 하고 있다.

물론 잡스가 애플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그리고 잡스가 사라짐에 따라 애플의 전략은 큰 영향을 받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조금 다르다. 잡스의 생존 여부나 애플의 향후 전략 방향과 관계없이 애플이 지금까지 누리던 실적이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또한 잡스의 죽음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그의 리더쉽과 기업조직(corporate organization) 또는 시스템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애플이 갑자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당분간 애플은 다른 IT 기업보다는 더 빠른 성장과 높은 이익을 누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전성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처럼 다른 경쟁자들을 정신없이 몰아붙이며 파죽지세로 시장을 주도하는 ‘욱일승천기’는 끝났다는 뜻이다. 이쯤해서 애플의 재무성과를 잠깐 살펴보자.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한 2007년부터 4년 사이에 매출액은 4.4배, 순이익은 7.4배 성장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 숫자만 보고 있으면 마치 갓 출범한 벤처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는 듯하다. 다른 세계적인 IT기업들의 2010년 상반기-2011년 상반기의 이익 증가율이 한 자리 숫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의 실적이 더욱 돋보인다. (구글 6.7%, MS 7.0%, IBM 12.0%, 인텔 6.8%, 삼성전자 -28.8%)

<표> 애플의 재무 실적                                                                                                      (단위: 백만 달러)

구 분

FY 2007

FY 2008

FY 2009

FY2010

FY2011

매출액

24,578

37,491

42,905

65,225

108,249

순이익

3,495

6,119

8,235

14,013

25,922

*애플의 회계연도는 매년 9월말까지 임


2. 이제 경쟁자들도 애플의 next move를 읽고 있다. -  애플의 욱일승천 시기가 끝난 첫 번째 이유
1998년 iMac으로 애플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후, iPod, iTunes, iPhone, iPad, iCloud까지 경쟁자들은 애플이 다음엔 어디로 튈지 예측하느라 전전긍긍했다. 포커 판에서 상대방이 처음에 에이스를 오픈하면 하이로 갈지 로우로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오픈된 두 번째 장을 보면 하이로 갈 듯 보였는데 로우로 간다든지, 또는 하이인지 로우인지 종을 잡기 어렵다가 흔들어서 독식을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애플과 함께 포커 몇 판을 쳐 보았고, 손에 있는 히든카드를 제외하고는 넉 장을 오픈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iPod, iPhone, iPad, iCloud까지 네 번이다.)
이제는 경쟁자들도 애플이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영역(Where to Play)과 사업전략(How to Play)을 알고 있다.

3. Where to Play (Biz Domain) - 스마트TV
애플은 기본적으로 B2C 시장, 즉 개인 고객들에게 정보기기를 제공하여 왔다. PC,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PC, 그리고 셋탑박스 형태의 애플TV까지...그렇다면 그들에게 남아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는 이제 두 군데이다. 본격적으로 스마트TV에 뛰어드는 것, 그리고 가전기기 및 개인용 스마트 정보기기를 모두 묶어내는 스마트 홈 시장...
스티브 잡스는 그의 전기에서 스마트TV 출시 계획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아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통합적인 텔레비전을 만들고 싶습니다. 모든 기기들 그리고 아이클라우드와도 막힘없이 호환되는 그런 텔레비전 말이지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추는 겁니다. 드디어 그걸 구현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p. 864)
스마트TV에서 애플이 다른 플레이어보다 잘 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애플은 단일화된 OS(iOS), UI(User Interface), 콘텐츠 장터를 바탕으로, 스마트폰·PC·TV를 엮는 N-screen 서비스를 누구보다도 잘 제공할 수 있다. 특히 UI에 관한 한 애플을 따라갈 기업은 당분간 없다. 이른바 ‘iTV'가 출시되면 애플의 충성고객들은 이를 구매하기 위해 애플 스토어 앞에 길게 늘어설 것이고, 인터넷 공간과 언론은 이에 대한 관심으로 뜨겁게 달구어질 것이다. 그에 비해 삼성·LG전자 등 제조업체는 OS, 콘텐츠 장터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불리하다. 아마도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구글이 될 듯하다. 구글은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 그리 했듯이, 자신의 OS(안드로이드)와 콘텐츠 장터(안드로이드 마켓)를 가지고 제조업체와 연합하여 애플에 맞서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애플이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들도 훨씬 잘 준비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TV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다르다.
우선 휴대폰의 교체주기가 2년 남짓인데 비해 TV의 교체주기는 10년 정도로 훨씬 길다. 휴대폰이 1년에 12억대 이상 생산되는데, TV는 약 2억대에 그치고 있다. 그러므로 스마트TV를 통해 애플이 단기간에 시장에 가할 영향은 스마트폰에 비해 제한적이다. 또한 스마트폰이 애플의 재무적인 실적에 기여한 정도에 비하면 스마트TV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둘째, 스마트TV에서의 주요 서비스·콘텐츠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많이 다르다. 여기서는 전형적인 leanback contents인 동영상, 게임 등이 주된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아직까지는 애플이 major player들과 제휴를 끌어내는데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즉, 기존의 애플TV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막강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콘텐츠 sourcing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스마트TV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결정한다면, 시기의 문제는 있을 수 있으나, 애플에게만 독점적으로 이를 제공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셋째, TV시장에는 케이블TV·IPTV라는 지금까지 애플이 상대해 본 적이 없는, 그렇지만 강력한 고객접점을 가진 경쟁자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로서는 이들 사업자는 실시간 지상파 및 PP채널들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iTV'를 구매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실시간 방송용 셋탑박스를 별도로 달아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객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케이블TV 및 IPTV 사업자들은 quasi-smart TV(다양한 형태의 VOD)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고객 소유권, 그리고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협상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넷째, 다른 스마트 기기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웹 플랫폼이 대세를 이룰 것이다. HTML5를 기반으로 한 웹 플랫폼이 등장하면 OS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콘텐츠는 웹을 통해서 전달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애플 식의 walled garden approach 또는 end-to-end integration approach가 과연 유효한 전략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부분은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논의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4. Where to Play (Biz Domain) - 스마트 홈
궁극적으로 모든 정보기기 제조업체, 플랫폼 사업자들은 PC, TV, 스마트폰에 가전기기까지를 연동하여 스마트 홈에서 승자가 되려고 할 것이다.
이 영역에서는 가전업체들의 저항이 좀 더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제조업체들은 모든 스마트 기기에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TV와 가전기기는 좀 더 고가이다. 그리고 더 오래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 기능이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이나 PC에 비해서는 덜 중요하다. 따라서 스마트 기능과 OS·UI·콘텐츠 등 HW 이외의 요소를 주된 경쟁력으로 삼는 애플로서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제조업체와의 싸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스마트 홈에 대한 관련 기업들의 전략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거나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 홈이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기반일 것이냐, 아니면 가정에 별도의 홈 서버와 같은 허브 - TV에 포함시키거나 따로 두거나 - 를 두는 형태가 될 것이냐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쪽이건 스마트 홈은 추가적인 수익원 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개별 스마트 기기들이 이미 웬만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연동함으로써 추가적으로 가능한 서비스들이 과연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정도로 매력적일 것인지 의문이다. 즉, 클라우드 기반이라면 매월 서비스 이용료를 내는 형태가 될 것이고, 아니면 홈 서버를 구매하는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인데, 어떤 플레이어에게든 스마트 홈이 추가적인 수입원으로 큰 의미를 가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5. How to Play (Biz Strategy)
PC 시대에는 HW와 SW 및 콘텐츠를 일체형으로 제공하는 애플의 전략은 사실 짐으로 작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전략에 대해서 다른 이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팟-아이튠스가 성공을 만들어 냈고, 아이폰-iOS-앱스토어, 그리고 아이패드는 대박을 이뤄냈다. 다른 이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고, 아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략이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애플이 독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애플의 end-to-end integration approach 전략은 일관성 있게 시행되었고, 경쟁자들은 애플의 다음 전략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먼저 OS 관점에서 안드로이드가 준비되어 있다. 안드로이드는 version up을 계속함에 따라 그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 MS의 반격도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바다’나 인텔과 함께 추진하는 Tizen으로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인지도 관심사이다. 앱 스토어 또한 안드로이드를 필두로 해서 많은 좋은 대안들이 이미 생겼거나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HTML5를 기반으로 한 웹 플랫폼이 대세가 되면 어떤 스마트 기기가 좋은 앱 스토어를 가지고 있느냐는 중요한 경쟁요소가 되지 못할 것이다. 애플이 자랑하는 디자인이나 UI는 여전히 다른 제품보다 앞서고 있고 다른 제품들이 애플의 ‘짝퉁’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격차 또한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애플이 삼성의 갤럭시 탭 디자인에 대한 소송 제기가 그러한 상황변화를 보여주는 한 예일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에서 애플은 2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스티브 잡스는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태블릿 PC에서는 막강한 콘텐츠와 가입자 기반을 가지고 있는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Kindle Fire)가 기세 좋게 쫓아오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아마존이 킨들 파이어를 원가 이하에 판매함으로써 사업자 모델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즉, 단말기기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대신에 서비스·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내겠다는 모델)

6. 이제 긴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다. 요약하면 애플은 당분간 잘 나갈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이나 태블릿PC 시장은 계속 커 나갈 것이고, 그 시장에서 애플은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애플이 이미 올라선 궤도에서 순항하는 것이기 때문에 놀라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애플이 다시 한 궤도 올라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영역(Biz Domain)과 새로운 전략(Biz Strategy)이 필요한데, 남아있는 시장은 넓지 않고, 애플의 기존 전략은 이젠 경쟁사들에게 새롭지 않다. 그렇다고 마땅히 새롭게 채택할 전략도 없다는 것이 애플의 고민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번째 이야기에서 계속하기로 하자.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