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2022년 1월 31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세상의 룰을 바꾸는 새로운 투자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ESG 투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까? 보통 세 그룹으로 나누는게 일반적인데, 스크리닝 투자와 ESG 통합 투자, 임팩트 투자가 그것이다.

 

 

 

먼저 스크리닝 투자는 투자자의 가치에 어긋나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춘 투자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졌고 지금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스크리닝 투자는 처음부터 특정 기업들을 배제함으로써 투자대상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위험분산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높은 수익률을 올릴 기회도 자연히 줄어든다. 또 ESG 성과도 크지 않다. 개별 투자자들이야 자신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가치관을 지켰지만, 실제로 그 가치관이 사회적 성과로 구체화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즉, 스크리닝 투자로 걸러진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관련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두번째는 ESG 통합 투자다. 기업의 ESG 요인들을 감안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다른 포트폴리오에 비해 수익성이 더 좋거나 나쁘지 않은 것을 목표로 한다. 즉, ESG 문제 해결과 더 높은 수익률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다. 만약 특정 기업의 ESG 등급이 급격히 하락해 투자자들이 동시에 그 회사 주식을 매각하거나 또는 채권 인수를 꺼리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 기업의 자본비용이 올라가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다만 그런 일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실제로 기관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의 종목을 ESG 성과만을 근거로 투자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인덱스 펀드의 경우에는 인덱스를 만들 당시에 이미 대상 기업이 결정되기 때문에 더욱 매각이 어렵고, 지분율을 크게 올리거나 낮추는 것도 그들의 투자 원칙에서 어긋날 수 있다. 따라서 ESG 투자 자체만으로는 개별 기업의 ESG 활동을 크게 촉진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주주 제안, 주총 표결, 경영진과의 대화 등 다양한 형태의 주주관여(shareholder engagement)를 통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성과를 내려는 노력이 점점 늘고 있다.

마지막은 임팩트 투자다. 사회·환경 문제에 긍정적 임팩트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를 일컫는다. 임팩트 투자자들은 특정 사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기업이나 그린 본드 같은 채권, 개도국 재생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같은 특정 프로젝트 등에 투자한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 중에서 수익성 전망이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ESG 통합 방식보다는 장기적인 투자이고 시장에서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 압박이 덜한 편이다. ESG 성과 측면에서 보면, 임팩트 투자는 특정한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 또는 프로젝트를 골라 투자하기 때문에 다른 두 가지 투자 방식에 비해 그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ESG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순도 높은 투자 방식이라 하겠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은 2년마다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를 발표하는데, 지속가능 투자 또는 ESG 투자 현황에 관한 가장 종합적인 자료로 평가받는다. 작년 7월에 발표된 2020년 보고서가 가장 최신 자료다. 지난 2년새 지속가능 투자가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작년 초 기준으로 지속가능 투자 총액은 약 35조3000억 달러(약 4경2000조원)로 전체 운용자산의 35.9%를 차지한다. 2018년(33.4%) 대비 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는 지속가능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미국 17조 달러, 캐나다 2조4000억 달러로 북미 지역이 전체의 55%를 차지하며 지속가능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유럽은 12조 달러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2년 전까지는 유럽이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했는데, 유럽 당국의 지속가능 투자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2년 전보다 도리어 2조 달러 줄어들었다. 지난 2년 간 지역별 성장률은 캐나다(48%), 미국(42%), 일본(34%), 오세아니아(25%), 유럽(-13%) 순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권에선 일본의 빠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조8000억달러의 규모 역시 작은 편은 아니지만 전체 운용자산의 24% 수준으로 아직은 지속가능 투자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은 집계에 포함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한국은 공적 연금의 사회책임 투자액이 2020년 말 기준으로 102조원에 달한다. 이 중 국민연금이 101조원으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국민연금의 사회책임 투자액은 2019년 32조원에서 1년새 무려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2020년 직접 운용 국내주식 전체에 ESG 통합 전략을 적용하고 국내주식 위탁펀드에도 ESG 평가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면서 국내주식 투자액 전체를 사회책임 투자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물론 진일보한 것이긴 하지만, ESG 통합 전략을 제대로 적용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사회책임 투자액이 그만큼 증가했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한편 주로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국내 ESG펀드 순자산 규모는 2021년 2분기 말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19%나 성장한 7조 5570억원에 달한다. ESG 펀드 개수도 104개로 전 분기 대비 12개 더 신규로 출시되거나 기존 펀드가 투자전략을 변경하여 새롭게 ESG 펀드로 편입됐다. 그러나 글로벌 ESG 펀드 순자산 규모가 2조 2400억달러(약 2600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ESG 펀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종합하면, 주요국의 ESG 투자 동향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ESG 투자액은 절대적 수준이나 상대적 비중 모두 낮은 편이다. 질적이나 양적으로 ESG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 금융회사 그리고 투자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부가 다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조신 교수는

기업과 정책, 학계를 모두 경험한 통섭적 학자다. 서울대학교와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일리노이주립대학교에서 강의했다. 이후 기업 현장에 뛰어들어 SK커뮤니케이션즈와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으로도 일했다. 저서로는 '넥스트 자본주의, ESG' 등이 있다. ‘ESG 바로읽기’에서는 현재 경제·경영계와 자본시장 전반을 지배하는 핵심 화두로 떠오른 ESG가 실제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고, 이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 독자의 눈높이로 전달한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