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0년 5월 14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컬럼을 위해 작성한 초고입니다.
  조선일보에 실린 기고문도 끝에 링크하였습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 이동통신회의(MWC)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한 청중의 공격적인 질문을 받았다. “구글이 통신망을 이용해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이익은 구글이 다 챙기고 통신사업자는 ‘단순통로’(dumb pipe)로만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게 질문의 요지였다. 물론 슈미트는 “구글과 통신사업자는 좋은 협력관계이며 통신사업자를 단순통로로 만들 의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즉, 구글은 좋은 통신망을 필요로 하며, 통신사업자들도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덕을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에피소드는 인터넷과 네트워크 간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그럼 인터넷, 그리고 네트워크 산업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난 십여 년 간 우리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인터넷은 이제 또 한 번 도약의 시점에 와 있다.
먼저, 플랫폼의 복합화가 눈에 띈다. 지금까지 인터넷 기업들은 대략 세 종류의 핵심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 야후·다음이 만들어낸 포털, 구글·네이버의 검색, 싸이월드·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사회적 관계 서비스(SNS)가 그것이다. 이제 이들은 자신의 핵심 플랫폼에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해 가고 있는데, 원래 출발점이 어디건 궁극적인 지향점은 ‘개인화된 웹 허브’로 보인다. 즉, SNS, 메시징(메일, 메신저), 지역기반서비스(LBS) 등을 묶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개인의 웹 이용 관문이 되겠다는 것이다.
무선인터넷도 큰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분야에선 구글이 앞서가고 있는데, 우선 구글의 모든 서비스를 무선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하여 구글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환경을 만들었고, 자체 스마트폰도 출시하였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촉진한 것은 애플의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휴대폰과 앱스토어를 묶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어냄으로써 무선인터넷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인터넷의 수익성도 더 좋아질 전망이다. 검색광고는 개인화를 통해 가치가 상승할 것이며, 세계 모바일광고 시장 또한 급성장하여 ‘12년에는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구글의 매출액은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존의 22%에 불과한데도 기업가치는 220조원으로 버라이존의 2배를 넘는다. 국내에서도 NHN과 KT를 비교하면 매출액은 8% 수준인데 비해, 기업가치는 큰 차이가 없다.

한편 네트워크의 사정은 어떠한가? 좋은 네트워크 없이는 인터넷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유선인터넷 발전과 최근의 빠른 스마트폰 보급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통신망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미국 AT&T의 경우, 스마트폰 도입 이후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무려 40배 증가하였는데 비해 데이터 매출은 1.7배 늘었을 뿐이다. 이처럼 수익모델에 한계가 뚜렷한 상황에서는 이통사들이 투자유인을 갖기 어렵다.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의 수익이 모두 인터넷 업체에게만 간다면 통신망은 그야말로 dumb pipe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과 네트워크간의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데이터요금제는 어떤가? 무선에서는 5%, 유선에서는 10%의 고객이 데이터 트래픽의 90%를 유발하고 있다. 심지어 매일 영화 한 편씩 다운로드 받는 유선인터넷 사용자들도 있는데, 이는 네트워크 효율성이나 이용자 간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무선데이터 무제한 정액요금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유선에서도 소수의 다량이용자에 대한 종량요금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보급을 계기로 모바일산업의 성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균형있는 발전 모델이 필요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13/2010051301941.html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