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rologue

 

삼성·애플 특허소송의 결과를 가지고 많은 분석과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상당히 세밀한 특허 전문가들의 분석이 없는 것은 아니나, 많은 언론들은 민족주의, 보호무역주의의 프레임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배심원들의 평결이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치부해 버리면 마음이 좀 편해질지는 모르지만, 실질적인 전략 수립, 정책 수립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특허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리고 소송 결과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허 소송에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느냐, 소송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겠느냐 등의 자세한 얘기를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정확히 말하면 할 능력이 없다.) 다만 IT산업을 분석하는 시각에서 (1) 왜 이번 특허 이슈가 ‘특허전쟁’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커지고 있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고, (2) 역시 IT산업 관점에서 이번 평결의 의미와 향후 전망, 그리고 (3) 이 소송 결과가 궁극적으로 IT산업에서의 두 기업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2. 특허전쟁의 원인: IT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특허전쟁 관점에서 보면, IT산업의 최근 패러다임 변화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즉, 뒤에서 살펴보듯이, IT산업에서의 이런 변화가 이번 특허전쟁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IT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서는 블로그의 다른 글을 참고할 것)


첫째, 경쟁의 양태가 과거에는 하드웨어 완제품끼리의 경쟁이었는데, 이제는 가치사슬 연합군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즉, 하드웨어·OS·콘텐츠를 묶어서 누가 더 잘 제공하느냐의 싸움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애플·RIM, 그리고 과거의 노키아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이 제공하는 통합형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삼성·LG·모토롤라 등 나머지 제조업체들은 OS와 콘텐츠는 주로 구글로부터 그리고 일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아웃소싱하는 모듈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둘째, 복수의 OS가 서로 경쟁하면서 가치사슬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피처폰 시절에는 OS라고 할 만한 게 없을 정도로 그 기능이 미미하였다. 다만 통신사업자가 개발하거나 지정한 미들웨어 플랫폼을 하드웨어에 탑재해 주면 되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것이 WIPI였다.) 그런데 이제는 완제품 자체의 기능보다는 OS 및 이와 연계된 앱스토어의 경쟁력이 더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 디바이스간 연동에도 OS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OS는 자신의 가치사슬을 주도하면서, OS끼리 스마트 디바이스 주도권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중이다. PC에서도 OS가 가치사슬을 주도하는 것은 같은데, 여기에서는 MS 윈도우가 사실상 모든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비해,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는 iOS, 안드로이드, 윈도우폰 등이 경쟁하고 있는 구조이다.

 

셋째, 시기별로 경쟁력 요소가 변화하고 있다. 먼저 피처폰 시대는 통신사업자가 주도하던 시기이다. 통신사업자가 플랫폼과 콘텐츠의 공급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여기에 맞는 사양을 갖춘 하드웨어를 제공하면 되었다. 통신망 또한 대부분 2세대 네트워크여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하드웨어를 통한 차별화 요인이 그리 크지 않았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경쟁력은 제품 차별화보다는 비용 효율화가 더 중요했다. 노키아는 플랫폼식 생산방식으로 비용 효율화에 성공하여 이 시기를 주도하였다.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통신사업자가 주도권을 상실하기 시작하였다. 스마트폰 시대의 실질적인 개막과 함께 애플은 뛰어난 OS와 콘텐츠 스토어, 그리고 애플 특유의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곧 뒤이어 전열을 재정비한 삼성이 뛰어난 하이엔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함으로써 하드웨어도 중요한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즉, 스마트 디바이스에서는 부품이 고기능화 하고 서비스는 다양화하는데 이러한 많은 변화와 요구사항을 최적화하여 뛰어난 하드웨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뚜렷한 차별화 요인이 되었다.

 

스마트 디바이스 산업은 전체적으로 아직 초기 단계이다. 스마트폰에서 시작, 태블릿, TV, 가전기기, 홈, 자동차로 확산 중이다. 그리고 가치사슬별로 많은 플레이어들의 협력과 경쟁구도가 복잡하여, 서로가 서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경쟁 룰이 정착 중인 단계이다. 따라서 경쟁구도와 균형점에서의 모습에 대해 수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예컨대 우리는 아직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서 대답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 어느 경쟁력 요소가 더 중요할까? 즉, 가치사슬 속에서 OS는 어느 정도 힘을 가질까? 하드웨어의 범용화는 얼마나 빨리 진행될까?

통합형과 모듈형 구조 중 누가 승리할 것인가? 애플은 영원한 예외가 될 것인가? 안드로이드 진영이 완승할 것인가? 아니면 MS에게도 기회가 있는가?

이처럼 스마트 디바이스 산업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고 불확실성이 많은 초기 단계여서, 경쟁모드 또한 정형화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관련 기업들이 특허를 다루는 방식 또한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듯하다.

 

 

3. 특허전쟁은 왜 확산되었나?

 

지금까지 우리 기억 속에 특허로 IT산업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 두 기업은 퀄컴과 MS가 남는다.

퀄컴은 CDMA는 거의 100%, W-CDMA는 50% 정도의 표준특허(essential patent)를 장악하였고, 이를 무기로 모뎀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확보하였다. (CDMA 90% 이상, W-CDMA 50% 정도) 그리고 모든 단말 제조업체에 특허 사용의 대가로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징수하였다. 또한 모뎀 칩 시장에서 경쟁자의 진입을 배제한다든지, 단말 제조업체의 로열티를 차별하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반독점 소송에 휘말렸다. 이 같은 소송은, 표준특허는 원래 모든 기업들에게 FRAND 조건(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Term)으로 제공되어야 하는데, 퀄컴이 이를 위반하였다는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퀄컴의 통신 표준특허 독점 및 그에 따른 많은 논란에 대해서는 블로그의 다른 글을 참조할 것. )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도 PC 시장의 OS에 대한 특허들을 바탕으로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획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PC 제조업체 및 사용자들에 대해 윈도우 라이선싱에 따른 로열티를 징수하였다. OS 시장 자체에서는 반독점 이슈가 별로 없었으나, MS가 인근 시장(브라우저, 오피스, 메신저 등)으로 윈도우의 독점적 지위를 전이하려고 시도함에 따른 반독점 이슈는 끊임없이 발생하였다.

이 두 가지 경우를 보면 지금까지 특허와 관련하여 경쟁자 진입봉쇄, 로열티 차별 등의 이슈가 없진 않았으나, 모든 당사자들이 로열티를 내는 방식에 합의했고 지금처럼 여러 당사자들이 얽혀서 특허 전면전을 치르는 경우는 없었다. 특히 퀄컴, MS는 완벽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고, 제조업체들은, 퀄컴·MS가 가치사슬의 한 부분만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경쟁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비용을 지불할 생산요소로 간주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애플-안드로이드 진영(삼성으로 대표되는) 간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전면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첫째, 경쟁 OS의 존재로 말미암아 특허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 윈도우가 사실상 OS를 독점한 PC 시대에는 OS를 둘러싼 특허 전쟁이 없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OS 시장에서 세력을 키워나가자 OS의 전통적 강자인 MS, 애플이 이를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스티브 잡스가 "Android is a stolen product."라고 말했다는 것이 이러한 정서를 대변한다. 백지 상태에서 OS를 만든 안드로이드가 PC 시대의 개막과 아울러 OS를 만들어 온 MS, 애플의 특허를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안드로이드가 개방형 OS인 점이 특허 문제에 둔감하게 된 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둘째, IT산업의 변화가 개별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 간의 경쟁이 되다 보니, 특허 이슈 또한 국지전이 아닌 가치사슬의 전체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안드로이드 진영 입장에서는, 퀄컴·MS와는 달리 애플이 특정 분야의 특허에 대해서 로열티를 지급하고 끝낼 대상이 아니었다. 즉, 가치사슬 상의 특정 제품, 또는 단순히 최종 제품뿐 아니라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연합군’간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애플 입장에서도 약간의 로열티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진영에 피해를 주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애플의 경우와는 달리, 로열티가 사업모델인 MS에게는, 삼성·HTC 등 안드로이드 사용업체들이 MS의 특허침해 소송 제기에 대해 로열티를 주는 쪽으로 협상을 했고, MS 또한 이에 동의했다. 이런 점에서 삼성-MS의 싸움과 삼성-애플의 싸움은 근본적으로 싸움의 주체, 규모, 목적 등이 달랐다.

셋째, 디자인 특허의 가치에 대한 시각 차이가 존재했다. 독특한 디자인 및 Trade Dress를 핵심 경쟁력으로 생각하는 애플과 지금까지 통신특허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에 의존해 왔던 제조업체군(삼성, 모토롤라, HTC)의 시각 차이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Trade Dress는 색채·크기·모양 등 제품의 고유 이미지를 형성하는 무형의 요소로 새로운 지적재산권의 한 분야이다.)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은 통신 특허를 활용한 공격 가능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MS·퀄컴에 대해서는 마땅한 공격 무기가 없었지만,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애플에게는 그들이 취약한 통신특허를 활용한 공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극적인 로열티 협상이나 Out-of-court Settlement 보다는 적극적인 특허 소송을 통해서 애플을 제압하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도 이러한 분위기 형성에 일조했을 것이다.

 

 

4. 이번 특허전쟁의 의미와 향후 예상

 

(1) 디자인 특허 및 Trade Dress

이 부분은 확실히 삼성(안드로이드 진영)이 생각했던 것 보다 중요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가처분을 포함하여, 판결이 내려진 8개국 중에서 영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의 디자인 특허 침해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모든 디자인 특허는 회피가 가능하다. 모양을 다르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을 정도로 바꾼다는 것이 어느 정도를 바꾸면 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정도로 바꾸어도 디자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예컨대 애플이 갤럭시S3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다면 이 제품도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을 정도로 유사하다고 판단될지에 대해서는 변리사들도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어쨌거나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피할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침해에 대한 배상금은 그만큼 재무적인 성과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삼성 제품의 본원적 경쟁력을 훼손하는 이슈는 아니다. (물론 이 같은 결론은 삼성이 조금 색다른 디자인을 내놓더라도 그것이 애플의 디자인에 비해 큰 경쟁력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 UI 등 OS에 포함된 특허

이 부분은 디자인 특허에 비해서는 특허 침해 여부를 밝히기가 좀 더 분명한 이슈들이다. 그런데 이른바 “Pinch to Zoom", "Tab to Zoom" 같은 기능은 필수적인 UI로 자리 잡은 것이기 때문에, 이를 빼야 하는 것은 경쟁력 관점에서는 심각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단기적으로는 로열티 협상, 장기적으로는 우회 기술 개발이 대안이 될 것이다. 즉, OS 특허 침해에 대해 MS에게 로열티를 지급했듯이, 필수적인 UI 기능에 대해서는 협상을 통해서 로열티를 지급하고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부분은 모든 제조업체에 거의 공통으로 해당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다른 제조업체 및 구글과 연합하여 대응할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애플의 특허를 우회하여 이를 구현할 수 있다면 그 같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3) 통신 특허

통신 특허는 애플에 타격을 주기에는 부족한 수단임이 드러났다. 한국 법원을 제외하고는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삼성이 승소한 예가 없다. 네덜란드가 삼성의 통신특허 침해를 인정해 준 유일한 외국 사례이나, 이는 비표준 특허였으며 표준 특허는 삼성의 소송을 기각하였다. (2012년 12월 5일 수정: 네덜란드 법원은 2012년 6월 20일 애플의 최신 모델인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들 삼성전자 특허 중 하나를 침해했다고 판결하였다. 그런데 이 특허는 표준특허이며, 이 판결에 따라서 두 당사자는 애플이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하는 FRAND 로열티가 어느 수준인지를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네덜란드 법원은 2011년 10월 삼성이 이 특허 침해를 이유로 애플 제품 가처분 신청을 했던 것은 기각했었다.)  표준특허는 FRAND 조건을 적용하여 애플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애플을 제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통신 특허는 유용한 공격 수단이 되지 않는다. 먼저 표준특허는 이겨봐야, 어차피 돈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다. 애플에게 로열티를 징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애플의 디자인·UI 특허 공격에 대한 협상용 무기였는데 이 용도로 부적합함이 드러난 것이다. 비표준특허는 애플이 우회 기술을 개발하거나, 그 기능의 탑재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로열티를 지급해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이 가진 통신특허를 통한 로열티 수입은 금전적으로도 극히 미미한 규모가 될 것이다.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퀄컴과 비교하면 안 됨) 다만 LTE에서는 삼성·LG의 표준특허의 크게 증가하여서 3G 때 보다는 애플을 더 압박할 수도 있다.

모토롤라 특허도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듯하다. 모토롤라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모토롤라는 올 들어 ITC와 연방법원에 애플을 추가 제소하였다. 그러나 지난 8월 24일 ITC는 표준특허에 대한 제소는 모두 기각하고, 한 건의 비표준특허에 대해서만 재심리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모토롤라 특허 규모도 애플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HTC는 구글의 특허 9건을 ‘양도’받아 이를 근거로 애플을 ITC에 제소하였으나, 지난 6월 ITC는 이 특허를 HTC가 소유한 특허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HTC의 제소를 기각하였다. 즉, 이 특허를 실제 소유한 것은 구글이고, HTC는 제한적인 목적으로 사실상 ‘임차’한 것이기 때문에 HTC의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ITC의 결정이유인 듯하다. 이는 삼성, HTC 등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업체들이 모토롤라의 특허권을 기반으로 특허 풀을 형성하여 애플을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은 구글이 모토롤라를 특허 때문에 인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모토롤라 인수의 취지는 크게 무력화된 셈이다.

 

(4) 특허전쟁의 향후 향방

미국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남았으나, 이번 판결로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서 특허권의 귀속, 특허 이슈를 둘러싼 경쟁방식 등에 관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인다. 법원은 소유권(property right) 설정을 위한 확실한 방법이지만 시간적, 경제적으로 지나치게 비싼 메커니즘이다. 그러므로 법원이 소유권을 설정한 이후에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훨씬 저렴한 당사자 간의 자발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경제학에서는 코즈 정리(Coase Theorem)라고 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삼성-애플 간의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문제 해결을 시도하기 시작할 것으로 판단된다.

양사 협상의 큰 방향성은 다음과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 디자인 및 UI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

 - 삼성(안드로이드 진영)의 디자인 및 UI 변경

 - 변경 불가능한 디자인 및 UI에 대해서는 ‘적절한’ 로열티 합의

 - 통신 특허 중 표준특허는 FRAND 조건에 입각하여 로열티 합의

 - 비표준 특허는 case-by-case로 필요에 따라 라이선싱

 - 주요 지역을 제외한 국가의 쌍방 간 소송 취하

 

 

5. 향후 경쟁력 요인은 무엇일까? - OS? 디자인? 제조역량?

 

애플과 삼성은 아직 스마트폰, 나아가 스마트 디바이스의 최강자를 가리기 위한 팽팽한 힘겨루기 중이다. 이 싸움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통합형과 모듈형 구조의 싸움이고, 또한 경쟁우위 요인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OS(UI 포함)·콘텐츠 대비 제조역량 간의 싸움이다.

 

애플·삼성의 하이엔드 제품 또한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성숙됨에 따라 범용화(commodity화)와 저가화의 추세를 따라갈 것으로 전망되나, 시차와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플의 경쟁우위 요인이 먼저 약화될 전망이다. 먼저 OS 측면을 보면, (1) OS간의 품질 격차가 줄어들고 있으며, (2) MS 윈도우폰의 시장점유율 증가, 신규 OS(타이젠 등)의 등장으로 OS시장이 보다 경쟁적으로 되어 OS의 영향력이 축소될 전망이다. 둘째로, 앱스토어 또한 (1) OS와 연계된 앱스토어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고, (2) HTML5에 기반한 웹 플랫폼의 일반화로 앱스토어를 대체할 경로가 급격하게 증가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애플이 UI·디자인 혁신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타 제조업체도 이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격차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애플의 이번 특허 소송 자체가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삼성의 경쟁우위 요인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삼성은 부품의 고기능화, 서비스 다양화 추세에 발맞춰 이들이 최적화된 완제품 조합을 만들어내는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또한 부품, 소프트웨어, 완제품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삼성의 부품 내재화도 차별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하였다.

물론 제조 역량도 범용화 되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HW 업그레이드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차별적 제조기술의 중요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스마트 TV, 스마트 홈, 스마트 카 분야에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6. Epilogue

 

모든 제품은 범용화의 길을 걷는다. 애플과 삼성은 범용화를 피하기 위해서 또 다른 경쟁우위 요인을 찾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따라서 아주 장기적으로 애플과 삼성의 싸움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의 경쟁력 우위를 비교할 때 애플보다는 도리어 삼성이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애플이 아직도 하이엔드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OS·디자인·앱스토어 등 애플의 경쟁우위 요인은 그 격차가 줄어들 것이다.

이번 특허전쟁이 삼성에 재무적인 피해를 줄 수 있지만, 딱히 디자인이나 OS 관점에서 애플의 본원적 경쟁력을 끌어올릴 요인은 발견할 수 없다. 즉, 특허전쟁에도 불구하고 산업변화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