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rologue
최근 주요 신문에 아이폰·아이패드 한 대가 판매될 때마다 누가 얼마씩의 이익을 가져가는지를 조사한 결과가 보도된바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12월 26일 보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애플은 제품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등으로 아이폰 판매 가격의 58.5%를 가져갔다. 아이폰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 중 한국 기업의 이익은 4.7% 수준이고, 애플 외의 미국 기업, 대만, EU 기업들은 각각 1~2% 정도의 이익을 가져갔다. 이에 비해 아이폰을 조립 생산하는 중국의 노동력에 대한 대가는 1.8%에 불과했다. 한편 아이패드의 경우 한국기업의 이익이 6.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를 읽고 나면 몇 가지 의문점 또는 생각해 볼 이슈들이 떠오른다.
- 한국 기업들이 애플에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많은 제품을 납품한다고 하던데, 한국 몫이 4.7~6.8% 뿐이라고?
- 일본은 아예 언급도 안 되고 있는데, 그럼 일본의 IT산업은 완전히 붕괴된 건가?
- 애플이 58.5%씩이나 가져간다는데 이런 ‘독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 중국은 세계의 생산기지로 변모하고 있는데, 그들이 가져가는 몫은 불과 2% 미만? 그럼 제조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11226/42887173/1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832297
포브스: http://www.forbes.com/sites/timworstall/2011/12/24/china-makes-almost-nothing-out-of-apples-ipads-and-i/
2. 포브스가 인용한 논문의 주요 내용
포브스는 UC Berkeley, UC Irvine, Syracuse 대학의 세 교수가 작성한 논문인 “Capturing Value in Global Networks: Apple's iPad and iPhone(2011)"의 내용을 인용하였는데, 여기서는 이 논문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보았다. (이 논문은 연구과정을 대부분 생략한 working paper 수준의 글이어서, 저자들이 iPod에 대해서 유사한 방법으로 분석한 2009년 논문을 함께 참고하였다. 이 두 논문은 모두 아래에 첨부한다.)
먼저 아이폰의 경우를 보면, 소매가격 549달러 중 58.5%인 321달러는 애플이 가져가는 몫이고 나머지 228달러(41.5%)는 부품업체와 조립업체의 몫이다. (아이폰은 통신사업자가 직접 구입해서 자신의 유통채널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소매유통 비용이 없다.) 한편 부품업체의 몫은 다시 (1) 인건비를 제외한 매출원가, (2) 인건비, (3) 매출액 총이익(Gross Profit)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 부품기업들의 국적에 따라 매출액 총이익을 계산한 결과를 보면, 한국, 미국, EU, 대만, 일본 기업들이 각각 26달러(4.7%), 13달러(2.4%), 6달러(1.1%), 3달러(0.5%), 3달러(0.5%) 수준이었다. 그리고 특정 국가로 배분하지 못한 부품에 대한 매출액 총이익은 29달러(5.3%)였다. 한편 ‘인건비를 제외한 매출원가’와 ‘인건비’는 각각 120달러(21.9%), 19달러(3.5%)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소재한 조립업체에 지불된 인건비는 10달러(1.8%)에 불과하다.
한편 아이패드(16GB Wi-Fi 전용) 소매가격 499달러는 소매유통 채널, 애플, 부품 및 조립업체가 각각 75달러(15%), 150달러(30%), 274달러(55%)씩 나누어 갖는다. 부품업체의 몫 중 매출액 총이익을 국가별로 나누면, 한국, 미국, 대만, 일본, EU 기업의 순으로 각각 34달러(6.8%), 12달러(2.4%), 7달러(1.4%), 7달러(1.4%), 1달러(0.2%)이다. 한편 부품업체의 매출액 중 ‘인건비를 제외한 매출원가’와 인건비는 각각 154달러(30.9%), 25달러(5.0%)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소재한 조립업체에 지불된 인건비는 8달러(1.6%) 수준이다.
이 논문이 관심을 갖는 것은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미국기업(주로 애플)과 생산을 담당하는 중국이 각각 창출하는(또는 가져가는)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논의하기로 하고, 우선은 부품업체로서의 한국, 일본의 몫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경제학 전공자가 보기에 이 논문은 몇 가지 정의를 혼란스럽게, 그리고 잘못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경제·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읽지 않아도 다음 부분을 이해하는데 상관이 없다.
저자들의 원래 의도는 아이폰·아이패드를 만드는데 있어서, 기획 및 개발, 부품 생산, 조립 생산 등 각 단계별로 창출한 ‘부가가치(Value-added)'가 얼마인지를 계산하는데 있다. 부가가치란 자신이 구입한 원료에 본원적 생산요소(노동, 자본)를 투입함으로써 상품의 가치를 올린 액수를 의미한다. 예컨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가 20달러어치의 원재료를 구입한 후 메모리를 생산하여 이를 애플에 30달러에 판매하였다면, 10달러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회계적으로 부가가치는 인건비, 감가상각비, 이자 및 이윤의 합이다.
저자들은 계산하기 어려운 부가가치 대신에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나머지 액수인 ‘매출액 총이익(Gross Profit)’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매출원가=원료비+인건비”이기 때문에, “부가가치=(매출액 - 원료비)=매출액 총이익+인건비”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출원가=원료비+인건비+감가상각비”이기 때문에, “부가가치=매출액 총이익+인건비+감가상각비”가 맞다. 따라서 위 그림에서 "Cost of inputs: materials"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고, “Cost of inputs: materials+depreciation"이 맞는 표현이다.
한편 애플이 아이폰 판매를 통해 가져가는 매출액 321달러를 이윤(profit)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정확한 건 아니다. 매출액은 인건비, 판매관리비, 이자, 순이익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이 이를 이윤이라고 표시한 것은 애플이 구매하는 원재료는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에 애플이 지출하는 비용과 순이익은 거의 모두 부가가치(Value-added)에 해당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저자들이 Value-added의 대리변수로 Gross Profit(이윤)을 사용하고 있음을 기억하라.))
Capturing Value in Global Networks- Apple iPad and iPhone.pdf
Who Captures Value in a global innovation network- iPod cas.pdf
3. 한국 기업들의 몫은 얼마인가?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4의 부품가격이 약 188달러인데, 이 중에서 한국 기업들이 제공하는 부품의 가격이 46%인 86달러이다. 한국 기업이 납품하는 부품들은 애플 A4 프로세서(삼성), 3.5인치 Retina 디스플레이(LG), DRAM 및 낸드플래시 메모리(삼성), 디지털줌 500만화소 카메라(LG), 배터리(삼성SDI)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에서 인용한 논문에서와 같이 매출액을 매출원가(=원료비+인건비+감가상각비)와 매출액 총이익으로 나눈다면, 매출액 총이익이 26달러이고 나머지 매출원가가 60달러인 셈이다. (물론 두 자료의 부품가격 총액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포브스 논문에 나오는 매출액 총이익 26달러라는 숫자는 애플에 직접 납품되는 최종(1차)부품 업체(삼성, LG 등)가 가지고 가는 매출액 총이익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들 부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2차부품이나 소재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이익 및 부가가치는 나머지 60달러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계산하려면 1차부품 업체 매출액 총이익(26달러)에 인건비, 감가상각비를 더하고, 1차부품 제조에 투입된 원료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몫을 모두 합쳐야 할 것이다.
앞의 논문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중국 이외의 인건비 19달러, 인건비를 제외한 매출원가 120달러에 대해서 실제로 각국이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는지 계산해서 합하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된 한국 기업들의 몫(value)은 아이폰4의 경우 4.7%를 상당히 상회할 것이다. 물론 다른 국가의 몫도 조금 더 늘어나겠지만, 우리나라의 부품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상대적인 증가 폭이 클 것이다.
4. 일본 기업의 역할은 없는 것인가? - 여전한 일본의 핵심소재 장악력
인용된 논문에 따르면 아이폰에서 일본 부품업체가 가져가는 매출액 총이익은 3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본 기업의 전체 매출액 또한 아마도 아이폰 한 대당 10달러를 상회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당 납품액 86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우리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긴지 오래 되었고,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각국이 납품하는 전자부품의 한 꺼풀을 벗기면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디스플레이, 카메라,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2~3차 부품이나 소재는 일본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LCD에 사용되는 주요 2차 부품들은 컬러 필터, 편광판, BLU(Back Light Unit), 액정(Liquid Crystal), 유리, 드라이버 IC 등인데, 이들 2차 부품에 대한 전체적인 국산화율은 약 70% 수준에 이른다. 그 중 하나인 편광판이 대표적인 예인데, 편광판의 국산화율은 현재 68%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해 보인다. 그러나 편광판에 쓰이는 PVA 필름, TAC 필름, 보상 필름, 보호필름 등 3차 부품 또는 소재의 국산화율은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극히 일부 국산화된 품목을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일본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거의 모든 IT제품의 경우 supply(value) chain의 가장 상류(upstream)로 올라 가면 대부분의 소재는 외국, 특히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산화되었다는 소재들조차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공장 또는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생산하는 경우를 포함하기 때문에 국산화율은 과장된 것이다. (코닝과 합작한 삼성코닝이 생산하는 LCD 기판용 유리를 국산 제품으로 간주하는 것이 한 가지 예이다.)
2011년 10월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산업연관표는 이 같은 사정을 숫자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다음 표에서 보면 디스플레이의 경우 100원짜리 디스플레이가 생산되면 여기에 투입된 중간투입비(부품 및 소재 구입비)는 83.9원이고,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16.1원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쓰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중간투입 대비 부가가치율이 이보다 더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이 중간투입 중에서 국산품은 57.6원이고, 수입품은 26.3원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국산 부품이라 하더라도 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소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그럼 궁극적으로 디스플레이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모든 원재료들은 얼마나 될 것이며, 이들의 국산품/수입품 비율은 어떻게 될까?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이 생산유발계수이다. 디스플레이가 1단위 생산되면, 그만큼 생산액이 증가한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한 단위 생산에 필요한 중간투입 또한 생산될 것이다.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중간투입 0.839단위 생산증가) 그런데 이 중간투입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또 다른 원재료가 사용되고, 그 원재료는 또 다른 원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어진다. 이 같은 과정을 전부 합하여, 디스플레이 1단위가 생산됨에 따라 세계경제 전체에 유발되는 디스플레이 및 모든 원재료 생산액을 생산유발계수라고 한다. 즉 표에서 디스플레이 전체의 생산유발계수가 3.79라는 뜻은 디스플레이가 1단위 생산될 때, 여기에 투입되는 모든 중간투입물의 합계가 2.79단위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처럼 유발되는 중간투입물 생산은 국내에 유발될 수도 있고, 외국에 유발될 수도 있다. 역시 디스플레이의 예를 들면, 국내에서 유발된 생산액은 디스플레이 1단위와 중간투입 1.19단위에 불과하고, 전체 3.79단위 중에서 중간투입 1.60단위는 외국에서 생산된다. 반도체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하다. 반도체 1단위가 국내에서 생산되면, 이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투입된 중간투입 중에서 국내에서 생산된 것은 0.54단위에 불과하고, 외국에서 생산되는 중간투입 총계는 1.62단위이다.
<표> 핵심 부품에 사용되는 원재료의 수입 의존도
구 분 |
디스플레이 |
반도체 |
전자부품 | |
중간투입율 |
83.9 |
71.6 |
74.5 | |
|
국산 투입 |
57.6 |
29.8 |
48.6 |
수입 투입 |
26.3 |
41.8 |
25.9 | |
부가가치율 |
16.1 |
28.4 |
25.5 | |
합 계 |
100 |
100 |
100 | |
생산유발계수 |
전체 유발계수 |
3.79 |
3.16 |
3.38 |
국내 유발계수 |
2.19 |
1.54 |
1.94 |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최종 부품이나 소재 중에서 일본에서 생산되는 비중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아이폰의 경우 인건비를 제외한 매출원가가 120달러이고 이중에 감가상각비가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최종부품 및 소재의 약 반 정도가 궁극적으로 일본에서 생산된다고 하면 원재료 부분에서 일본의 매출액은 대략 40~50달러는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원재료는 supply chain의 가장 끝까지 간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매출이 곧 부가가치이다. IT분야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축소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supply chain에서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strong presence)을 내 보이고 있다.
5. Innovation vs. Manufacturing - 미국과 중국
포브스가 인용한 논문이 초점을 맞추는 바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애플이 주로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상품기획 및 마케팅 등의 고임금 기능(high-wage function)이 아이폰․아이패드가 만들어내는 가치(value)의 대부분을 가져간다는 점. 그리고 조립생산을 담당하는 중국이 실제로 가져가는 것은 ‘쥐꼬리’만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이를 통해서 저자들이 강조하고자 하는 바 또한 분명하다. 첫째, 가치사슬이 글로벌 기업들에 걸쳐 있을 때 각 기업들의 국적이 어디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부품과 조립생산이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혁신을 주도한 애플이 고급 일자리를 많이 만듦으로써 대부분의 부가가치를 미국 내에 실현시키고 있다. 둘째, 중국이 아이폰, 아이패드를 각각 228달러, 274달러에 미국으로 ‘수출’하고 미국에 그만큼의 ‘무역적자’를 유발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이 가지고 가는 부가가치는 10달러 미만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자산업의 제조를 미국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고, 미국․중국 간 무역적자 또한 왜곡이 심한 숫자이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창출되는 대부분의 부가가치를 가지고 간다는 사실은 "Innovation Pays!"를 잘 보여주고 있다. 획기적인 디자인과 UI, 단말기기간의 편안한 연동, 기기와 서비스의 수직적 결합을 통한 에코시스템 제공 등 혁신 활동을 통해서 범용화 되지 않은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조립 생산은 워낙 모듈화, 범용화된 기술이란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 나아가 부품도 아직 범용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재의 부품업체 말고도 또 다른 대안이 존재한다. 일본이 주요 부품의 생산을 한국에 넘겨주고 소재 분야에 집중한다든지, 일부 부품에서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현상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애플이 계속적으로 차별성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물론 애플의 디자인과 UI는 오랜 기간 차별화 포인트로 남을 것이지만, 전반적으로 단말기기가 범용화되는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의 다른 글, "애플의 욱일승천 시기는 끝났다 - 두 번째 이야기를 참조할 것.)
범용화된 제조업을 미국으로 가지고 와봐야, 후진국 수준의 저임금 고용만을 창출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만약에 미국의 평균적인 임금을 지급하면서 애플 제품을 생산한다면 이는 애플의 원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아이폰 공장을 미국으로 가져오고, 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고, 그 대신 애플은 지금과 같은 높은 순이익을 포기하라고 강요 또는 설득하는 것도 '대안'이 되겠지만, 애플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는 둘째 치고, 이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게 미국 지도층의 일반적인 의견일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햇볕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이다. 미국에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하는 고급 일자리는 늘겠지만, 미국의 모든 근로자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랬을 때 단순 근로는 후진국 근로자에게 빼앗기고, 창의적인 일을 수행한 능력은 없는 이들 근로자들은 '고급'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부가가치를 함께 나누어 먹는데 만족해야 할 것인가?
6. Epilogue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 IT산업에서 혁신을 이룬 애플 등 미국기업은 그 과실의 대부분을 가지고 가고 있다.
-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중요 부품을 대부분 납품하고 있는 한국도 일정한 지분을 챙기고 있다.
- 그러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챙긴다고, 애플에 납품되는 부품의 2차 부품이나 소재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가치사슬의 가장 상류(upstream)에서 한국 기업에 버금가는 정도의 가치를 챙겨가고 있다.
- 가치사슬에서 가장 범용화 된 조립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의 몫은 매우 적다. 그러나 과거 한국이 거기에서 시작하여 가치사슬의 상류로 조금씩 올라왔듯이, 중국이 차츰 부품에서 경쟁력을 가져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이들이 가져가는 가치(value)의 비중도 증가할 것이다.
창의와 혁신이 경쟁력의 원천인 선진국에서 중급 이하의 기술을 가진 근로자의 신세는 처량한 것이다. 경제학은 한 경제 내에서 생산되는 부가가치가 극대화되면, 이를 사회적인 합의에 따라 구성원들끼리 분배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 경제학이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형평성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시혜적인 복지 시각은 '노동이 최고의 복지'라는 관점에 의해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이것이 국가가 선진국 대열에 들더라도 제법 괜찮은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는 '중급' 제조업을 육성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2차, 3차 부품과 소재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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