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산업 관련 모임이 부쩍 늘어났고 IT산업 정책에 관한 논의도 많아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는 다음 정부에 IT산업 관련 부처를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이냐에 대한 것이고, 정작 IT산업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정부조직은 중요한 이슈이다. 그러나 조직의 형태가 무엇이건, 정책이 신통치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건 마치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눈독 들이는 느낌이어서 좀 볼썽사납다.
지식경제부에서는 산학연 전문가들에게 차기 정부의 IT정책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 큰 방향성을 고민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나는 지난 4개월간 약 40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지경부에 제안할 정책방안의 초안을 만들었고, 12월 4일 ‘미래 IT정책 심포지엄’을 통해서 외부 전문가들의 폭 넓은 의견을 구하고자 했다.
이번 작업의 초안 제목은 ‘통합 IT 생태계 전략’이었다. 이 제목 속에 우리가 고민했던 세 가지 이슈가 들어 있다.
첫째, ‘생태계란 무엇인가?’ ‘왜 생태계라는 말이 중요해졌는가?’ 등에 대한 토론을 통해 아이폰 등장 이후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생태계의 정책적 함의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둘째, 'IT 생태계'의 구체적인 모습과 이슈들에 대한 토론을 통해서 정책 방향성을 도출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IT산업’ 자체 생태계와 IT가 제조업 및 서비스업과 융합되면서 나타나는 ‘IT융합’ 생태계를 나누어서 분석하였다.
셋째, '통합'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하였다. 1990년대 이래 쓰이던 ‘정보화’가 IT 중심적인 표현이었다면, 지난 4-5년간 널리 쓰인 ‘IT융합’이란 표현은 IT와 타 산업의 만남을 강조한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두 개는 별개의 존재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는 제조업의 모습은 이제 IT와 non-IT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서비스업에서도 IT는 이제 본업의 일부로 녹아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은 여전히 IT와 non-IT를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다 보니 IT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 고부가가치화 등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하고 고민해 보았다. 그래서 이러한 구분 자체를 없애는 ‘통합’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였다.
정책방안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부처와 상관없이 IT와 관련한 모든 분야를 다뤘으나, 아무래도 전문성, 요청 부처 등을 감안하여 지식경제부의 업무가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어진 듯하다.
기존 정책들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정책방안에서는 다음과 같은 차별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였다.
(1) IT vs. 非IT산업의 이분법적 시각이 아닌 통합적 접근
지금까지 IT산업을 육성하고 IT와 他 산업의 융합을 촉진하는 전략을 추진했으나, IT화의 진전으로 이분법적 구분의 의미가 퇴색하였다. 제조업에서는 모든 제품에 IT부품과 SW가 고부가가치화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고, 서비스업도 IT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IT-非IT 구분 없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나누어 정책 방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2) 개별 산업별 접근이 아닌 생태계적 접근
기기-네트워크-플랫폼-콘텐츠, 기기-SW-부품 등 개별 산업 간의 협력·경쟁·갈등 관계를 파악하고,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도출하려고 노력하였다.
(3) “백화점식” 종합대책이 아닌 핵심적 정책방안에 집중
각 부처에서 기 수립된 정책은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전제 하에서, 해당 분야의 모든 정책대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 보다는 최적지점(Kingpin)을 명중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이슈들을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정책방안 제시에 주력하였다.
(4) 구체성 있는 프로그램 단위의 정책방안 제시에 주력
추상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차기 정부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프로그램을,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체화하려고 노력하였다.
(5) 정부의 새로운 역할 제시 노력
강력한 규제정책이나 재정 투입 위주의 진흥정책 보다는, 정부는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생태계 조성’을 유도하는 정도의 마중물을 주고, ‘생태계 실패’를 교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첨부한 발표문은 파워포인트 자료의 특성상 작업반에서 고민한 내용의 일부만을 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의견 수렴을 통해서 좀 더 완결성이 높은 정책 방향을 제안할 예정이다.
부디 진지한 토론을 통해서 더 좋은 정책 대안을 만들고 시행함으로써, 우리 IT 기업들이 바깥에서는 글로벌 생태계를 주도하고, 안에서는 건강하고 조화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공생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생태계 중심의 미래 IT경쟁력 강화방안(1204 발표자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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