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신사업자와 카카오간의 싸움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통신사업자간의 분노에 넘치는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LGU+가 갑자기 기존의 방침을 바꾸어 모든 가입자에게 카카오의 보이스톡 등 mVoIP(mobile Voice of Internet Protocol, 무선인터넷전화)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말로 SKT와 KT는 ‘멘탈 붕괴’ 상태이다. mVoIP 제도 확정을 앞두고 통신사업자들끼리 힘을 합쳐도 시원찮을 판인데, ‘이적 행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LGU+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그런 선택은 장기적으로 그들에게 이익이 될까?

우선은 사실 관계와 배경 정보 등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2. 통신서비스산업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정부나 특정 집단이 막아 낸 경우는 없다. 다만 허용 시기와 방법, 조건 등에 관한 힘겨루기가 있었을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mVoIP은 이미 허용되어 있고, 좀 더 본격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을 것이다.

'망 중립성'이란 관점에서 보아도, 자신의 데이터 요금제가 허용하는 데이터 용량 범위 내에서 그걸로 SNS를 하건, 영화를 보건, mVoIP를 하건 어차피 0 아니면 1이라는 디지털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니 막으면 안되는 게 맞다. 다만 현재의 요금구조로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수준의 투자비를 보전할 수 있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실제로 mVoIP을 허용하는 강력한 망 중립성 규제를 도입한 미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무제한 정액제를 폐지하고 데이터 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방식으로 투자비용 조달에 나섰다. 말하자면 망 중립성이란 것이 우선은 망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데, 음성서비스로 돈 벌어서 주로 데이터망 구축에 쓰고 있는 통신사업자로서는, 음성 서비스를 공짜로 쓰게 하면 중립을 지킬 망은커녕 편파적으로 쓰일 망조차도 없어질 것이라는 게 문제이다. 따라서 통신사업자에게 인터넷망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을 '보장'해주고, 그 대신 이용자는 mVoIP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뜻이다. (어느 경우건 데이터 무제한 정액제는 전기를 무제한 쓰라는 것과 같은 논리이니 막아야할 일이다.)

우리나라도 약 1년여 간의 논의를 거쳐 2011년 말 ‘망 중립성과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mVoIP, 스마트TV 등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함으로써, 실질적인 쟁점 사항에 대한 규제제도 정립은 뒤로 밀어놓은 상황이다. 현재 SKT, KT는 3G에서는 5.4만 원, LTE에서는 5.2만 원 이상의 정액제 요금 가입자에게만 mVoIP을 허용하고 있으며, LGU+는 모든 가입자의 mVoIP 이용을 불허해 왔다. 이 같은 mVoIP 차단에 대해서 mVoIP 사업자들은 이용자 선택권 및 경쟁서비스 제한에 해당하는 불공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통신사업자들은 mVoIP 허용에 앞서 데이터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규제제도 및 그에 따른 요금구조 개편을 앞두고 규제당국과 이해관계자들이 한참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만 4천만 가까운 가입자를 가진 카카오가 보이스톡의 도입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통신사업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갑자기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LGU+가 반대편 손을 들어준 것이다.

 

3. 지난 10여 년 간 LGU+의 주된 전략은 ‘파괴적 전략(disruptive strategy)'과 ’규제 마케팅‘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후발 통신사업자를 보호하는 비대칭 규제가 LGU+의 생존기반 확보에 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LGU+가 정부에 끊임없이 비대칭 규제를 요구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지칭하여 ’규제 마케팅‘이란 표현이 등장할 정도였다.

한편 ‘파괴적 전략’은 크리스텐센(Christensen)의 '파괴적 혁신‘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즉, 선발사업자로서는 선택할 수 없지만 후발사업자에게는 이익이 되는 요금이나 상품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후발사업자는 가입자 기반이 작고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 Average Revenue Per User)이 작다. 따라서 예컨대 선발사업자 ARPU보다는 낮지만 후발사업자 ARPU보다 높은 요금제를 도입하면 선발사업자의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선발사업자가 이런 요금제를 도입하면 후발사업자의 가입자를 빼앗아 오지는 못하는데 비해 기존 가입자의 ARPU를 낮추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이를 도입할 수 없다. 다른 예로서, 기존 요금제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상당히 좋은 로열티 프로그램(예컨대 항공 마일리지 제도)를 제공하는 신규 요금제를 상정해 보자. 후발사업자의 기존 고객은 싼 요금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요금제에 관심이 없다. 선발사업자가 이런 요금제를 도입하면 비싼 로열티 프로그램 비용이 드는데 비해 ARPU는 증대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후발사업자는 이런 요금을 가지고 선발사업자의 가입자 일부를 유치해 올 수 있는 것이다. LGU+는 다양한 형태의 ’파괴적 상품‘을 통해 가입자 규모를 꾸준히 늘려올 수 있었다.

 

4. 그럼 LGU+가 내놓은 mVoIP 전면 허용이라는 카드는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LGU+의 지금까지 전략들이 그랬듯이 ‘파괴적 혁신’과 ‘규제게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만 한다.

 

(시나리오 1) 우선 파괴적 혁신이라는 측면만 생각해보자. mVoIP는 LGU+가 쓸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인가? 답은 No이다. 통신사업자들끼리의 싸움에서는 LGU+에게만 주어진 ‘파괴적’ 카드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mVoIP은 통신사업자 vs. 인터넷사업자(CP 등)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mVoIP을 기존 가입자들에게 허용하면 LGU+에게도 손해이다. 크리스텐센도 VoIP를 기존 통신사업자는 채택할 수 없는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인 예로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mVoIP과 관련해서는 통신사업자 vs. 인터넷사업자의 rule setting이 중요한 것이다.

혹시 “LGU+=통신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의 리더” → “mVoIP=파괴적 혁신의 대표적 예” → “mVoIP=LGU+에게 유리한 파괴적 혁신”이라는 삼단논법을 통해서 LGU+가 mVoIP를 전면 허용하기로 한건 아닐까?

설마하니, LGU+가 그렇게 단순하거나 겉멋에 취한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나리오 2) 그런데 mVoIP 자체로 이익이 나는 건 아니지만, mVoIP을 허용함으로써 다른 통신사업자와의 관계에서 이득을 볼 여지가 있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SKT, KT가 5만여 원 이상 가입자에게만 mVoIP을 허용해주고 있으니, 그 이하 요금제 가입자의 불만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때 mVoIP으로 치고 나가면 SKT, KT의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빨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를 배려하는 훌륭한 기업이란 이미지도 올리고... 참고로 2011년 3사의 ARPU는 LGU+ 25,573원, SKT 33,262원, KT 29,587원이다.(삼성증권 추정치) 따라서 LGU+는 다른 두 회사의 4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한다면 ARPU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시나리오 2-1) 이제부턴 규제게임을 추가적으로 고려해 보자.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지금 통신사업자들은 mVoIP을 허용하는 대신에 데이터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LGU+의 이번 결정이 여기에 영향을 미쳐서 규제당국이 mVoIP을 조건 없이, 즉 요금인상 없이, 허용하라고 결정할 수도 있다. 또는 LGU+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미국이나 네덜란드의 경우에서와 같이 mVoIP를 공식적으로 도입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요금인상을 허용할 수도 있다.

일단 전자의 경우를 먼저 생각해 보자. 이 경우는 LGU+가 무모한 군비경쟁을 시작한 것이 된다. SKT·KT가 정부를 설득해서 뭔가 mVoIP를 규제할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그들도 어쩔 수 없이 곧바로 모든 가입자에게 mVoIP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가입자 ARPU 감소에 덧붙여 가입자 감소까지 일어날 테니 말이다. 군비경쟁에 들어가면 누가 제일 힘들까? 제일 가난한 집, 기업, 국가이다. 이 경우엔 LGU+가 거기에 해당된다. (혹자 LGU+가 LTE 가입자 비중이 제일 높은데, LTE는 무제한 정액제가 없기 때문에 ARPU 손실이 제일 적어서 이런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mVoIP이 도입되면 기존 가입자의 ARPU는 무조건 내려간다. 따라서 mVoIP 전면 허용은 기존 고객의 ARPU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보다는 타사 가입자 유치를 통한 매출 증대가 더 크다는 전제 하에서 유효한 전략이다.)

 

(시나리오 2-2) 이제 또 다른 가능성, 정부가 mVoIP 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하면서 대신에 데이터 요금 인상을 허용할 경우이다. 궁극적으론 이런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 만약 SKT나 KT가 이번에 mVoIP을 전면 허용했다면, 규제제도도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결정날 것이다. 하지만 LGU+가 그런 선택을 한건 규제기관의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후발사업자이다.) 그러나 이 의사결정은 그리 빨리 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요금인상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이런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날듯 날듯하면서 시간만 계속 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SKT·KT가 mVoIP 전면 허용이라는 방식으로 LGU+에 대응할 수도 없다.

그 사이에 LGU+는 공짜 인터넷 전화라는 sales talk을 바탕으로 경쟁사의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 몇 달이 지나서 - 어쩌면 거의 일 년쯤? - 데이터 요금 인상을 허용해주면 LGU+는 이를 받아들여 요금제를 바꾸면 된다.

 

5. mVoIP 자체가 LGU+에게 파괴적 혁신은 아니지만(시나리오 1), 3사 요금 및 ARPU 구조로 말미암아 LGU+가 이를 레버리지로 삼아 가입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시나리오 2). 그러나 이러한 LGU+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3사 모두 수익기반이 흔들리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경우엔 LGU+가 가장 어려워진다(시나리오 2-1). 근데 LGU+에겐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 SKT·KT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결국엔 규제기관도 LGU+의 존립기반 붕괴를 우려한 나머지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시나리오 2-2).

처음엔, 그리고 표면적으론 ‘파괴적 혁신’으로 시작되었지만, 본질은 역시 ‘규제게임’이다. LGU+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SKT·KT가 통신사업자들에게 유리한 규제제도를 만들기 위해 적들과 열심히 싸울 때 우리는 열심히 그들의 가입자를 빼앗아 오자. 통신사업자들이 받아들일만한 규제제도가 만들어지면 어차피 그 혜택은 같이 누릴 수 있을테니...”

SKT나 KT는 ‘무임 승차’와 ‘이적 행위’를 하는 ‘동업자’가 미울 것이다. 그리고 동업자의 ‘윤리’도 없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렇지만 LGU+는 이렇게 대꾸하고 싶을 것이다. “전쟁에는 뭐 어차피 윤리란 게 없다. 그래서 ‘전략’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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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 신 트랙백 0 :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