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1년 7월 1일

 

요즘 IT 분야에선 클라우드 컴퓨팅이 단연 화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PC·스마트폰·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어디서건 인터넷에 접속해 하드웨어(저장 공간이나 CPU)와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는 서비스를 뜻한다. 인터넷이 컴퓨터 기능을 흡수해 그 자체로 거대한 컴퓨터가 된 셈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활성화되면 IT업계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이 서비스는 개인용과 기업용으로 나뉜다. 개인용은 음악·동영상을 즐기거나 문서 편집 등 컴퓨터 작업을 지원한다. 현재 인터넷 기업, 통신사, 휴대폰 제조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개인용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로 제공된다. 이미 무료화된 인터넷 포털의 새로운 서비스로 편입되고 있다는 증거다. 비용 부담 없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가 늘고 있다. 기업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독자적 수익 모델로 보기보다는 우선 사용자를 끌어모은 다음에 광고 등 다른 수익을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은 결코 국내 기업에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인터넷 기업은 강력한 기술과 폭넓은 사용자를 지닌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쉽지 않다. 통신회사는 무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데이터 사용량(트래픽)이 늘어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휴대폰 제조업체 또한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업용 서비스는 소비자와 공급자가 누리는 편익이 보다 분명하다. 각 기업은 값비싼 전산 장비를 일일이 마련할 필요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빌려서 쓰면 돼 전산시설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들은 박리다매 형태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경우 이윤 창출이 가능하다. 주요 타깃인 중소기업들은 아직까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잘 알지 못해 활성화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서비스용 장비나 솔루션의 사정은 어떤가? 인터넷 장비는 주로 수입에 의존해 왔다. 클라우드 기술은 더 취약해서 미국 대비 4년 이상 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 대의 컴퓨터를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가상화 기술 같은 핵심 솔루션은 거의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외국 업체들은 저장장치·네트워크 장비·솔루션을 세트로 묶어 통합 패키지로 판매한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가 일부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더라도 상품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안·표준화 등 정부가 할 일도 많다. 그러나 장비·솔루션 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은 이들 산업의 육성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 속도가 제일 빨랐다. 그런데도 관련 산업 육성이 미흡해 인터넷 장비는 대부분 수입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은 뼈아픈 교훈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아직 구름에 가려 있다. 기술이 계속 진화하고 있어 확실히 1위를 굳혔다고 자신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할 일 많은 우리에겐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다.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치면 선두권을 따라잡을 기회는 아직 충분하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