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0년 4월 9일

 

요즘은 온통 스마트폰이 화제다. 스마트폰이 벌써 130만대 넘게 보급되었고 연말에는 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기관들은 2014년에 스마트폰 보급률이 50%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가격하락과 휴대폰 성능 향상을 감안하면 그때쯤엔 사실상 모든 휴대폰이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뀐다는 것은 손안에 PC와 인터넷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PC와 인터넷에 이동성(mobility)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더해지니,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가져올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등장은 많은 정책과제를 안겨주고 있으며, 관련 산업의 경쟁지형도 크게 흔들고 있다.

먼저 정책이슈들을 생각해보자. 다른 나라보다 앞서 무선인터넷을 시작하다 보니, 우리는 '위피(WIPI)'라는 독자적인 무선인터넷플랫폼을 사용해왔다. 위피를 기반으로 휴대폰과 콘텐츠를 개발한 것이다. 이처럼 산업발전 초기단계에는 종종 자기완결적인 수직결합 구조가 나타난다.
오늘날 위피는 무선인터넷 발전을 가로막은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이는 산업발전의 다이내믹스를 고려하지 않은 평가다. 물론 PC와 인터넷의 개방성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시대에 이런 수직결합 구조를 전제로 한 산업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위피가 우리나라의 휴대폰 산업과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 앱스토어에서 제공되는 많은 콘텐츠도 위피를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다.
스마트폰에서의 공인인증서 의무화 공방 또한 어느 나라보다도 활성화된 인터넷 뱅킹의 그림자로 볼 수 있다.
기존 규제 틀을 바꿔야 할 사례도 많다. 예컨대 외국 앱스토어에 등록된 게임에 대한 사전심의 이슈는 콘텐츠의 규제 대상 및 관할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새로운 방송·통신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 진입규제 측면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관련기업들도 경쟁지형의 변혁기를 맞고 있다. 휴대폰의 강자들은 높은 이익을 누려왔지만, 이젠 PC처럼 하드웨어보다는 OS(운영체제)나 핵심칩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갈 것이다. 이런 전망을 반영하듯 휴대폰 OS 시장에 노키아·MS에 이어 애플·구글·삼성이 뛰어들었지만, 최종 승자는 소수일 것이다. 한편 매킨토시·아이팟에 이어 아이폰에서도 폐쇄적 수직결합 구조를 고수하고 있는 애플의 향후 성과 또한 관심사이다.
유무선 인터넷 통합에 따라 인터넷 포털도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아직은 초기이지만, 무선인터넷에서 구글의 검색순위는 국내 업체들을 바짝 따라오고 있다. 또 앱스토어의 급격한 성장은 웹서비스 중심의 국내 인터넷 포털에게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통사들의 고민은 좀 더 심각하고 장기적이다. 스마트폰이 데이터 매출 증가를 가져오긴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에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데이터 트래픽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네트워크 증설투자도 필요하다. 3년 전에 아이폰을 도입한 미국 AT&T는 곳곳에서 네트워크 품질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한다. 게다가 보다 근본적으로, 음성통화를 대체할 파괴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어 머지않아 이통사의 수익기반이 크게 약화될 우려도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은 수익성이 나빠지는 데도 불구하고 4G 등 차세대 이동통신망의 투자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최근의 스마트폰 열풍은 그만큼 큰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기회와 동시에 위기이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에 대한 열광보다도 우리가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