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은 종종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도 함께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처럼 CSR/CSV가 병기될 때, 그 둘은 유사하지만 CSVCSR보다 조금 진화된 개념이라거나 또는 CSR과는 차별화되는 CSV만의 특징이 있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가끔은, “CSR말고 CSV도 알아.”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CSVPorterKramerHarvard Business Review(2011)에 게재한 “Creating Shared Value”에서 정립한 개념이다. 그들은 CSV기업들이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적 성공도 달성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정의하면서, CSV이미 창출된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이를 공유하는 것에 초점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은 CSV가 자선활동, 사회적 책임, 심지어는 지속가능성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Michael Porter는 경쟁전략 및 “Five Forces Model” 등으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경영전략 분야의 대가이다. 그의 명성에 걸맞게, CSV 논문이 발표가 되자 학계와 산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CSR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학자들은, CSV가 기존 CSR 연구에서 논의된 개념이나 이론과 별로 다를 것이 없으며, 본질적으로 전략적 CSR의 한 유형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연구자들은 Porter & KramerCSR을 전략 개념도 없고 한낱 자선활동 정도로 폄하하였으며, 선행 연구들을 의도적으로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였다. 다른 영역(경영전략)에서 활동하던 아주 유명한 학자가 자신의 영역(CSR)에 관한 글을 써서 주목을 받는 것도 살짝 불편할 일인데, 지금까지 자신들의 학문적 업적을 하찮은 것, 또는 아예 없는 것 취급을 하니 화가 날 법도 하다. 그러나 Porter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CSV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CSV의 독창성에 대해 비판적인 학자들조차도 Michael Porter의 명성 덕분에 CSR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니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Porter & KramerCSV에 대해서 살펴본다. 내가 보기에도 CSV[ESG 시리즈] 블로그 (4)에서 다룬 전략적’ CSR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SV를 별도 포스팅에서 다룬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CSV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CSV를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Porter & Kramer, 다른 CSR 문헌들과는 달리, 기업의 목적과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서 중요하게 언급하였는데, 그들의 논점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적절한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려는 의도가 있다. 어쨌거나 이 글은 블로그 (4)補論 성격을 띤다.

 

 

2. Porter & KramerCSV 개관

 

2.1 CSV의 출발점과 개념

 

Porter & Kramer는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평가로 논의를 시작한다. 신고전파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환경보호, 산업안전, 장애인 고용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할 의무는 기업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므로, 곧 비용 증가=이윤 감소를 의미한다. ,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간에는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Porter & Kramer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연장선상에서 CSR을 평가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기업들은 환경 및 사회 규제를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경제적 활동에 대해 고민할 때 이 부분은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들은 법으로 정한 것 이외에는 사회 문제 해결을 정부나 NGO 영역으로 넘기려고 한다. 그리고 외부 압력에 대응하는 차원에서의 CSR 프로그램은 기업 평판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탄생했고, 그에 필요한 비용 집행은 불가피하지만 그 이상의 비용은 주주의 돈을 무책임하게 쓰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처럼 Porter & KramerCSR 활동을 신고전파 경제학적 개념으로 무장된 기업이 어쩔 수 없어서 하는 행동으로 정의했고, 따라서 이런 정의에 따르면 전략적’ CSR 같은 개념은 애초에 발붙일 여지가 없는 것이다.

Porter & Kramer는 기업들이 이처럼 단기적 이윤 극대화에 매몰되어 사회 문제 해결에 무관심해지면서 사회와 단절되어 간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기업 이윤이 늘더라도, 그들의 비용 최소화 행동으로 말미암아 지역사회는 저임금 국가로의 outsourcing/offshoring에 따른 실업 등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Porter & Kramer, 이렇듯 기업들의 비전, 전략, 주기(time horizon)가 좁아지면서, 사회적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새로운 가치창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사회의 어려움이나 취약점이 가치사슬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반면에, CSV 개념 하에서는 전통적인 경제적 니즈 뿐 아니라 사회적 니즈가 시장을 정의한다. CSV 이론은 또한 사회적 재난이나 취약점이 있으면 이는 결국 기업의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대형사고, 에너지나 천연자원 낭비, 부실한 학교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직원교육 비용 등이 몇 가지 예이다. 그러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반드시 비용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새로운 기술, 운용방법, 경영기법 등을 통해서 혁신을 이루어내면 사회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자신의 생산성이 증대되고 시장도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Porter & Kramer에 따르면, CSR이 창출된 가치의 분배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해 CSV는 새로운 가치 창출에 초점이 있다. 예컨대, 전형적인 CSR 프로그램인 공정무역은 가난한 농가에 더 높은 값을 지불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에, CSV에서는 농경 기술 개선, 농가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농가의 생산량과 농작물 품질을 증가시킴으로써 농작물 생산자(농가)와 구매자(기업)의 이익을 모두 증가시키는 방법을 모색한다.

 

2.2 공유가치 창출 방법

 

CSV의 정의상,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자신들의 경제적 가치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한 쪽에서 가치를 증대하다보면 다른 쪽에서도 기회가 새긴다는 뜻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Porter & Kramer에 의하면, 공유가치 창출은 제품과 시장의 재인식, 가치사슬에서 생산성의 재정의, 지역 클러스터 개발 등의 세 가지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세 가지 공유가치 창출 방법의 정의 및 사례를 정리하면 <1>과 같다.

 

                       <1> 공유가치 창출 방법 및 사례

                     자료: 김종대 외, “성공적 CSR 전략으로서 CSV에 대한 평가,” Korea Business Review, 2016. 2, 291-317

 

 

이 세 가지 개념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 번째 방법인 제품과 시장의 재인식, 지금까지는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매우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소비자 니즈가 존재하는데, 그런 니즈를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구가 많은 저소득 국가에 맞는 적절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사회적 편익도 매우 크지만, 기업도 큰 이윤을 볼 수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도 환경, 건강 등 새로운 사회적 니즈를 충족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Porter & Kramer는 구체적인 상품의 예로, 인텔/IBM의 절전수요 솔루션, 유선 인프라가 취약한 아프리카에서의 모바일 뱅킹 등을 들고 있다.

둘째, “가치사슬에서 생산성의 재정의는 사회 문제가 가치사슬 상에서 비용을 증가시킬 때, 역설적으로 CSV 기회가 생긴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 가치사슬 상의 생산성 증대와 사회 발전 간에 상관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사회 문제를 CSV 관점에서 접근하고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면 시너지가 증가하리라고 본다. 예컨대, 과거에는 환경오염을 줄이려면 비용이 증가한다고만 생각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기술발전 덕분에 비용이 거의 증가하지 않고, 심지어는 자원 활용 및 생산성 증대를 감안하면 비용 순감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환경오염 개선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말할 것 없고, 해당 기업의 가치사슬에도 (예컨대 지역사회 건강 개선, 회사에 대한 지역사회 이미지 개선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지역 클러스터 개발은 기업의 성공이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기업들, 교육기관, 연구소 등 관련 기관 및 인프라, 즉 클러스터에 크게 의존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한 기업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데 노력한다면, 그 기업과 클러스터의 구성 요소들은 클러스터 구축 및 개선에 따른 편익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Porter & Kramer는 네슬레를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하고 있는데, 네슬레는 커피 생산 지역에 농업, 기술, 금융, 물류 기업을 유치하여 농업 자재와 생산요소의 접근성을 높이고, 금융과 교육 훈련 등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농가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네슬레의 경제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하였음은 물론이다.

 

2.3 CSV와 자본주의 진화

 

Porter & KramerCSV가 자본주의의 진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들은 다음 인용문에서 보듯이 바람직한 자본주의의 모습을 설정하고, CSV가 이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이윤이 똑같지는 않다. 물론 편협하고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자본시장이나 대부분의 경영 이론에서는 이런 생각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목적을 포용하는 이윤이 더 높은 수준의 자본주의기업과 사회의 번영이 선순환을 만들고, 따라서 지속가능한 이윤을 가능하게 하는 그런 자본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공유가치 창출은 오늘날의 기업 활동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다. 공유가치는 기업들이 옳은이윤사회 편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이윤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물론 자본시장은 끊임없이 사회적 니즈를 희생시켜가면서라도 이윤을 거두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윤은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더 많은 기회를 잃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들은 이처럼 진화된 자본주의 등장을 촉구하고 있지만, 진화된 자본주의는 자비심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그것이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형태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트레이드오프 관계로 보는 전통적인 자본주의를 탈피해야 하지만, 여전히 경쟁 및 시장원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Porter & KramerCSV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개념을 확장하였다고 주장한다.

 

          “It is not philanthropy but self-interested behavior to create economic value by creating societal value. If all companies individually pursued shared value connected to their part businesses, society’s overall interests would be served.”

 

CSV가 자비심이 아니라 이기심을 기초로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이론을 CSR과 차별화하고, CSV 이론이 경제학의 적자이며 따라서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시키고 싶은 것 같다. 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손까지 끌어들여서, 각각의 기업들이 공유가치를 추구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여 사회 전체의 이익이 달성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제 주체들의 이기심 CSV 달성 시장메커니즘 작동 일반균형 도달 사회 후생 (경제적 가치 및 사회적 가치) 극대화라는, 경제학자들이 꿈에도 그리는 일련의 과정이 CSV를 통해 구현되는 아름다운 세상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의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3. CSV 평가

 

그럼, 이제 CSV의 개념에 대해서 평가해 볼 때가 되었다. 인위적으로 몇 가지 측면에서 나누어 보려고 했지만 서로 연관된 측면이 많다.

 

3.1 CSV vs. CSR: 그들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같은가?

 

Porter & KramerCSVCSR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그 차이를 <그림 1>과 같이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CSR은 이윤 극대화 행동과 분리되어 있으며, 기업시민으로서의 의무나 자선 활동의 일환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이고, 따라서 기업 활동과는 연관성 없이 외부 압력에 반응하는 차원에서 행하는 활동이다.

 

                       <그림 1> Porter & Kramer가 본 CSR vs. CSV

 

그러나 CSR을 연구해온 경영학자들은 전혀 견해가 다르다. 블로그 (4)에서 살펴보았듯이, 그들은 사회적 책임만을 강조하는 CSR은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일찌감치 깨달았으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전략적’ CSR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전략적 CSR의 개념은 1984Freeman의 이해관계자 이론에서 시작되어 최근까지 다양한 이론으로 발전되어 왔는데, 이윤·사람·지구에 관련된 성과를 강조하는 TBL(triple bottom line) 이론(1997), 저소득층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고 동시에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얻는 BOP(Bottom of the Pyramid) 전략(2004),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해야 한다는 Blended Value 이론(2006), Sustainable Value 이론(2005) 등이 전략적 CSR 이론의 계보를 잇는다. 경영학자들은 CSV가 사회적+경제적 가치 추구 활동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전략적 CSR 활동의 한 유형이라고 판단한다. Porter & Kramer2006년에 쓴 HBR article에서는 “CSR이 단지 자선활동은 아니며, 새로운 기회, 혁신,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놓고는, 5년 후에는 CSR은 전략적이지 못하고 따라서 CSV와는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다른 연구자들이 열을 받을 만도 하다. 뿐만 아니라, 경영학자들에 따르면, Porter & Kramer가 제시한 CSV 사례들 대부분은 이미 전략적 CSR 활동의 사례로 언급되는 것들이어서 새로울 게 없다.

Porter & Kramer, CSR 이론들이 윤리적 의무, 정치적 책임, 비즈니스 리스크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비해, 자신들은 경영전략 및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CSV를 설명하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 진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 큰 기여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일부 차이에도 불구하고 CSV는 다른 전략적 CSR 이론들에 비해 뚜렷한 차이점이나 독창성을 찾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경영전략 관점에서 설명했다거나 CSV에서 자본주의 진화 방향을 찾았다는 주장은,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도리어 확실한 한계를 보이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주장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Porter & Kramer가 선행 연구들의 기여를 제대로 언급했을 리 만무다. 여러 학자들이 독창성 부족과 함께 선행 연구에 대한 언급 부족을 비판했으며, Stuart HartPorter에게 해적이라는 표현까지 썼을 정도다. Porter & Kramer는 후에 그들의 논문을 비판한 글에 대한 대답(reply)에서 몇몇 선행 연구들이 있었음을 언급했지만, HBR의 편집 방침에 따라 이들을 각주로 언급할 수 없었다고 궁색하게 변명하였으며, 또한 자신들의 연구가 이들과 유사하다는 점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3.2 CSV는 기껏해야 일부 기업의 일부 활동에만 적용될 수 있다

 

Porter & KramerCSV 활동을 통해서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CSV를 변방이 아닌 핵심적인 기업 활동에 적용함으로써 정부나 사회 조직보다는 더 효과적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기업이 사회적 존경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정도가 되려면 대부분의 기업에서, 대부분의 활동에 CSV가 접목되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CSV는 기껏해야 일부 산업, 일부 기업, 일부 활동에서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널리 받아들여질 주장이 아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전략적 CSR의 한계로 언급한 바 있으며, 전략적 CSR의 한 유형인 CSV에도 적용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CSV를 통해서 이윤이 늘거나, 최소한 줄지 않을까? CSV의 핵심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비용 증가를 가져오지 않고 기업-사회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이 과연 모든 기업들에게 해당될까? 물론 Porter & Kramer가 언급한 예들을 보면 분명히 매출 증대나 비용 감소를 가져오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모든 기업들이 이러한 노력들을 기울이면 더 많은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Porter가 언급한 예들은 적어도 아직은 예외적이고 일화적(anecdotal)인 케이스로 보인다. 여전히, 특히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대부분의 활동은 비용 증가를 수반한다. 물론 아주 장기적으로는 CSV가 전반적인 기업 활동에서 작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나면 기술 진보를 통해서 화석연료보다 대체 에너지가 더 비용이 낮을 수 있는 것처럼. 그러나 그렇게까지 이슈를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주주가 그렇게 까지 장기적으로 볼 의지나 인센티브가 있느냐의 문제로 넘어갈 것이다. CSV가 일부 산업, 일부 기업의 활동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section에서 살펴보겠다.

한편, Porter & Kramer“Blurring the profit/nonprofit boundary” section에서 CSV가 이윤 추구 조직과 비영리 조직의 구분을 흐릿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들이 여기서 언급하는 예들은 착한 일을 하면서도 이윤을 내는 기업들을 만들어보자는 임팩트 투자, 사회적 기업 지원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면서 profit/nonprofit boundary가 흐릿해진다는 것이 CSV가 가능하다는 강력한 사인(sign)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성공하는 착한 기업을 많이 만들자는 좋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이런 예들이 대부분의 대기업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겠는가? Porter의 머릿속에는 널리 적용될만한 그럴듯한 전략(feasible strategy)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과 멋진 세상을 지향하는 당위론적 생각이 뒤섞여서 자신의 논리 자체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3.3 CSV, 심하게 말하면, 그냥 경영전략이다.

 

Porter & Kramer 스스로가 CSV는 경영전략의 일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Shared value is defining a whole new set of best practices that all companies must embrace. It will become an integral part of strategy. The essence of strategy is choosing a unique positioning and distinctive value chain to deliver on it. Shared value opens up many new needs to meet, new products to offer, new customers to serve, and new ways to configure the value chain. And the competitive advantages that arise from creating shared value will often be more sustainable than conventional cost and quality improvements. The cycle of imitation and zero-sum competition can be broken.”

 

그들이 이처럼 CSV를 경영전략의 일부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CSV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경영전략을 툴로 삼아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이니, 그만큼 실효성이 크다는 걸 강조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전략이란 무엇인가? Porter의 유명한 논문 “What is strategy?”에 의하면, 전략은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독특한 행동들을 잘 결합함으로써, 경쟁우위를 만들어내고, 결국엔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앞에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세 가지 방법이라고 언급되어 있는 것도, 시장과 상품-가치사슬-생태계의 세 가지 측면에서 어떻게 스마트하게 전략을 짜고 행동하면 이윤도 만들어내고 기업을 둘러싼 사회도 더 좋아지는가에 관한 것이다. 앞의 영어 인용문 내용도 네가 스마트하게 남들보다 앞서서 남들이 모방하기 어렵게 독특한 행동들을 결합하면 추가적인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는 메시지이다. 그런데 Porter가 강조하듯이,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다면, CSV는 모든 기업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 일부 뛰어난 기업만이 할 수 있는 활동이 된다. 반면에 남들이 결국엔 모방하게 된다면, (실제로는 대부분 이 경우에 해당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기업들의 CSV 활동은 유사해진다. 그럼 다시 위의 인용문 내용대로 모방과 제로섬 경쟁의 악순환이 벌어져서, 기업들이 CSV 활동을 통해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게 된다.

이제 Porter & Kramer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전략에 기반한 CSV”의 근본적 한계가 드러났다. 선발 기업들이 남들은 따라하지 못하도록 아주 뛰어난 전략으로 CSV를 행하면 CSV는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 한편 선발 기업의 CSV 전략을 나머지 기업들이 다 따라할 수 있게 된다면, CSV는 더 이상 차별적인 가치를 만들지 못하게 되므로, 기업들이 CSV 활동을 중단하게 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어느 경우건, “전략적으로 추진한 CSV 활동이 산업 전반에 걸쳐 성과를 낼 수는 없다는 것을 Porter & Kramer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Porter & Kramer의 당초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이 글은 기업 경영자들에게 사회적 이슈들을 필요악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지 말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이윤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으로 전환해라. , 위험에서 기회를 보라!”는 전략 페이퍼로 읽힌다. 이렇듯 CSV가 전략의 일부가 되는 순간, CSV는 특정 기업에게 하는 조언이 될 뿐이며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조언일 수 없다. , 몇몇 기업들은 뛰어난 전략을 바탕으로 초과이윤을 올릴 수 있으므로, 개별 기업들에게 어떻게 하면 초과이윤을 올릴지 조언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러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평균적인 기업은 초과이윤을 올릴 수 없다. 경쟁 시장에서 모든 기업이 초과이윤을 올릴 수 있는 그런 전략은 없다.

“CSV 페이퍼가 전략 페이퍼 같다.”는 말이 칭찬이 아닌 이유이다.

 

3.4 기업들이 CSV를 추구할 인센티브가 있는가?

 

모든 기업들이 CSV 활동을 통해서 추가적 이윤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앞 section의 결론은, 보다 근본적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간에 트레이드오프 관계에서 기인한다. 블로그 (4)에 제시된 바와 같이,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기업의 목적함수는 다음과 같다.

 

          maximize Profit(Neoclassical)                                                                              (1)

                                 subject to E(탄소배출, 오염물질...)

                                               S(산업안전, 최저임금, 장애인 고용...)

                                               G(지배구조 규제, 대리인 비용)

 

(1)에서 E, S, G는 각각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규제 또는 제약조건이다.

이 식에서는 기업 이윤과 사회적 가치 사이에 트레이드 관계가 명확하게 보인다. 그에 비해, PorterCSV가 상정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은 다음과 같은 목적함수를 가지고 있다고 정의할 수 있다.

 

          maximize (Profit(CSV), Social Value)                                                                       (2)

 

신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추가적으로 고려할 요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블로그 4 참조), 대부분의 경우 기업에게 사회적 가치는 규제를 피하는 선에서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할 비용 요소였는데 비해, CSV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는 비용이 아니라 이윤과 함께 극대화를 추구할 목표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식으로만 보면 기업들은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목적,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다음과 같은 제약 조건이 있다.

 

                            subject to Profit(CSV) Profit(Neoclassical)                                          (3)

 

, CSV 활동을 통해서 거둘 수 있는 이윤이 그 활동을 하지 않았을 때 거둘 수 있는 이윤보다 크거나 적어도 같아야만 한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지적하였듯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잘 창출하면서도 비용 증가가 아닌 이윤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기업들, 보다 구체적으로 경영자들이, CSV 활동을 열심히 할 인센티브가 있는지 여부는 경영자들 임면권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달렸다. 그런데 다음 section에서 언급하듯이, Porter & Kramer자본시장은 사회적 니즈를 희생해가면서도 이윤을 올리려 한다.”고 말한다. 이런 투자자를 갑으로 모시고 있는 경영자들이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CSV 활동을 열심히 할 인센티브는 없다.

 

CSV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전략적 CSR에 대해 했던 비판과 동일하다. (블로그 (4) 참조) 내가 보기에, 전략적 CSR 연구자들이건 Porter & Kramer, 경제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 사이에 근본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나타난다. CSR/CSV 연구자들이 명시적으로 식 (2)와 같은 목적함수를 설정한 경우를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낡은 자본주의의 틀에 얽매인 기업들은 경제적 vs 사회적 목표를 갈등 관계로만 보는데,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또는 그렇게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들의 주장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2)와 같이 되는 것이다. (2)를 전제하는 순간 식 (1)에서 존재하던 갈등이 갑자기 사라진다. 경제적 vs. 사회적 가치 사이를 선택해야 할 문제로 보지 말고 함께 추구할 대상으로 보자고 주장하는 건 문제가 없다. 그러나 CSR/CSV 활동을 하면 당장에 이윤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fact”.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자고 주장한다고 해서 이 fact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낡은 자본주의의 틀에 얽매여서 자꾸 둘 사이를 갈등 관계로 본다고 비판한다고 해서 fact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이들 학자들은 실제로는 식 (3)과 같은 제약조건이 존재한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일부러 무시한 듯하다.

이처럼 trade-off 관계를 무시했을 때 발생하는 실제적인 문제는, 전략적 CSR이나 CSV가 모든 기업 활동에서 쉽게 관철되는 것처럼 포장됨으로써, 기업들의 “green washing”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대부분의 기업 활동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가치를 희생하면서도, 일부 독립된 CSV/CSR 활동을 통해서 마치 엄청나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좋은 기업인 것처럼 보이게 할 위험성이 있다는 뜻이다.

전략적 CSR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두 목표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무시한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자선적 CSR 활동에 머물던 상황을 지켜보다가, “이왕 돈 쓰는 것, 전략적으로 CSR 활동을 잘 하면 돈만 낭비하는 게 아니라 이윤 추구에도 도움이 되겠는데?”라는 것이 이들의 접근 방법이다. 이처럼 그들은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어떻게 하면 완화시킬까 하고 고민하는 입장이니, 새삼스럽게 트레이드오프를 굳이 강조하거나 그 존재를 전제할 필요도 없다. 그게 큰 걸림돌이란 걸 이미 다 알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CSV에서는 경우가 다르다. Porter & Kramer“Moving Beyond Trade-offs”라는 논문 앞부분 section에서 이런 트레이드오프 상태를 극복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다. 그런데 그들은, 이게 신고전파 경제학이 만들어낸 낡은 프레임웍 때문이므로, CSV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생각을 바꾸고 기업들도 그에 맞는 전략을 실행하면 상황이 바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이론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실행해서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당초부터 뭐가 문제이겠는가? 그런데 Porter는 그의 전략 이론에서 전략이란 모름지기 여러 옵션 간에 trade-off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그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다. 따라서 좋은 전략에는 항상 trade-off가 존재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차별화를 강조하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고, 비용우위 전략을 선택하면 차별화는 희생해야 한다는 식이다. 만약 어떤 기업에서 차별화와 비용 감소가 다 가능한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그 기업이 지금까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옵션들 간에 trade-off가 존재함을 강조해온 Porter가 기업들의 오랜 숙제인 경제적 vs. 사회적 목표 간의 trade-off에 대해서는 CSV를 통하면 극복 가능하다고 넘어가 버린 것은 참으로 허무하기 짝이 없다. 특히, 비용증가 요인이 0.1% 증가하면 CEO들이 그걸 만회하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만한 Porter, 단지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는 CSV 전략을 잘 실행하면 아무 걱정 없다고 말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경제학자들이 종종 비현실적인 가정을 해서 비난을 받곤 하는데, Porter는 이 글에서 경제적 vs. 사회적 목표 간에 트레이드오프가 없다고 가정한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

 

3.5 CSV 이론 속에 투자자는 없다

 

가장 중요하게도, Porter & Kramer의 이론 속에 기업과 경영자는 있지만, 투자자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기업이나 경영자에게 보내는 모든 메시지는 훨씬 더 투자자에게 향했어야 한다.

Porter & Kramer는 글 곳곳에서 기업과 경영자의 행동을 비판하고, 또 기업과 경영자가 바뀌어야 할 방향, 취해야 할 전략들에 대해 끊임없이 언급하고 있다. 이를테면, 서론에서 회사들이 오래된 가치창출 방식에 얽매여서, 가치창출을 좁게 정의하고, 단기적 재무성과를 극대화하려고 하며, 그 과정에서 고객 니즈를 놓치거나, 자신들의 장기적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는 더 큰 요인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회사들이 사업과 사회를 묶는 것에 앞장서야 한다고도 얘기하고 있다. 또한 아직 대부분의 회사들은 CSR 마인드에 사로잡혀 있지만, CSV 활동을 실현하기 위해서 많은 회사 지도자, 경영자들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회사 탓, 회사 타령을 한다. 그런데 Porter & Kramer가 말하는 회사는 도대체 누구이고, 무엇인가? 물론 법인격으로서의 기업을 지칭하면서 그 기업의 행동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Porter 정도의 대가라면, 기업이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업의 지배구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특정인, 또는 그룹을 언급해야 한다. 그런데, 자연인을 특정할 경우에는 Portermanager, leader 등의 표현을 쓸 뿐이지, shareholder 또는 investor를 언급하는 경우가 없다.

Porter & Kramer의 글을 직접 인용해 본다.

 

          “The purpose of the corporation must be redefined as creating shared value, not just profit per se.” “Not all profit is equalan idea that has been lost in the narrow, short-term focus of financial markets and in much management thinking. Profits involving a social purpose represent a higher form of capitalismone that will enable society to advance more rapidly while allowing companies to grow even more. The result is a positive cycle of company and community prosperity, which leads to profits that endure...... Creating shared value will be more effective and far more sustainable than the majority of today’s corporate efforts in the area.”

 

여기서 그들이 이 글을 쓴 깊은 동기가 구구절절이 느껴진다. 그들은 지금처럼 가면 자본주의가 망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착한 자본주의, 사회적 가치를 수용하는 자본주의, 유지 가능한 자본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CSV를 해야 하고, 자기가 보기에는 (기업들이 창의적으로 열심히 하기만 하면) 그런 길들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에게 이런 호소를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앞뒤 맥락으로 보면 기업들에게 이렇게 바뀌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업이, 또는 경영자가, 기업의 목적을 이윤추구에서 CSV 추구로 바꾸겠다고 해서 바뀌는 것인가? 또 개별 기업이 잘 하기만 하면 CSV는 목표를 달성하고 한 단계 더 높은 자본주의로 갈 것인가? section들의 논의를 바탕으로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현 자본주의의 문제가 좁은 시각에서 단기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시장때문이라고 명시적으로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시장이 이렇다고 지적하고는, Porter & Kramer는 단기 이윤에 매몰된 주주들의 이익에 반해서 기업 경영자들이 CSV를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Porter & Kramer는 다음 문장으로 쐐기를 박는다. “공유가치는 기업들이 사회적 편익을 증가시키는 옳은 이윤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물론 자본시장은 의심할 여지없이 여전히 사회적 니즈를 희생하고서라도 이윤을 거두려 할 것이지만, 그런 이윤은 오래 가지 못하고 더 큰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Shared value focuses companies on the right kind of profits-profits that create societal benefits rather than diminish them. Capital markets will undoubtedly continue to reap profits at the expense of societal needs. But such profits will often prove to be short-lived, and far greater opportunities will be missed.)” 자본주의의 핵심인 자본시장은 지금과 똑같이 사회적 가치를 희생해가면서라도 이윤을 올리는데 급급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CSV 덕분에 기업이 옳은 이윤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만국의 경영자들이여, (자본가들의 탐욕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단결하라!“는 외침처럼 들린다.

 

Porter가 기업 활동(CSV)에 관한 글을 쓰면서 기업 지배구조, 자본시장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건 잘 믿기지 않는다. 덧붙여 2011년이면 아직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ESG 또는 지속가능 투자에 관한 많은 논의나 자본시장의 움직임이 있었는데도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거나, ESGCSV의 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상하다.

어쨌거나 Porter의 메시지는 궁극적으로 투자자/자본가들을 향했어야 하는 메시지이다. 그들에게 당신이 단기적 이윤, 나쁜 이윤만 추구하면 당신은 장기적으로 망할 것이다. 즉 단기 이윤에만 주가가 반응하도록 하지 말고, 장기적 이윤,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이윤을 내도록 노력하는 기업 행동을 장려하지 않는 한, 기업들이 자신의 행동을 바꿀 인센티브가 없다. 따라서 당신의 투자 원칙이 바뀌어야 기업 행동이 바뀐다.”라고 이야기했어야 한다.

 

3.6 CSV가 자본주의의 진화를 가져올 이론이라고?

 

마지막으로 Porter & KramerCSV가 애덤 스미스의 이기심(self-interest)”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개념을 확장시켰다고 주장한다. ,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자비심이 아니라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말함으로써 애덤 스미스의 이기심 이론을 그대로 CSV로 확장하였다. 이어서 모든 회사들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사업과 연결된 공유가치를 추구하면 사회 전체의 이익이 동시에 충족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시장기구가 작동하여, 개별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면 전체 시장은 균형점에 도달하고 그 균형은 효율적이라는 일반균형 이론의 CSV 버전이다.

 

          “It is not philanthropy but self-interested behavior to create economic value by creating societal value. If all companies individually pursued shared value connected to their part businesses, society’s overall interests would be served.”

 

Porter & Kramer는 이 짧은 두 문장으로, 아무런 추가 설명 없이, CSV가 경제학의 핵심 이론에 완전히 합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 이 문장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기업의 행동이 이기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주주 and/or 경영자들의 이기심에 합치한다는 뜻인데, CSV가 단기 이윤을 추구하는 주주들의 이기심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지적한 바이다. 그럼 경영자의 이기심에라도 합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CSV를 통한 이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아서 CEO가 연임되거나 and/or 연봉이 올라야 한다. 그러나 이럴 가능성은 낮다는 건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하였다. 출발점이 "이기심에 기반한 기업행동"인데, "단기 이윤에 매몰된 주주를 둔, 이기적인 기업이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에 Porter는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열심히 CSV 활동을 하면 전체 사회의 이익이 충족될까? 이 또한 일부 기업들은 좋은 전략을 잘 수행해서 CSV가 가능했다 하더라도, 다른 모든 기업들이 그렇게 될 수는 없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다른 기업들은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CSV 활동을 하다가 CEO가 해고되거나 아니면 아예 그런 행동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라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집스럽게 그 길이 돈 벌기에 좋은 길이라고 따라하면 어떻게 될까? 계속 따라하면 CSV 프랙티스는 상당히 일반화되겠고, 그만큼 사회적 가치는 올라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윤도 올라가고 사회적 가치도 올라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게만 나타날 테니, 이윤은 평균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궁극적으로 이런 균형점에 도달한다면, 이건 단기 이윤을 추구하는 탐욕스러운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CSV 활동을 지속하는 CEO를 해고하지 않거나 CSV 활동을 지속하다가 성과도 못 내는 기업을 파산시키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자본시장이 작동하지 않은 건 Porter 입장에서 바라는 바일지는 모르지만 논리적 일관성은 진작 상실한 문장이다

 

 

4. 에필로그

 

Porter & KramerCSV는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CSR 이론들과 기본적인 궤를 같이 한다. 그리고 CSR/CSV 이론은 ESG 활동을 잘 하려고 하는 기업들에게 훌륭한 지침을 제공할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상대적 등수는 올리기 어려워도 전체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올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점에서 CSR/CSVESG에 기여할 것으로 믿어진다.

그 이외에도 CSV 이론은 확실한 기여분이 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이윤 극대화의 제약조건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목표함수에 포함시키라는 메시지, 즉 장기적으로 유지가능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의식 전환, 전략 전환이라는 메시지를 주었고, 이를 경제학적 표현을 통해서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Porter의 명성이 결국 투자자들을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투자자 여러분, 내가 기업 전략을 좀 아는데, CSV는 단지 바람직할뿐 아니라 달성 가능해요.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Porter는 자신보다 앞서 발표된 전략적 CSR보다 더 그럴듯한 이론을 제시하려다가 두 가지 무리수를 두었다.

하나는 전략적 CSR에 관한 선행 연구 결과를 아예 무시하고 CSR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CSV를 돋보이게 하려 했던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영전략 및 이기심, 보이지 않는 손 등 경제학의 핵심 개념을 끌어들임으로써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 보다 구체적으로, CSV가 자비심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 때문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이론이 CSR과 차별화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또 그만큼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주고 싶어 하며, 나아가 시장에서 개별 기업들이 이익을 추구하면 전체 사회 이익도 달성될 것이라면서 일반균형 이론에도 합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듯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이론적으로 허술한 점이 많고, 제대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냥 힘 빼고 차분히 했으면 나름대로 기여를 했을 글인데, 너무 힘주어 차다보니 안드로메다 슛이 되고 말았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