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1년 11월 18일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여전히 IT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그는 최근 발간된 본인의 전기에서 애플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TV를 조만간 출시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제 스마트폰·태블릿PC에 이어 스마트TV 시장에 새로운 전운이 감돌고 있다.

스마트TV는 인터넷 접속기능을 탑재해 실시간 방송, 영화·드라마, 게임, 검색 등을 이용할 수 있는 TV다. 애플이 2007년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를 출시한 이래, 삼성·LG 등 제조업체뿐 아니라 구글도 소니와 손잡고 스마트TV를 내놓았다. 올해는 7000만대, 2014년엔 1억대 이상의 스마트TV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 해 TV 생산량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는 공통점이 많지만 차이점도 많다. TV는 대화면, 가족 공용, 고정형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편안한 자세에서 보는 것에 익숙한 기기다. 따라서 스마트TV도 영상물 시청이나 게임 등이 주된 용도가 될 것이며, 소셜네트워크·이메일·검색 등 개인형 서비스의 이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2년 남짓인 데 비해 TV는 거의 10년이기 때문에 스마트화가 해당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스마트TV 시장에는 케이블TV·IPTV(인터넷TV) 사업자, TV제조업체, 인터넷을 통해 영상물을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 등 세 종류의 사업자가 있다. 결국엔 글로벌 시장을 놓고 TV제조업체와 애플·구글이 벌이는 싸움이 될 것인데,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불리해 보인다.
스마트TV에서 제일 중요한 영상 콘텐츠 확보 능력 때문이다. 현재는 주요 방송·영화사가 스마트TV에 콘텐츠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콘텐츠 생태계 구축 경험이 풍부한 애플이 이른바 'iTV'를 출시한다면 이들과의 협상을 통해 콘텐츠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어떤 TV를 사느냐와 관계없이 웹 플랫폼을 통해 모든 영상물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N스크린 서비스 제공 능력을 꼽을 수 있다. N스크린이란 스마트TV·스마트폰·PC·태블릿 등과 무선으로 연동해 콘텐츠를 손쉽게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이들 기기의 운영체제(OS)가 동일한 것이 좋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강력한 OS를 갖고 있는 애플·구글에 비해 불리하다.
스마트TV 조작방법도 중요한 변수다. 리모컨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는 기존 TV에 비해 지금까지의 스마트TV는 화면과 리모컨이 아주 복잡해 이용자에게 친화적이지 않다. 따라서 사용 환경(UI)과 경험(UX) 제공 측면에서 탁월한 역량을 가진 애플의 'iTV'가 다른 TV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우리 제조업체들은 뛰어난 하드웨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화의 진전에 따라 하드웨어 이외의 경쟁요소들이 중요해진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스마트TV는 아직 초기 단계다. 요사이 스마트TV가 많이 팔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고급 사양의 TV를 구매한 것이지 스마트TV 기능 때문에 산 것이 아니다. 심하게 말하면 스마트TV는 마케팅 용어일 뿐이며 정작 스마트TV 기능과 콘텐츠는 초보 수준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TV를 많이 파는 데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스마트TV다운 기능을 갖추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