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플이 1월 19일 디지털 교과서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전기에서 자기는 세 가지 분야, 즉 TV, 교과서, 사진을 재창조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중 연내 “iTV" 출시가 예고되면서 TV의 재창조가 가장 먼저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이번 발표로 교과서 시장 진출이 먼저 이루어졌다.
이번 발표가 교육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에 대해서 벌써부터 많은 논의들이 시작되는 듯하다. 애플이 움직이면 관련 분야에서 항상 큰 변화가 따라왔기 때문에 이번 move도 교육 및 출판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애플의 이번 발표를 그들의 지속적인 “서비스화” 노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도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2. 애플은 “iBooks"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자책을 판매해 왔는데, 이번 디지털 교과서 시장 진출은 이 애플리케이션을 ”iBooks version 2"로 upgrade하면서 여기에 디지털 교과서를 추가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내 iPad2에도 version upgrade하라는 메시지가 들어와 있네요. 친절도 하여라...)
애플은 모든 교과서의 가격은 14.99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애플은 교과서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출판사들인 Pearson, McGraw Hill, Houghton Mifflin Harcourt와 제휴했으며 이들의 교과서 가운데 일부는 당장 구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만든 것이니 당연하게도 교과서를 단순히 전자책 형태로만 바꾼 것은 아니다. 양방향성 도표, 사진, 비디오 등이 추가되고, 밑줄 긋기, 색깔 바꾸기 등 하이라이팅, 노트 필기, 검색, 사전 기능 등이 제공된다. 또한 애플은 동시에 교과서를 직접 집필할 수 있도록 하는 "iBooks Author"도 함께 선보였다.
애플은 이번 발표에서 150만대 이상의 아이패드가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디지털 교과서 출판이 아이패드 시장을 염두에 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499달러가 넘는 아이패드를 소유한 학생들이 아직 제한적이고 현재 학교 교과서 사용 시스템 등을 감안할 때 애플이 출시한 디지털 교재들이 학교에서 곧바로 채택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미국 언론들의 평가도 있는 듯하다. 미국에서는 각급 학교가 교과서를 일괄 구입한 뒤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학기가 끝나면 수거해 다음 학년들에게 재배포하는 등 수년간 재사용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미국의 교과서 시장 규모는 80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3. 애플의 이번 움직임은 다양한 각도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교육시장 관점에서 보면, 애플이 디지털 교과서를 판매함으로써 생기는 30% 수수료만을 염두에 두고 이 시장에 진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과서가 디지털화됨에 따라 B2C 교육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보조적인 학습도구들을 애플이 직접 만들거나 개발자들이 만들어서 이를 앱스토어에서 판매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교과서가 일반화되면 학교에서의 교육방식 또한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B2B 교육시장에서의 새로운 기회도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교재가 사교육 시장에서 가지는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둘째, e-book 시장에서 좀 더 본격적으로 아마존과 경쟁하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현재 e-book 시장에서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대략 70-80%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Nook이라는 전용 e-book reader를 판매하고 있는 Barnes & Noble은 자신의 시장점유율이 25% 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도 2010년 말에 “Google e-book store"를 개설함으로써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직은 킨들과 같은 전용 단말기가 좀 더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아마존도 킨들 파이어 출시를 통해 태블릿 PC 쪽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전자책 시장을 놓고 태블릿 PC와 e-book reader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애플 사업의 서비스화라는 큰 움직임의 한 축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4. 애플 전체 매출액에서 서비스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2011 회계연도의 경우 아이튠스, 앱스토어 등에서 판매한 서비스 매출액(아이팟 액세서리 매출 일부 포함)이 63억달러로 전체 매출액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07년의 25억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긴 하지만, 스마트폰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전체 매출액이 더 빠르게 증가하여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0.1%에서 2011년 5.8%로 도리어 줄어들었다.
그러나 7조원(63억달러) 정도의 연 매출액은 서비스 기업에게는 매우 큰 금액이다. 그리고 콘텐츠 판매에 따른 한계비용이 거의 0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서비스 매출액이 증가할수록 애플의 수익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표> 애플의 서비스 매출액 (단위: 백만 달러, %)
구 분 |
FY 2007 |
FY 2008 |
FY 2009 |
FY2010 |
FY2011 |
전체 매출액 |
24,578 |
37,491 |
42,905 |
65,225 |
108,249 |
서비스 매출액 |
2,496 |
3,340 |
4,036 |
4,948 |
6,314 |
서비스 비중 |
10.1 |
8.9 |
9.4 |
7.6 |
5.8 |
*애플의 회계연도는 매년 9월말까지 임
** 서비스 매출은 아이튠스 스토어, 앱스토어, 아이북스토어 매출액 및 제3자에 의한 아이팟 액세서리 매출 포함
5. 서비스 영역 비중 확대는 애플이 가야 할 필수적인 방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 매출을 증대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애플이 현재로서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 단말 기기에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즐기고 있지만, 단말 기기의 범용화와 저마진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물론 애플은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다양한 형태의 차별화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범용화가 진행되더라도 하이엔드 제품으로서의 프리미엄을 향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산업의 성숙화에 따른 표준화, 모듈화라는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블로그의 다른 글 “애플의 욱일승천 시기는 이제 끝났다 - 두 번째 이야기”를 참고할 것.)
이처럼 단말 기기에서의 이윤이 줄어들 경우에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의 하나가 하드웨어 제품의 서비스화이다. 그런데 이러한 하드웨어 제품의 서비스화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6. 첫 번째는 하드웨어 제품 판매와 서비스 판매를 연계함으로써 서비스 매출을 늘리는 방법이다. 하드웨어 판매와 서비스 판매가 1:1로 결합된 것이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특정 통신사업자의 단말기를 구입했다는 것은 곧 그 통신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못지않은 것이 아마존의 킨들과 같이 특정 목적에 대한 전유성(specificity)이 강한 단말기기의 판매이다. 그러나 킨들을 구매한다고 해서 매달 월정액의 요금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통신서비스만큼은 그 연계도가 강하지 않다.
이처럼 하드웨어 제품과 서비스 판매의 연계성이 강한 경우에는 하드웨어는 원가에 - 또는 심지어는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 판매하고, 서비스 판매를 통해서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통신사업자들이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통해 거의 무료에 가까운 단말기를 보급하거나, 최근에 아마존이 킨들 파이어를 원가 이하에 판매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애플 단말기기의 경우 콘텐츠를 구매할 경우 애플의 앱스토어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하드웨어와 서비스의 연계도가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따라서 애플 입장에서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콘텐츠의 매력도를 높일수록 서비스 매출액이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단말기기의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서비스화”는 바람직한 전략이며, 더 나아가 공격적으로 단말기기를 원가 이하로 판매함으로써 고객을 자신의 서비스에 lock-in하는 것도 고려해 볼 option이 될 수 있다. 다만 애플이 높은 수익을 누리고 있는 아이패드 같은 제품을 모든 시장에서 원가 이하에 판매할 리는 없고, 학교 수업과 연계된 형태로 B2B 시장에서 구매를 하는 경우에는 큰 폭의 할인을 해 줌으로써 자연스러운 가격차별이 가능할 수 있다.
7. 두 번째는 아예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이를 서비스화 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클라우드 서비스는 컴퓨팅 파워·소프트웨어·저장 공간을 기기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제품의 서비스화 모델이다.
따라서 작년에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함으로써 서비스 영역으로 바짝 다가선 것으로 판단된다. 애플은 기기간 연동이 가장 매끄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N-스크린과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화된다면 애플은 상대적으로 싼 값에 단말기를 판매하고 - 또는 저사양의 단말기를 판매하고 - 저장 공간이나 소프트웨어 등의 서비스에 대해서 월 이용료 형태로 징수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8. 그러나 제품의 서비스화 전략에도 많은 장애요인이 있다.
첫 번째로 검토한 제품과 서비스 판매의 연계 전략은 하드웨어 제품과 서비스간의 연계성이 일정 수준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폐쇄적인 수직결합 구조로 말미암아 애플 제품과 앱스토어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지만, 이것이 지속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HTML5의 본격적인 도입에 따라 웹 플랫폼화가 급격하게 진행된다면 애플 앱스토어의 지배력은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애플 단말기기를 가진 고객들이 애플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콘텐츠를 구매하거나, 애플이 현재 징수하고 있는 30% 수수료를 낮춤으로써 고객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콘텐츠를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두 번째로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직은 비즈니스 모델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아직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초기이긴 하지만, B2C시장에서 대부분의 저장 공간이나 SW는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미 무료화 되어있는 서비스 플랫폼(SNS, 검색, 포털 등)의 일부분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에게 직접 돈을 받기 보다는 광고수입 확대를 꾀하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를 통해서 수익을 올리려는 시도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애플도 2008년 년 99달러를 내면 기기 간에 콘텐츠 공유 및 연동을 해주는 모바일미(Mobile Me)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아이클라우드 출시와 함께 무료 서비스로 사실상 대체되었다. 이처럼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직은 기기를 구매한 고객에 대해서 충성도를 강화시키는 용도로 사용될 뿐 별도의 수익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9. 애플이 다른 산업에서 그러했듯이 교육출판 더 나아가 교육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갈지는 매우 흥미로운 관찰 포인트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애플이 “제품의 서비스화”를 강화하기 위해 취할 행동이 무엇일까 하는 것을 예측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PC, 스마트 TV 등 “스마트 가전기기”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애플의 이러한 시도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서 분석, 예측하고 대응해야 할 중요한 이슈이다.
■ 관련 블로그: “애플의 욱일승천 시기는 이제 끝났다 - 두 번째 이야기”
■ 관련 블로그: “아직은 구름 위에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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