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2022년 6월 17일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단기 이윤 극대화에 급급한 나머지 환경 및 사회 문제를 소홀히 하면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존, 나아가 인류 생존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요즘 ESG 경영이라고도 불리는 지속가능경영은 국제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개혁 필요성을 느낀 투자자들에 의해 큰 흐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글로벌 연기금이 이윤뿐 아니라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자, 블랙록 같은 자산운용사들도 이 흐름에 합류하면서 기업들에게 지속가능경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업들이 투자자 요구에 부응하며 지속가능경영을 하겠다고 맞장구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는 지배주주의 변화가 필수적 

 

결국 기업의 변화를 촉발하는 것은 투자자, 즉 주주들이다. 주식 소유가 널리 분산된 영미권 기업들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곧 대주주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컨대 미국은 3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릿의 보유 지분을 합하면 이들은 S&P 500 기업 88%의 대주주가 된다. 이들이 지속가능경영을 투자 잣대로 활용하겠다고 하니 기업들도 이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장기업들은 지배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이 평균 40%를 넘기 때문에 이들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룹 경영이 일반화되다 보니 개별 기업의 전문경영인이 지속가능경영과 같은 큰 변화를 주도할 여지는 거의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 지속가능경영이 뿌리내리려면 흔히 ‘오너’라고 불리는 지배주주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계열사의 지속가능경영을 장려하고 전문경영인에 대한 평가지표에 ESG 요소를 높은 비중으로 반영해야 한다. 지배주주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한국에서의 지속가능경영은 한 때의 유행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물론 자본시장에서 그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고, 또 모든 기관투자자들의 롤 모델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관여를 통해 지배주주의 변화를 이끌어낼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지속가능성의 원천은 경영자의 의지 

 

하지만 투자자들이 변화했다 해도 그들은 ESG 성과와 재무성과가 함께 실현되지 않으면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대표적인 지속가능경영 기업인 다농(Danone)의 재무성과가 부진하자 기관투자자들이 CEO를 교체한 사례에서 보듯이, 아무리 ESG 성과를 중시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일정 수준의 주가수익률이 실현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블랙록 CEO인 핑크도 올해 보낸 연례서한에서 “블랙록이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우리들이 환경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지구를 살리기 위한 ‘아름다운 마음’이 아니라 수탁자로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경 문제를 비롯한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투자자들의 성향을 염두에 둘 때 경영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제는 기업 경영자들이 보다 강력한 지속가능경영 의지(commitment)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기업의 목적(purpose)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즉 “우리 회사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는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사실 다른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할 때 그것이 곧 이윤을 가져온다. 따라서 지속가능경영 패러다임은 이윤을 내려고 바둥바둥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세상에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고자 할 때 이윤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가르친다.

 

지난 10여 년간 항상 압도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니레버의 지속가능경영은 2009년 CEO로 취임한 폴 폴먼이 일구어놓은 성과다. 그가 유니레버 CEO로 취임했을 때 유니레버는 덩치만 컸지 성과가 부진한 기업이었다. 폴먼은 취임하자마자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으며 진정 지속가능한 기업가치를 만들겠다. 그리고 분기 실적 전망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그는 유니레버의 목적을 ‘지속가능한 삶을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것(To make sustainable living common place)’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이 기업 목적을 많은 기업에서처럼 문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업(業)에서 비즈니스로 구체화하였다. 즉, 기업 목적을 구체화하여 ‘건강, 환경, 생활 개선을 통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킨다“는 비전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많은 지속가능경영 프로젝트들을 지속적으로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혁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대부분 이윤 추구와 ESG 목표 간에 트레이드 오프가 존재한다. 따라서 혁신을 통해 이윤 및 ESG 목표를 동시 달성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의 궁극적 수혜자는 소비자

 

그럼 모든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면 ESG 목표도 달성하고 이윤도 증가하는가? 그것이 지속가능투자가 지향하는 바이고 지속가능경영을 열심히 하는 기업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일부 선도적 기업들만이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 경우에 그 기업들은 차별적 경영을 통해 더 많은 이윤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이 아주 일반화되어 모든 기업들이 ESG 활동을 잘하는 단계가 되면, ESG가 경영 활동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모든 경영 활동이 그렇듯이 일부 잘하는 기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ESG 활동에서 추가적 이윤을 누리기 어렵다. 물론 지속가능경영을 무시하는 기업들은 아예 경쟁에서 탈락하여 퇴출될 것이 분명하다.  

경영 혁신의 과실은 궁극적으로 대부분 소비자 후생으로 돌아가고, 혁신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기업들은 보상으로 높은 이윤을 향유하는 한편, 혁신에 동참한 평균적인 기업들은 평균 수익률을 거두며, 혁신의 물결을 거부한 기업은 도태된다는 일반적인 경제 이론은 이처럼 지속가능경영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을 독려한 투자자들과 이를 실천에 옮긴 경영인들은 지속가능성이 확보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 주인공임에 틀림없다.

 

 

Posted by 조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