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공포증' 넘어서는 방법

조선일보 2011년 8월 13일

 

미국 애플이 올 2분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나 늘어난 매출과 순이익으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른바 '아이폰 쇼크' 이후 전 세계 IT 기업들은 애플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왜 유수의 기업들이 이처럼 '애플 공포증'에 시달리는 걸까?

우선은 익숙지 않은 경쟁 모드 때문이다. 애플은 단말기와 콘텐츠를 합친 번들(묶음) 상품을 들고 나왔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는 각각 아이튠스, 앱스토어, 아이북스토어라는 콘텐츠 장터가 핵심적 상품요소로 포함돼 있다. 애플은 단말기와 콘텐츠의 유기적 결합을 바탕으로 애플 제품을 사용해본 소비자는 자연스레 다른 제품도 구매하도록 이끄는 단계에 이르렀다. 개별 제품 위주로 판매해온 다른 기업들이 애플을 이길 수 없다는 낭패감과 무력감을 느낄 만하다.
또한 애플의 폐쇄적 수직결합 구조는 경제학의 '상식'과 달리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수직결합이 산업 초기 단계엔 일반적이지만 산업성장 단계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혼자서 모든 걸 틀어쥐고 있다가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튠스·앱스토어를 개방해 콘텐츠 보유자와 개발자들을 콘텐츠 장터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자사의 제품 라인업을 MP3 플레이어, 휴대폰, 태블릿PC 등 수평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폐쇄성의 약점을 극복했다. 이렇듯 여러 기기가 편리하게 연동되고 많은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보니 소비자들이 폐쇄적인 환경을 알면서도 기꺼이 선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른바 '애플 신드롬'이다.
더구나 애플은 새로운 경쟁력 요소를 기반으로 한다. 기업의 전통적인 경쟁력은 설비투자, 제조 및 기술능력이다. 그러나 애플은 제품을 전부 외주 생산한다. 세계 최초의 신제품을 출시한 적도 없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원하는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능력은 세계에서 제일 탁월하다. 애플의 이런 창의성이야말로 경쟁사들이 가장 따라잡기 어려운 경쟁력 요소이다.

기술융합이 진전됨에 따라 경쟁구도는 단일 제품에서 제품군(群) 간 경쟁으로 바뀐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애플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애플을 이길 수 없다. 애플을 모방하려던 노키아와 '블랙베리' 스마트폰 제조사 RIM은 결국 실패했다. 우리 기업은 스스로의 강점을 근간으로 삼고 제휴를 통해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제휴 모델은 개방성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협조해 개방적인 플랫폼과 콘텐츠 장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또 다른 경쟁자인 구글을 견제하는 길이기도 하다.
스마트 세상에서 단말기가 범용화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제조기술과 설비투자를 기반으로 완성품 제조에 주력하던 우리 기업들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개별 기업은 원천기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노키아 등 완성품 업체들과는 달리 인텔·퀄컴 같은 기술기반의 부품업체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플의 경쟁력은 다양한 원천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이길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우리의 경쟁력과 여건을 감안한 전략으로 우리만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