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4년 9월 19일

 

(당초 원고에는 있었으나 편집과정에서 줄어든 부분을 파란색으로 표시하여 포함하였습니다.)  

 

9일 발표된 애플 신제품 중 세간의 관심은 '아이폰6'에 집중됐으나, 전문가들은 아이폰을 활용한 간편결제 시스템 '애플페이'가 몰고올 파장에 더 주목하고 있다. 마침 카카오가 5일 출시한 카카오페이도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결제 서비스는 흔히 온라인 상거래에 대한 결제, 오프라인 결제 그리고 소액 송금 서비스를 포괄한다. IT기업들이 결제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페이팔이 2000년부터 온라인 결제 수단으로 쓰였다. 우리나라 이통사들도 10여년 전에 모바일 신용카드와 전자화폐를 출시했으나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에 결제 앱이 탑재되고, NFC(근거리무선통신)나 QR코드 등 통신 기능이 발달하면서 결제 시스템도 우후죽순 등장했다. 덕분에 모바일 상거래 결제가 활성화되고, 미국에서는 전자화폐를 통한 송금도 늘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거래는 여전히 플라스틱 신용카드가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애플이 NFC 통신과 지문 인식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하겠다고 나섰다. 애플의 혁신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단계가 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주요 신용카드사, 22만개 상점을 이 서비스에 끌어들여 생태계를 만들었다. 지문 인식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한 것도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요인이다. 모바일 카드가 정착되면 결제뿐 아니라 각종 포인트, 멤버십, 쿠폰을 자동으로 처리해주고, 온·오프라인 쇼핑의 연계, 위치기반 서비스와의 연계 등 쇼핑과 결제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다만 오프라인에서 모바일 카드가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하기에는 3~5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우선 NFC, QR코드, 바코드, 비콘 등 다양한 통신수단의 통일이 필요하다. 어느 것으로 통일되든지 전용 결제용 단말기도 보급해야 한다. 상점이나 고객들이 모바일 카드를 써야 할 필요성도 아직은 부족하다.

 

새로운 결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누가 될지도 관심거리다. IT 업계의 공격에 기존 신용카드사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IT기업들과 금융기업들이 병존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결제 서비스가 진화할 것이다. 다만 기술 적응력, 소비자 경험(UX) 관리 역량이 뛰어난 IT 기업이 다소 유리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IT 기업들이 금융 기능을 독차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IT 기업은 카드사, 은행과 제휴해 그들이 수행하던 거래를 일부 대행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게 된다. 그나마도 IT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제는 다른 IT 서비스에 보완적으로 제공되는 무료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설사 강력한 IT 기업이 결제 플랫폼을 독차지하고 모든 카드사, 은행과 제휴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 기업의 수수료 몫은 늘겠지만 이 회사 자체가 카드사나 은행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금융 서비스의 핵심 기능은 여·수신(與·受信) 및 리스크 관리인데 이는 IT 기업이 갖추고 있는 역량이 아니다. 또 금융업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IT 서비스 플랫폼을 자신의 금융 서비스에만 유리하게 사용하면 이는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되므로 서비스 플랫폼의 경쟁력을 금융 서비스로 전이시키기 쉽지 않다.

 

몇년 후면 온·오프라인 쇼핑 및 결제는 혁신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고, IT가 중요한 동인(動因)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결제 서비스의 주인공은 여전히 금융 기업이고 IT 기업의 역할은 보조적일 가능성이 크다.

 

■ 관련 블로그: IT융합, 기업 간 무리한 협업보다 파괴적 혁신해야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