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한경 ESG 매거진 2023년 9월호에 기고한 글의 long version이다.

 

디지털과 ESG 통합 전략,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트윈 트랜스포메이션(트윈 전환, Twin Transformation)은 디지털 전환과 ESG 전환을 통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그 성과를 상호 강화시키려는 시도로, 2021년부터 EU에서 본격화되었다.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 및 데이터를 활용해서, 제품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전환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하여 궁극적으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활동이다. 한편 ESG는 투자자들이 환경사회문제를 잘 해결하고 좋은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여 ESG 경영을 촉진함으로써 이윤 창출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디지털 및 ESG 전환은 이미 기업활동에 필수 불가결하게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이 둘은 여러모로 비슷하다. 먼저 이 둘은 우리 생활방식과 모든 경제활동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아마도 디지털과 ESG 혁명이 앞으로 백년 우리 미래에 미칠 영향은 200년 전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가져온 변화에 비해 작지 않을 것이다. 변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 또한 비슷하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환경 및 사회문제도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지만 기업도, 정부도 제대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두 전환 모두 혁신, 특히 파괴적 혁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닮았다.

이처럼 디지털 및 ESG 전환의 지향점이나 특성이 유사하여서, 둘을 별도 과제로 보지 않고 하나의 기업활동으로 통합함으로써 서로의 활동과 성과를 상호 강화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트윈 전환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트윈 전환에 대한 논의는 그린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탄소감축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왔기 때문에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린 전환을 위한 여러 수단 중에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다고 해서 이를 굳이 트윈 전환이라는 거창한 용어로 포장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트윈 전환은 두 전환이 양방향으로 상호 작용하며, 두 활동의 목표, 전략 및 과제를 통합적으로 수립실행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출발점으로 한다.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ESG가 추구하는 목표는 이윤과 이해관계자 가치를 모두 높이는 것인데, 이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다 보면 환경사회 문제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그림에서 A, B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높이는 방법은 생산가능곡선 자체를 끌어올려서 D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디지털 전환과 ESG가 만나는 곳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 ESG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팜유나 커피를 생산하는 전 과정을 모니터링함으로써, 팜유 채취과정에서 산림 파괴나 커피농장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구 전체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of earth)으로 만들어 자연 및 인간 활동을 모니터링함으로써 탄소감축, 자연환경 훼손 방지, 공급망 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을 하면 기업의 ESG 활동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는 ESG 경영 개선 및 외부 평가에 활용될 것이다. 이처럼 ESG 경영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 솔루션들은 이미 많이 상용화되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빈곤, 장애 등 특정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진하고 있는 훌륭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혁신 활동은 ESG 전환을 앞당길 것이 틀림없다.

다음으로 ESG가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측면을 보자. 디지털 전환은 당초 기대와 달리 어디에 적용할 것인지,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 것인지, 어떤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 잘 몰라서 진척이 부진한 상황이다. 그런데 ESG 경영이 대두되고 특히 자금이 환경 분야에 몰리니까 해결 수단으로서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와 관심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성공 사례들도 늘고 디지털 전환의 장애 요인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맥킨지가 발간한 보고서(2021)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이 창출할 대부분의 경제적 가치는 공장, 도시, 건강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서 공장, 도시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데, 거꾸로 공장과 도시가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영역이기도 하다. 도시 면적이 전체 2%에 불과하지만 75% 에너지를 쓰고 있다거나, 전 세계 166개 기업이 산업계 탄소의 8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공장 탄소감축이라든가 스마트 시티를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면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이다.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촉진을 위한 기업 전략 및 정부 정책

 

그럼 트윈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고,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ESG와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각각의 전략과 정책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 트윈 전환을 위한 별도 전략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둘 간의 연계성과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두 영역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업 전략 관점에서 보면, ESG와 디지털 전환 둘 다 우리 회사는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실 다른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할 때 그것이 곧 이윤을 가져온다. 트윈 전환 패러다임은 이윤을 내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 아니라 세상에 확실한 가치를 제공할 때 이윤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가르치고 있다.

트윈 전환 활동은 기업전략 및 본원적 비즈니스 활동과 통합되고 성과지표(KPI) 및 보상체계에 적절히 반영되어야 한다. , ESG 경영은 사회공헌을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에서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달성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전환은 단지 기술이나 인프라 도입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을 정리해 보면, 먼저 ESG와 디지털 전환이 시너지를 내는 교차 영역의 기반 기술, 예컨대 탄소감축에 활용할 디지털 기기, 서비스 및 플랫폼, 그리고 ESG 개선에 초점을 둔 디지털 기술 개발은 정부 지원이 많이 필요한 영역이다.

둘째, 두 분야 중첩 영역에서의 공공 인프라 조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에너지 분야의 IoT 인프라(e.g., 스마트 그리드) 구축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 서둘러야 할 영역이다.

셋째, 트윈 전환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데이터 생성과 수집, 분석 및 액션, 그리고 성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데이터가 원활하게 흐르고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표준 정립, 데이터 소유권 확립, 프라이버시 보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으로 트윈 전환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예컨대 맥킨지는 전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매년 3.5조 달러가 탄소중립을 위해서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 공급자 및 수요자, 금융기관, 정부가 함께 노력하여 건강한 금융시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Posted by 조 신 :