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이 블로그 포스팅은 ESG 투자(또는 지속가능 투자)에 관한 세 번째 글이다. 블로그 (1)에서는 ESG 투자를 개관하고 왜 ESG 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블로그 (2)ESG 투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글로서, ESG 투자의 What, Why, How에 대해서 자세히 논의하였다.

이 두 글에서 ESG 투자의 정의에 대한 컨센서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지만, ESG 투자의 목표, 방향성 및 효과에 대해서도 관련 학자들의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ESG 투자에 대한 이해도 또한 차이가 크다. 이를테면, 많은 사회학자들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기업들은 경제적 가치 추구에 모든 것을 걸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사회적 가치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가식이거나 효과가 없다고 믿는 편이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세례를 받은 경제학자들도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움직이는 기업이 법에서 정한 것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챙겨야 한다면, 이는 주주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도 유지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가치 추구가 주주가치(기업가치) 극대화에 도움이 된다는 ESG 투자 이론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방향성과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생각이지만, 경제학자와 사회학자 모두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추구가 양립 가능하지 않는다는 생각에는 동의하는 셈이다. 한편 경영학자들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면서도 이윤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Porter & Kramer2011HBR에 발표한 “Creating Shared Value(CSV)”이다. 그들은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에 매몰되어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해 소극적인데,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은 물론 이윤도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일부 성공적인 기업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이며, ‘모든기업들이 이윤도 올리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하는 그런 좋은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적 가치 창출이 이윤 증대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한 먼 미래를 위해서 지금 적지 않은 비용을 흔쾌히 지출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결국 대부분의 기업들은 ESG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면 이윤이 줄어들 텐데, 이런 상황에서도 기업 CEO들이 CSV를 추구할 인센티브가 있을까? 기업들이 열심히 ESG 활동을 하도록 움직일 힘은 궁극적으로 투자자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경영학에서는 간과하고 있다.

ESG 투자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와 기업의 상호작용,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사회 환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다. 이런 점에서 ESG 또는 지속가능 투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살펴 볼 필요가 있고, 앞으로 몇 차례 포스팅을 통해서 사회학과 반자본주의 경제학, 자본주의 경제학, 경영학 관점에서 바라본 ESG 투자와 관련된 논점들을 심도 있게 살펴본다.

먼저 블로그 (3)은 사회학 관점에서의 논의를 다루는데, 사회적 가치의 개념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회적 가치라는 용어는 여러 사회과학 분야에서 많은 학자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심도 있는 토론이 가능하지 않을 지경이라고 느껴진다. 지금까지의 관련 문헌들을 살펴보면, 사회적 가치라는 용어는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추구하는 가치, 경제적·금전적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 또는 시장을 통해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가치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또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 관점에서 볼 것인지, 아니면 이를 추구·소비하는 입장에서 볼 것인지에 따라 분류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런 다양한 정의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시사점을 살펴보도록 한다. 다음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방법으로서의 사회적 경제에 대해 살펴본다. 이 논의에서,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의 사회적 경제는, 지나치게 과격하여 현실성이 없거나, 아니면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통해 시장 경제를 아주 제한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 및 사회적 경제와 ESG 투자의 연결 고리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2. 사회적 가치란 무엇인가?

 

2.1 사회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정의

 

먼저 사회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살펴보자. 여기서는 별도 설명이나 평가 없이 몇몇 정의들을 소개하고, 2.2에서 이들 간의 관계와 시사점을 논의하기로 한다. 사회적 가치의 정의에 대해서는 주로 다음 서적들을 참고하였다.

 

     고동현·이재열 외(2016),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가치, 한울 아카데미

     김재구·배종태 외(2018), 기업의 미래를 여는 사회가치경영, 클라우드나인

     박명규·이재열(2018), 사회적 가치와 사회혁신, 한울 아카데미

     장용석·조희진 외(2018), 사회적 가치의 재구성, 문우사

 

사회적 가치에 대한 연구는 주로 사회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대체로 이들 연구는 자본주의 체제가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쳤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시장의 한계와 정부의 실패를 보완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는 일이 21세기의  중대한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흥미로운 현상은 이러한 새로운 논의들이 시장과 국가와는 구별되는 사회의 역할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다소 도식적으로 말하면 경제와 정치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영역이 사회의 차원에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 책임, 사회적 통합,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이라는 접두어를 붙인 제안이나 논의들은 모두 이러한 문제의식을 함축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은 이러한 노력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다. 현 자본주의의 작동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고 기존 제도의 대응능력이 한계를 보이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체계와 실천양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이 개념 속에 담겨 있다.“ (박명규·이재열(2018), pp. 14-15)

 

김홍중은 사회적 가치를 형식적 용법과 실질적 용법으로 나누어 정의하였다. 형식적 용법으로서의 사회적 가치는 그 가치의 질적 속성에 대한 판단 이전에, 여러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하나의 가치로서 수용, 인정, 납득된 바로 그런 가치를 지칭한다. 이런 의미의 사회적 가치는 다수의 인간 연합체에 의해 승인되고 추인된 무언가를 지칭하며, 해당 사회마다 질적으로 상이한 모습을 띨 수 있다.” 그에 비해 실질적 용법으로서의 사회적 가치는 사회가 실질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의미한다. “이때 사회적가치는 사랑, 동정, 시혜, 포용, 연대와 같은 도덕적 방향성의 함의를 내포한다. 그것은 협력과 공존을 지향하며, 약자에 대한 연대와 부조의 실천을 촉구한다. 그런 지향이, 그런 지향을 추구하는 이에게 반드시 경제적 이득이나 정치적 권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것은 경제적 가치나 정치적 가치와 구별된다.” (박명규·이재열(2018), pp. 86-87)

한편 한상진에 따르면, “가치의 산정은 가치 판단을 전제한다. 경제적 가치는 생산적 기여나 재생산에 대한 필요성, 희소성 등에 의해 단순하게 표출될 수 있지만,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순간 그 가치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존중이나 상호감정 등이 포함된 심층적 영역에 속한다. 즉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를 포괄하며 그것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으로 재단될 수는 없는 생명체이자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지속가능성 자체에 대한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인 가격으로 환산될 수는 없으나, 보다 더 중요한 생명 유지와 관계하는 가치로서, 사랑, 희생, 안전, 건강 등을 반영한다. 사회적 가치는 생산성, , 사적 소유 등과 같은 객관적 충족을 기초로 하는 주관적 웰빙, 또는 행복감이나 안녕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박명규·이재열(2018), pp. 334-344)

 

이들의 정의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는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바람직하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가치로서,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지고 거래되는 경제적 가치와는 달리, 추상적인 개념으로 구성된, 도덕적이고 공동체 의식이 담긴 가치이다. 그러나 이 정의는 매우 관념적이어서 사회과학적 분석을 해야 하는 관점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공허한 문장(empty statement)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를 조작적 개념(operational concept)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박명규는 사회적 가치가 이론적으로 명료하게 정의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에는 연역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을 하기 보다는 귀납적인 어젠다 정리가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외 다양한 문헌들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의 핵심 내용을 크게 (1) 안전과 일자리, (2) 역능성과 혁신, (3) 공동체와 공공성, (4) 상생과 지속가능성의 네 그룹으로 정리하였다. (박명규·이재열(2018), pp. 15-23)

이와 유사하게 고동현·이재열 외(2016)는 사회적 가치를 [1]에서와 같이 좀 더 구체적인 항목으로 지표화하였다.

 

 

                           [1]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

               

 

한편 나준영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사회적 가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가치를 사람들의 욕망, 필요, 효용으로 이해하고 생산물로서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다. 정부, 기업, 비영리조직 등 사회의 모든 조직을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조직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가치는 재화와 서비스의 형태로 구현되어 사회적 필요를 충족한다. 대부분의 사회적 수요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가장 높은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충족되지만, 외부성, 공공재, 가치재 등의 시장실패 요인 때문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양만큼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수요를 해결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사회적 가치라고 이해한다. 특히 사회 구성원이 중시하는 가치이지만 시장의 가격기구에 반영되지 않아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치 창출에 주목한다.” (박명규·이재열(2018), pp. 283-284)

 

요컨대 나준영은 시장을 통해 재화나 서비스 형태에 의해 충족되는 사회적 니즈와 시장실패 때문에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사회적 니즈를 합하여 사회적 가치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공공보건, 치안, 혁신, 의무교육 등은 시장은 제공하지 못했더라도 정부나 사회적 기업(3섹터)이 재화나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에 포함된다. 그러나 정부가 법·제도를 통해 구현하게 될 무형적 가치(e.g., 양성 평등), 정부가 개입·해결할 여지가 별로 없는 종교적·철학적 가치들도 이 정의에서 다루는 사회적 가치에 포함되는지는 애매하다.

이에 비해 배종태는 경제학 관점에서 본 사회적 가치를 보다 명시적으로, 그리고 좁게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학·경영학 관점에서는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등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생산하지만, 이렇게 창출된 가치 중에서 시장의 가격 체계에 반영되지 않은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본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 여부를 판단할 때는 규범적으로 사회학 관점을 따르고,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때는 경제학·경영학 관점이 도움 될 수 있다.” 그는 더 나아가 통상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면 사회적 가치는 사회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되는 모든 가치에서 기업 활동을 통해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 즉 재무성과를 제외한 잔여가치를 말한다.”라고 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기업이 창출한 가치만으로 한정짓고 있다. (김재구·배종태 외(2018), pp. 46-48)

 

2.2 사회적 가치란 무엇인가?: 대칭적 개념 및 시사점

 

지금까지 사회적 가치에 대한 몇몇 정의를 살펴보았지만, 이 정의들을 보기 전에 비해 개념이 보다 분명해지기는커녕 더 혼란스러워졌으리라 짐작된다.

사회학 관점에서는, 사회적 가치가 사랑, 포용, 연대, 안전, 건강과 같은 도덕적·공동체적 방향성을 내포한 것으로 경제적 가치와 구별된다는 주장한다. 그러나 예컨대 안전, 건강은 질병치료, 음식과 같이 가격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재화·서비스를 통해 충족될 수 있는, 경제적 가치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 가치=추상적, 도덕적 가치’, ‘경제적 가치=물질적, 몰도덕적 가치라는 분류는 정확하지 않다. , 세상에는 화폐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가치가 있는데, 화폐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라고 해서 도덕적 지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볼 때, 경제적 vs. 경제 외적 가치, 또는 물질적 vs. 비물질적(추상적, 관념적) 가치로 나눌 수는 있겠으나, 사회적 vs. 경제적 가치라는 구분이 대칭적인 개념인지 의문이 간다. 한편, 사회적 가치를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바람직하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가치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때 사회적집단적이라는 뉘앙스를 갖는다. 그러나 그들이 정의한 사회적 가치(편익)가 개개인이 누리는 사적 가치(편익)는 제외하고 사회 전체가 느끼는 (공공재적인) 가치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적 가치도 포함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경제학 관점에서 본 사회적 가치의 정의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앞에서 보았듯이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사회적 가치=시장을 통해서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라고 정의함으로써 시장을 중요한 경계선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의는 사회학 관점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추상적, 비물질적 가치는 아예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에서 포괄적 기준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를 종합하면, 사회적 가치의 정의는 (1) 개인적 vs. 집단적, (2) 경제적(금전적) vs. 경제외적(비금전적), (3) 시장 기반 vs. 비시장 기반, 이렇게 세 가지 기준을 복합적으로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기준은 분명히 서로 다르지만 또한 서로 중첩적이기 때문에, 어떠한 기준을 사용하건 그 분류가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하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학 관점의 사회적 가치 vs. 경제적 가치 구분에서 중첩적 영역이 존재한다든지, 경제학 관점에서 정의한 사회적 가치가 사회학 관점을 완전히 배제하게 된 것이 바로 MECE하지 않은 분류 체계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기준을 활용하여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여러 정의들을 구분해 본다. 이로써 불분명하고 비논리적인 정의에 따른 혼란은 상당 부분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2]는 세 가지 기준을 2X3 매트릭스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2X3 매트릭스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8개로 구분되는 것이 맞지만, 뒤에서 살펴보듯이 경제외적 가치를 시장 기반 vs. 비시장 기반 가치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모두 6개 가치로 구분하였다.)

이제 [2]의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제일 먼저 적용한 기준은 가치를 추구 또는 소비하는 주체가 누구냐인데, 개인과 집단(사회 전체)로 구분할 수 있겠다. 여기서 (1) 개인적 가치는 개인이 선택하고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가치(private value)이고, (2) 집단적(사회 전체적) 가치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누리는 가치 - , (1) 개인적 가치 - 와 사회가 집단적으로 누리는 가치를 합한 가치(social value)이다. 사실 (2)를 그냥 사회적 가치라고만 불러도 별 문제는 없으며 경제학에서는 영어로 social value라고 부르고 있으나, 사회적 가치가 이 의미 말고도 다양한 의미로 쓰여 왔다는 (또는 쓰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집단적 가치라는 명칭을 병기하였다.

   

 

                           [2] 사회적 가치 관련 세 가지 기준과 이에 따른 가치 분류: 가치 추구·소비 관점

 

 

개인적 가치(1)는 경제적/금전적 가치(1.1)와 경제외적/비금전적 가치(1.2)로 나뉜다. 경제적 가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화폐 가치로 표현할 수 있는 가치를 말하는데, 이는 다시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재화 및 서비스로부터 창출되는 가치(1.1.1)와 시장을 통하지 않는 재화 및 서비스로부터의 가치(1.1.2)로 나눌 수 있다. 1.1.1은 개인들이 생산 활동에 제공하는 생산 요소의 대가(임금, 이자, 배당, 지대, 임대료 등)와 개인들이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로부터 누리는 효용 및 경제적 가치를 말한다. 그런데 후자는 이들 상품의 거래액(지불액)과 이들 상품으로부터 소비자들이 누리는 소비자 잉여를 합한 것이다. 소비자 잉여는 소비자가 해당 상품에 대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willingness to pay, WTP)에서 실제로 지불한 금액(가격, P)을 뺀 것을 말한다. 예컨대 어떤 소비자가 해당 상품에 대해 300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데 실제로는 200원을 지불하였다면, 소비자 잉여는 100원에 해당하고 이 100원이 소비자가 누리게 된 추가적인 가치이다. 이 가치는 시장 거래를 기반으로 생겨난 가치이긴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주고받는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거래액으로 잡히지는 않고 별도의 계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비자 잉여에 대해서는 블로그 (6)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그런데 가격이 200원인 이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WTP200원 이상인 사람들이고, WTP200원 이하인 사람들은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상품 구매자 중에서 WTP가 가장 낮은 사람은 200원의 가치가 있다고 느끼고 200원을 지불하였다. , 이 구매 활동에서 200원의 효용을 누렸지만 200원의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창출된 경제적 가치는 0이다. 같은 원리로, 상품 거래액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이기 때문에 이는 추가적으로 창출된 경제적 가치는 아니다. 그러나 어떤 상품에 대해서 개인이 지불한 금액은 그가 이 상품으로부터 누리는 효용을 의미하므로, “느슨하게정의된 경제적 가치에 포함시켜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한편 1.1.2는 재화 및 서비스를 소비함으로써 실제로 소비자가 누리는 효용이지만, 이 재화와 서비스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정부나 타인으로부터 이전(transfer) 받았거나, 자기가 직접 생산해서 소비하는 경우를 말한다.

한편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경제외적/비금전적 가치(1.2)는 화폐 단위로 표시할 수 없는 주관적이고 추상적·도덕적 가치를 말한다.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 명예, 종교적 구원, 자존감, 건강, 안전 등이 몇 가지 예이다. 물론 행복, 건강 등의 가치는 주택, 음식 및 병원 치료 등 구체적 재화·서비스를 통해서 일정 부분 충족될 수 있으며 이 부분은 1.2에서는 제외한다. l처럼 경제외적 가치는 재화·서비스를 통해서 누리는 가치는 제외하므로 시장 기반 여부를 가지고 다시 세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집단적/사회적 가치(2)는 앞에서 정의하였듯이 개개인이 누리는 가치와 사회가 집단적으로 누리는 가치를 합한 가치를 말한다. 각 개인들은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가 충족된다면 그 사회의 가치도 일정 부분 충족된다는 점에서 개인이 누리는 가치는 당연히 사회적 가치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한편 사회 전체적으로 효용을 느낀다고 해서 개별 개인들이 이들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치안 서비스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누리는 것이지만, 당연히 개별 구성원들도 이에 대해 가치를 느낀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개별적으로 이를 시장에서 구매함으로써 적정량의 치안 서비스가 생산되도록 하지는 못한다는 점이 사회적 가치의 특징이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는 효용을 느끼지만 시장 이외의 보완책을 통해서만 적정량이 생산될 수 있다.

집단적/사회적 가치도 경제적/금전적 가치(2.1)와 경제외적/비금전적 가치(2.2)로 나뉜다. 경제적 가치는 다시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재화 및 서비스로부터 창출되는 가치(2.1.1)와 시장을 통하지 않는 재화 및 서비스로부터의 가치(2.1.2)로 나눌 수 있다. 2.1.2는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회적 가치에 해당하는데, 외부 효과, 공공재 등의 시장실패 요인 때문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양만큼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또는 전부를 정부가 시장을 통하지 않고 공급한다. 한편 2.1.1은 거의 대부분이 개인이 제공한 생산요소 대가와 시장을 통해 구매한 상품을 통해 누리는 경제적 효용의 합이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몇몇 공공 서비스가 시장을 통해 제공되는 경우가 있는데, 예컨대 일부 국가의 일부 지자체에서 소방 서비스 같은 공공 서비스를 입찰을 통해 민간 기업에게 운영권을 부여한 사례들이 있다. 여기서 시장을 통한 공공 서비스 제공(private provision of public service)2.1.1에 포함한 것은 그 사례가 많아서가 아니라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공공 서비스가 시장을 통해서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추구하는 경제외적/비금전적 가치(2.2)도 화폐 단위로 표시할 수 없는 주관적이고 추상적·도덕적 가치로서, 평등, 공정, 사회 안전 등이 대표적 예이다. 그런데 평등은 의무교육으로, 사회 안전은 무상 의료,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과 같은 공공 서비스를 통해서 일정 부분 구체화될 수 있으며, 따라서 이 부분은 2.2에서 제외한다.

지금까지 논의를 통해서 흔히 사회적 가치라고 일컫는 용어가 갖는 의미와 다양한 대칭적 개념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2]의 분류에 따르면, 이 글의 맨 앞부분에서 언급한 사회학 관점의 사회적 가치는 2.2의 추상적·도덕적 가치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를 포함한다.”는 표현을 썼을 때의 사회적 가치는 2. 전체를 가리킨다. 한편 경제학 관점에서 본 사회적 가치는 2.1.2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에 따르면 어느 경우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배타적으로 대칭되는 개념으로 사용될 여지는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자료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는데, 그럼 이를 어떻게 설명하거나 정당화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2]는 가치를 소비·추구하는 주체 관점에서 정리된 것인데, 만약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적 vs. 사회적 가치가 MECE한 분류가 될 수 있다. 가치 창출 주체는 기업과 정부가 있는데, 정부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공공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재 공급(2.1.2), 보조금 지급(1.1.2)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제외하고, 기업 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로 나누어 보도록 한다.

[3]은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를 분류한 표이다. 여기서 (경제 주체인) 기업 본연의 경제 활동 결과를 경제적 가치라고 부를 수 있고, 나머지는 사회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표 3]의 경제적 가치와 [표 2]의 경제적 가치가 서로 다른 뜻으로 쓰였음을 주의하라.)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일반적으로 그 기업의 재무성과, 즉 이윤으로 측정한다. 경제학에서 기업 목표를 이윤(기업가치) 극대화로 설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가치 창출은 곧 기업 활동의 고유 목적이라 하겠다.

기업 활동에 참여한 주주에 대한 대가가 이윤이라면, 임금, 이자, 지대, 세금은 그 이외의 참여자에게 지급하는 대가이며, 이 금액에 이윤을 합하면 국민소득이 된다. 따라서 주주 이외의 참여자에게 지급한 대가는 국민경제에 기여한 사회적 가치로 볼 수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시장가격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매하였지만,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그들이 느끼는 효용(WTP)에 비해 작은 금액을 지불했으며 이 차액을 소비자 잉여라고 한다. 소비자 잉여는 금전적으로 환산 가능한 가치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진 금액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에서는 빠져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기업 활동을 통해서 소비자 후생에 기여한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로 볼 수 있다. 끝으로, 기업은 사회적 요구나 정부 정책 또는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서 환경, 노동, 소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적 가치를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기업 활동 이외의 사회공헌 기부 및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3] 경제적 가치 vs. 사회적 가치: 기업의 가치 창출 관점

 

 

지금까지의 긴 논의를 정리해보자. 내가 보기에, 지금까지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를 주도했던 사회학자들은 암묵적으로 가치의 소비 주체 관점에서 정리된 [2]의 프레임웍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정의해 왔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은,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쓴다면, 다음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 가치는 (이기적인) 개인이 알아서 (주로 시장경제 체제를 통해서) 달성할 테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시장경제 체제가 소홀히 한, 또는 파괴한) 도덕적 지향성에 합치하는 사회적 가치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달성하느냐의 문제다.” 이러다 보니 그들은 기업이나 시장이 사회적 가치 달성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공헌, 지속가능 활동을 강조하면서 착하게 살아라.”고 주문할 뿐이다.

그에 비해 [3]과 같이 가치 창출 주체 관점에서 정리된 사회적 가치를 보는 눈은 사뭇 다르다. 여기서 기업은 시장 원리를 따라 기업의 본원적 목표인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물론 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정부 역할은 당연히 인정하고 있지만, 기업이 사회적 가치 추구의 걸림돌이 아니라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시장경제의 한계와 역할에 대해서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사회학 관점과 다르다. 한편 [3]의 사회적 가치는 ESG에서 S뿐 아니라 E, 나아가 부분적으로 G 영역도 커버한다. 따라서 기업의 ESG 활동을 분석할 때는 [3]의 프레임웍도 유용할 것으로 본다.

이제 세 문장만 덧붙이고 끝내기로 하자.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SV)라는 용어는 (1) 사회학적 관점이 강하고, (2) 시장경제의 과거 성과와 미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으며, (3)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는 착한 기업이라는 규범적(normative) 기준을 강조하는 편이다. 그에 비해, ESG(1) 재무적·경제학적 관점이 강하고, (2)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시장 전체가 바뀌어야 미래가 바뀐다고 믿는 편이며, (3) 기업은 투자자의 수익성(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서 ESG 활동을 하리라는 실증적(positive) 관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Social Value(SV)ESGS는 다르다.”

   

2.3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자본

 

사회적 가치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지만 구별해야 할 개념이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은 물적 자본, 인적 자본과는 구별되는 개념이지만, 물적·인적자본과 마찬가지로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인프라를 지칭한다. 흔히 신뢰, 사회적 규범, 참여 및 연대 등을 사회적 자본의 구성요소로 꼽는다. 그런데 이들은 흔히 사회적 가치의 구성요소로도 포함되는 경향이 있고,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자본의 차이에 대해서도 크게 주목하지 않는 듯하다. 물론 신뢰, 참여 등은 좋은 사회가 갖추어야 할 가치임에 틀림없으므로 이들을 사회적 가치로 포함시키면 안 될 일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 본 사회적 가치는 사회가 추구하고 달성하려는 목표로서, 대표적으로 평등, 정의, 사회 안전 등의 가치가 이에 해당한다. 그에 비해 사회적 자본은 신뢰, ·제도 등 사회가 합리적,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인프라에 해당한다. 하지만 당연히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자본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먼저,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 인적, 자연 자본과 함께 경제적,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어 있지 않으면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유사한 맥락에서 사회적 가치가 잘 구현되면 당연히 이는 사회적 자본 축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두 가지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흔히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도덕감정론에서 동정(sympathy)”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간주되기도 하지만 인간의 본성 가운데는 다른 사람의 행운에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행복을 자신에게 필요한 것으로 여길 수 있게 하는 원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단지 자신이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런 유익을 얻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본성은 결코 덕스럽거나 고상한 사람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이다.”

(박명규·이재열(2018), p. 105 재인용)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경제발전은 동감(sympathy)의 범위 내에서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인간행위의 결과다.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동인 때문에 경제가 발전하지만, 이것이 과도하지 않도록 내·외적인 제약을 가하는 동감의 범위 내에서만 추구되기 때문에 사회가 무너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스미스의 동감은 신뢰, 사회적 규범과 맥락을 같이 하며, 결국 사회적 자본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같은 맥락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도 자본주의는 한 사람의 말이 그 사람의 명예가 되고, 경제적 인정보다 사회적 인정이 계약을 강제하는 환경에서 가장 번창한다.”고 주장하였다.

ESG 투자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도 사회적 자본의 역할은 중요하다. 잘 알다시피 ESG 투자의 출발은 투자자 인식 변화이다. , 환경 및 사회적 여건 변화를 고려할 때 단기적인 주주가치 극대화 추구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환경·사회 친화적인 기업 활동을 장려해야만 투자 수익률도 보장될 수 있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 변화는 어쩔 수 없어서” ESG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의해서 한다는, 가치관 및 선호 체계의 변화를 뜻한다. 이처럼 “ESG 가치 포용적인 투자자, 기업,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사회적 자본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만큼 ESG 투자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닐까.

 

 

3.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경제

 

사회학자과 반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시장경제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는 효율적인지 모르지만, 이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가 소홀히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 강도와 그 대안에 대해서는 그들 사이에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자본주의 경제를 완전히 부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유토피아적 사회적 경제를 추구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시장경제 체제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서 사회적 경제를 상정하는 견해도 있다. 여기서는 이들 두 견해를 간단히 정리하고 평가해 보도록 한다.

 

3.1 유토피아적 사회적 경제

 

급진적 사회주의 성향의 학자들은 기업이 본질적으로 반사회적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논리가 우정, 신의, 조건 없는 상호성, 사랑 등 인간 본연의 특성을 완전히 말살하고 사회적 자본을 파괴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처럼 시장의 발달이 시민의 삶을 위협하기 때문에 시장과 싸워야 하고 시장으로부터 보호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시장경제 체제는 애초부터 조금 수선해서 쓸 수 있는 그런 대안이 못된다. 따라서 이들은 이기적 개인과 사적 욕망의 추구가 아니라, 타인과의 신뢰와 협력, 호혜적 관계를 중시하는 이타적 행동에 기초한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문제는 이기적/경제적 인간과 이타적/사회적 인간의 논리가 경제적 영역과 사회적 영역의 엄격한 분리 속에서 각각의 영역에 배타적으로 위치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시장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이지만, 시장 바깥에서는 서로 협력하고 공적 덕성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는 이분법을 견지한다. 이러한 이분법을 견지하다보면, 하나의 경제 안에서 움직이는 행위 주체들이 때로는 서로 다른 동기와 다양한 목적을 아우르는 통합된 주체들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한다.

경제활동이 순수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며 효용을 극대화하는 인간의 모습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혜성을 바탕으로 한 경제(협력, 선물, 증여...)이고, 사회적 경제는 보통 호혜적 관계에 기초한 경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폴라니는 시장교환이나 재분배와 구분되는 호혜의 원리로 운영되는 경제를 중시했다. 폴라니는 19세기 서유럽에서 시장기제가 경제를 조직하는 지배적인 원리로 자리 잡으면서 경제 영역이 사회로부터 이탈(disembedded)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조정적(self-regulating) 체계가 됨으로써 사회관계가 경제체계의 구속을 받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경제현상은 사회현상의 한 부분임에도, 그것을 사회에서 떼어내 별개의 체계로 구성하게 되면서 오히려 사회적인 것 전체가 경제체계에 종속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일이 늘어났다. 이런 관점에서 폴라니는 시장경제의 대안을 위한 규범적 자원으로서 호혜경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규범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호혜성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경제는 신뢰와 협력의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호혜경제라 할 수 있다.” (고동현·이재열 외(2016), pp. 46-57 발췌 인용)

 

이대로라면 드디어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며 연대하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선물, 증여를 주고받는 호혜경제가 태어나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건설하자는 주장이 학문적으로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지는 이 분야의 문외한인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가 등장한 적은 있어도, 인류학자들이 고대 사회의 자급자족적 공동체에서 흔적을 찾아낸 호혜경제가 오늘날 시장경제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세상이 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3.2 3섹터로서의 사회적 경제

 

그런데 대부분의 사회학자들도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런 낭만적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는 듯하다. 고동현·이재열 외(2016)의 서술을 인용해 보면,

 

          “호혜경제로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그것이 시장이나 국가와는 다른 대안적 사회경제질서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선험적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당위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의 실체 작동에서 호혜성이 어떻게 실현되는가 하는 것이다. 호혜성이 사회적 경제를 구성하는 규범적 지표라는 당위론적 논의를 넘어서, 현실 경제에서 다양한 호혜성의 유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경험적이며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핵심적인 질문의 하나는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도 호혜와 협동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이 가능한가, 아니면 시장영역과 구분되는 다른 영역, 즉 시민사회나 제3섹터에서만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국가 및 시장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그 영역이나 원리가 상당히 중첩되기 때문에 국가 및 시장으로부터 끊임없이 포섭과 침윤을 경험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보면 사회적 경제가 국가 및 시장과 맺는 상호 침투적 관계로 인해 호혜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의 규범적 운영원리나 대안적 목적 추구가 제약될 수 있다.

사실 호혜경제는 시장경제의 압도적인 지배가 계속되면서 주변부에 위치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 역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이상 시장교환을 외면할 수 없다. 또한 정부 보조금이나 사업위탁 등과 같이 공공 부문의 자원을 지원받는다는 점에서 시장 및 국가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형되기도 한다.” (고동현·이재열 외(2016), p. 58)

 

위 문장에서 보듯이, 보다 온건한견해를 가진 학자들도 역시 사회적 경제를 중요한 대안으로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적 경제를 국가 및 시장의 보완적 영역으로 인식한다. , 사회적 경제도 하나의 경제 영역이지만, 사회+경제가 아닌, 사회적 기업 등 제3섹터 조직들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연대 경제라든가, 민간, 정부 사이의 매개적 공간에 위치하면서 이들과 중첩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제3섹터일 뿐이지, 시장 부문에 자신의 논리를 관철시켜서 시장을 대체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 이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경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회적 경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하면, “첫째, 법적·제도적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는 시장 부문과 공공 부문 사이에서 양자를 통해 만족되지 못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 영역으로 규정되며, 그것은 일반적으로 협동조합기업, 공제조합, 연합체의 성격을 가진 다양한 비영리조직들 그리고 재단 등을 포함한다.

둘째, 규범적 운영원리에 기초한 접근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는 주로 협동조합, 공제조합, 그리고 비영리조직이 수행하는 경제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개념 접근은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규범적 정당성을 갖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활동에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의 동의 수준을 높일 수 있게 한다.

셋째, 사회경제적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접근으로 개념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사회적 경제를 사회의 매개적인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절 메커니즘은 사회적 경제의 역할, 즉 연대경제(solidarity economy),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 그리고 조절적 사회경제 체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는 단순히 시민사회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복합경제, 민간, 정부, 가정 경제 사이의 매개적 공간에 위치하면서 이들과 중첩적으로 존재하는 제3섹터로 정의된다.” (고동현·이재열 외(2016), p. 63)

 

이처럼 사회적 경제는 경제적 행위를 행함에 있어 민주성, 공동체 지향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성, 시민적 자치 역량 강화 등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범주의 사회적 경제 조직은 실제로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협동조합, 공제조합,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협동조합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은 지난 20여년 사이에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 지원 및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 삶의 질 향상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지원에 힘입어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나타나서 2019년 말 기준, 2,372개의 사회적 기업이 존재하고 약 47천명이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사회적 기업은 예외가 없지는 않겠지만,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기업들에 비해 인력, 제품, 비즈니스 모델, 자금력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이 영리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시장 수익률을 실현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심지어는 정부 및 대기업의 지원이 없으면 생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사회적 경제, 그리고 실현 도구로서의 사회적 기업은, 그 정의와 지향점처럼 자본주의의 한계 및 문제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그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며 시장경제의 방향 자체를 바꾸거나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동력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3.3 요약하면...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사회적 경제를 추구하는 극단적 견해는 바람직하지 않고, 설사 바람직하더라도 실현 가능하지 않은 유토피아를 그린 것이다. 한편 제3섹터에 자리하여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사회적 경제, 그리고 그것의 실현 도구로서의 사회적 기업은, 그 정의와 지향점처럼 자본주의의 한계 및 문제점을 보완하는 역할은 할 것이나, 아주 제한적인 역할을 할 뿐이며, 자비심이나 사회공헌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이처럼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사회적 경제는 현실성이 없거나, 제한적인 영향 밖에 없다. 유토피아를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 걸음 한 걸음 사회적 기업을 육성한다고 해서 시장경제 전체가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 사회적 가치와 ESG 투자

 

이 블로그 포스팅에서 ESG 투자를 이해하는 한 시도로서 사회학 관점에서 관련 이슈들을 살펴보았다. 이들의 논의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SV)에서 시작하는데, 기업이나 시장이 사회적 가치 달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으며, 3섹터인 사회적 경제 그리고 사회적 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에 비해 ESG 투자는 시장경제 전체의 변화를 겨냥하여, 투자자 주도로 기업들의 ESG 활동을 독려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ESGSocial(S)이란 단어가 들어있지만, Social Value(SV)ESGSSVESG가 이념적·역사적 연원과 지향점이 다르다.

그러나 출발점이나 지향점이 다르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위한 구체적인 action item을 도출하는 단계가 되면 유사점이 많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UN SDGs(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중요한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2015UN 총회에서 설정된 UN SDGs는 보다 더 나은, 그리고 보다 더 지속가능한 미래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17개의 목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2030년까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4]17개의 SDGs를 보여주고 있다.

 

 

  [4] 17 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러한 목표들은 ESG 관점에서 기업들을 평가하는 지표에도 상당 부분 녹아들어 있다. 예컨대 대표적 ESG 평가 기관인 MSCI[5]와 같은 지표로 개별 기업들의 ESG 등급을 평가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MSCI240개 세부 지표들에 대해서 개별 기업의 평가 점수를 매기고, 이 지표 240개를 [5]에 제시된 37ESG 이슈별로 묶어서 각 이슈에 대해서 0~10 스케일로 평가 점수를 매긴다. [5]에 따르면 ESG 이슈는 “3 Pillars-10 Themes-37 Key Issues”의 계위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Environmental Pillar에는 Climate Change를 포함한 4개의 Theme이 있으며, 다시 Climate Change ThemeCarbon Emission, Product Carbon Footprint 4개의 Issue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 제시된 37ESG 이슈와 240개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특히 Environment 지표들이 UN SDGs와 지향점이 매우 유사하고, Social 지표들도 큰 방향성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5] 기업들에 대한 ESG 평가 등급 지표

 

 

한편 ESG 투자의 한 종류인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는 투자수익과 함께 사회·환경 문제에 긍정적 임팩트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를 일컫는다. (ESG 투자의 분류 및 특징에 대해서는 블로그 (2)를 참조할 것) 따라서 임팩트 투자자들은 특정한 사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기업(e.g., 친환경 소재 기술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채권(e.g., 그린 본드), 특정 프로젝트(e.g., 개도국 재생 에너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등에 투자한다. 임팩트 투자는 다른 ESG 투자에 비해 환경·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가치 지향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과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 수익률보다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훨씬 방점이 큰데 비해, 임팩트 투자는 적정 수익률 실현을 목표로 경쟁적인 방식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실제 수익률 성과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전혀 성격이 다르다.

 

 

5. 에필로그

 

중간 중간에 한 번씩 매듭을 지어 놓았기에 긴 마무리는 필요 없을 듯하다.

이 글에서는 자본주의 경제학을 제외한 사회과학, 주로 사회학의 시각에서 ESG/지속가능 투자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주된 화두는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경제였는데, 사회적 가치라는 용어를 검토해 본 결과, 그들은 시장경제에서 사회적 가치가 소홀히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사회적 가치가 실현된 경제 체제를 사회적 경제라고 상정하였을 때, 사회적 경제가 자본주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견해는 비현실적인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으로 보였다. 그에 비해 제3섹터에 자리하여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사회적 경제, 그리고 그것의 실현 도구로서의 사회적 기업은, 그 정의와 지향점처럼 자본주의의 한계 및 문제점을 보완하는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아주 제한적인 역할에 그칠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사회적 경제는 현실성이 없거나, 아니면 영향이 아주 제한적이다. 유토피아를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 걸음 한 걸음 사회적 기업을 육성한다고 해서 시장경제 전체가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쯤에서 대학생 때 읽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어른용 동화가 떠올랐다. 이 동화는 한 마리의 애벌레가 힘들게 나비가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고치에서 깨어난 줄무늬 애벌레는 나뭇잎을 갉아 먹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의 목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길을 떠난다. 길을 가다가 기둥을 발견하고는 다른 벌레를 짓밟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드디어 꼭대기에 다다른다. 그러나 거기서 그는 꼭대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 그리고 자기가 올라왔던 기둥과 유사한 것들이 헤아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큰 용기를 내어 고치가 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나비가 되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나비가 되었다. 얼마나 감동적인 이야기인가!

그런데 1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이 거의 끝나갈 때까지 이처럼 한 마리 애벌레가 얼마나 큰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나비로 다시 태어나는지를 구구절절이 묘사하다가, 딱 마지막 페이지한 장에는 갑자기 온 세상에 나비와 꽃이 가득 차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경쟁으로 찌든 삶을 떨치고 나비가 되겠다는, 그리고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도 드디어 나비가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읽었으나, 맨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는 아니, 한 마리 나비가 태어나는 것도 이리 힘들었는데, 어찌 세상 모든 애벌레가 단숨에 다 나비가 된단 말인가.”라고 조금은 황당해 하면서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책 표지에 있듯이 이 이야기는 혁명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깨달은 건 세월이 좀 지난 다음이었다.)

 

ESG 투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시장적인 방법을 통해서, 시장 자체가 바뀌어야 인류 미래가 바뀐다고 믿는 편이다. , 경제 전체가 바뀌려면 majority investor들의 투자 방향과 인센티브가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유지가능한 수익성 추구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ESG 활동을 잘하는 기업들에 투자를 많이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ESG는 주류(mainstream) 경제 및 금융 시장에서의 변화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체제 자체를 개선하려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제의 지향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SV)ESGS는 같은 단어지만, 그 이념적 연원이 같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학문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 자체로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ESG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고 사회적 경제에만 매달리면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변죽을 울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애벌레 한 마리를 나비로 만드는 데 온갖 힘을 빼듯이 말이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